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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연준’되나.. 연준이사 경력 레이건 이후 최저

윤정원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12.15 11:15

수정 2017.12.15 11:15

편파적 임명에 집단사고 위험 빠질수도.. 견제해줄 경제학 박사 출신도 모자라
미국 연방준비위원회(이하 연준)에 공석이 많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입맛대로 연준이 꾸려질 수 있는 가능성이 높아졌다.

15일(이하 현지시간) 블룸버그는 트럼프가 임기 2년 만에 연준 이사 5명을 임명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재닛 옐런 연준 의장 연임 대신 제롬 파월을 고용하기로 결정한 것까지 합치면 총 여섯 자리를 트럼프가 손댈 수 있는 것이다.

월가는 트럼프가 연준을 본인이 원하는 이미지대로 주무를 수 있는 이번 기회를 놓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블룸버그는 트럼프가 지금까지 주류 인사를 임명해왔으며 미국 경제 과열을 막기 위해 금리를 점진적으로 인상하는 것에 대해서도 아무 말 하지 않았지만, 향후에도 이런 태세를 유지할지는 알 수 없다고 보도했다.

트럼프가 공석 세 자리를 채우는데 있어서, 공화당 내 포퓰리스트와 반연준인물들을 달래기 위해 더 공격적으로 나올 가능성도 있다.
특히 연준의 금리 인상이 경제성장을 막는다고 판단될 경우 트럼프는 대선 당시 옐런을 공격하듯 또 연준 리더십에 반대 목소리를 높일 수도 있다.

하지만 이보다 더 큰 문제는 트럼프가 공격적으로 나오지 않는다고 해도 트럼프의 연준인사가 이사회 전체 기관경력을 낮춰버렸다는 점이다. 단스케은행A/S 이코노미스트들은 "옐런이 2월에 임기가 끝나면 연준 이사들의 전체 경력이 총합 10년밖에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는 1988년 레이건정부 2기 이후 최저다.

DS이코노믹스의 다이앤 스웡크 사장은 시장이 점진적이고 잘 소통되는 연준에 적응되어 있는 만큼 갑작스런 변화가 나타나면 크게 놀랄 수 있다고 경고했다. 2013년 당시 지금보다 더 안정적인 어조로 연준이 내놨던 자산 매입 축소 소식에도 긴축발작 사태가 일어났던 것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고도 덧붙였다

블룸버그는 트럼프가 연준을 원하는 대로 주무를 것이란 점은 민주당인 옐런 임기를 4년 더 연장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확인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레이건이 폴 볼커 전 의장이 민주당 출신임에도 임기 대부분을 함께 했던 것과는 매우 대조적이다. 빌 클린턴 대통령도 공화당 출신 앨런 그린스펀과 함께 했다.

특히 지금까지의 연준이사 임명도 내각의견이 반영됐다기보단 트럼프 중심적으로 선정됐다고도 블룸버그는 평가했다. 제롬 파월은 이미 연준에 합류하기 전에 양당정책연구소(BPC) 객원연구원을 거치며 공화당의 지지를 얻었던 인물이기 때문이다. 이외에 랜달 콸스도 월가 출신이며, 두사람 모두 칼라일 그룹에서 파트너 직책을 맡았던 공통점도 있다.

블룸버그는 현 상황에서 트럼프의 다음 연준 부의장 인사 지명이 상당히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금리 인상이 시기상조라고 생각하는 공화당 출신을 임명하고 싶다면 후버 인스티튜션의 존 테일러를, 포퓰리스트들은 만족시기키위해서는 레이건 정부 때 일한 적 있는 월가 컨설턴트 레리 쿠드로우를 연준 부의장을 선택할 수도 있다고 블룸버그는 말했다. 경제학 박사 학위가 있는 보수색깔을 가진 인사로는 더글라스 홀츠이킨을 선택할 가능성도 있다. 이외에 거론되는 인물로는 모하메드 엘-에리안 등이 있다.

트럼프가 12개의 지역 연준은행장들을 통해 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고 블룸버그는 덧붙였다.

이렇게 한 방향으로 치우칠 경우 집단사고 위험에 빠질 가능성이 높아진다. 블룸버그는 트럼프가 계속 경제학 박사 출신을 지명하지 않는다면 이런 위험은 더 커질 것으로 내다봤다. 학자 출신의 이코노미스트들이 항상 옳은 결정을 내리는 것은 아니지만, 일단 위치를 더 깊게 고민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트럼프가 임명한 사람 중 경제학 박사 출신은 마빈 굿프렌드 뿐이다.


와튼스쿨의 피터 콘티브라운 연준 역사학자는 “직업적인 다양성이 필요한 것은 맞지만, 전문 이코노미스트와 위험할 정도로 멀어져가고 있다” 고 평가했다.

저인플레이션에, 실업률도 낮고, 증시는 사상최고를 기록하고 있어 지금은 모두가 행복한 상황이지만, 연준이 이후 금리를 더 공격적으로 인상한다 해도 트럼프가 가만 있을지는 미지수라고 블룸버그는 말했다.
글러스킨 쉐프+의 데이비드 로젠버그 이코노미스트도 “모두 문제가 있는지 뻔히 알면서 무시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jwyoon@fnnews.com 윤정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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