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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성급한 도시재생, 땅값만 부추길라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12.15 17:07

수정 2017.12.15 17:07

정부가 내년 2월부터 전국 68곳에 도시재생사업을 벌인다. 문재인정부가 내놓은 '도시재생 뉴딜사업'의 첫 단추다. 그런데 정부가 너무 성급히 밀어붙이지는 않는지 따져볼 필요가 있다. 재원 부담이 가장 크다. 투기와 젠트리피케이션 등 부작용을 어떻게 막을지도 숙제로 남았다.

총 50조원이 5년간 도시재생에 들어간다.
한해 평균 10조원이다. 정부가 쓸 수 있는 재정은 2조원, 나머지 8조원은 주택도시기금과 공기업투자로 조달한다. 한해 쓰는 기금만 5조원이다. 현재 조성된 기금은 약 70조원이다. 그런데 정부는 앞서 발표한 주거복지대책을 시행하는 데도 기금을 빼서 쓰기로 했다. 이를 합하면 매년 30조원의 기금이 나간다. 이 기금은 주로 청약통장 가입자가 붓는 금액으로 조성된다. 가입자가 해지하면 돌려줘야 하는 돈이다. 기금이 부족하면 다음 정부가 주거복지에 쓸 카드가 줄게 된다. 공기업 투자를 받겠다고 할당한 금액은 3조원이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지방공사들이 이 돈을 부담하면 부채감축에 차질이 생긴다.

투기방지 대책도 없다. 정부는 투기조짐이 보이면 해당 재생사업을 즉각 중단하겠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기준은 명확히 제시하지 않았다. 사실상 정책의 허점이 발생할 수 있다고 인정한 셈이다. 서울지역은 형평성 논란이 나온다. 낙후된 지역이 많은데도 집값이 상승했다고 지원대상에서 뺐기 때문이다. 젠트리피케이션 예방대책은 부족하다. 건물주와 상인 간 체결하는 상생협약은 상인을 보호하는 실효성 있는 대책이 아니다.

정비사업은 벌이긴 쉽고 마무리하긴 어렵다. 투기 때문에 좌초되는 등 부작용이 크기 때문이다. 노무현정부 시절 전국 땅값은 공시지가 기준으로만 두 배 올랐다. 균형개발을 위해 행정도시, 기업도시 등 대형 국책사업을 벌인 결과다. 막대한 토지보상금이 투기의 불씨가 됐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2002년 서울시장 시절 뉴타운사업을 추진했다. 하지만 사업성 부족으로 취소하는 사태가 줄을 이었다.

도시재생은 시간이 필요한 사업이다. 지자체와 주민들이 소통하며 천천히 진행해야 부작용을 줄일 수 있다. 단숨에 곳곳에 막대한 자원을 투입해선 안된다. 단기간에 역효과가 나기 때문이다.
정부는 내년초 도시재생뉴딜 로드맵을 발표할 예정이다. 불필요한 지출을 줄이고 실효성 있는 정책을 내놔야 한다.
공약을 빨리 밀어붙이는 것만이 답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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