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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유가 상승에 감산연대 붕괴 조짐

송경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12.17 18:25

수정 2017.12.17 20:51

OPEC.러시아 등 24개국 감산연장에 합의했지만 계속되는 유가 상승으로 러시아 등 내부 이탈 부추겨
국제유가 상승에 감산연대 붕괴 조짐


국제유가 상승세가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러시아 등 24개 산유국의 감산합의를 무너뜨릴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6일(이하 현지시간) 보도했다.

WSJ은 OPEC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OPEC 내부에서 지나친 유가 상승이 러시아 등의 내부 이탈을 부르고, 미국 셰일석유 생산을 부추겨 석유시장을 감산 이전 상태로 되돌려 놓을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이른바 '오버슈팅'이 현실화할 수 있다는 우려다.

OPEC 14개국과 러시아 등 비 OPEC 주요 산유국 10개국의 감산은 예상과 달리 탄탄한 결속을 자랑하며 효과를 내고 있다.

지난달 30일 OPEC과 러시아 등 24개국이 전세계 석유공급의 2% 수준인 하루 180만배럴 감산을 내년 말까지로 연장키로 합의한 뒤 유가는 상승세에 탄력이 붙었다.

지난주 국제유가 기준물인 북해산 브렌트유가 런던시장(ICE)에서 2015년 6월 이후 2년 반만에 배럴당 65달러를 뚫었고, 미 유가 기준물인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안정적인 가격 흐름을 이어가며 셰일석유 증산을 부추기고 있다.


OPEC과 러시아의 감산은 과잉공급을 억제해 주요 석유소비국에 넘쳐나는 석유재고를 줄이고 가격을 안정적으로 유지하는데 목표를 두고 있다.

비록 나이지리아의 경우 배럴당 139달러, 사우디아라비아는 84달러 유가 수준이 돼야 석유수출을 통한 재정균형이 가능하지만 OPEC은 브렌트유를 기준으로 60달러 유가 수준을 적정수준으로 보고 있다.

OPEC은 이미 1980년대 알래스카와 북해 유전에서 쏟아지는 석유에 휘청거리면서 유가관리를 공식적으로 포기한 상태라 60달러가 공식 목표 유가는 아니다. 그러나 내부적으로 감산합의 연대를 유지하고, 미 셰일석유 등의 증산이 시장을 다시 어지럽게 하지 않도록 하는 적정 수준 유가로 60달러를 비공식적으로 제시하고 있다.

그러나 국제유가가 65달러로 오르면서 취약한 감산합의가 무너질 것이라는 우려가 OPEC 내부와 전문가들 사이에서 나오기 시작했다.

덴마크 삭소뱅크의 상품전략 책임자 올레 한센은 추가 유가 상승은 "(합의를 깬) 몰래 생산 공개 초대장이 될 것"이라면서 "이는 감산합의 붕괴로 이어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일부 OPEC 회원국들은 유가 상승의 과실을 따먹기를 갈망하는 러시아 석유 업체들이 합의 붕괴 출발점이 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러시아 석유업체들은 다른 OPEC 국영석유업체들과 달리 이윤이 최고의 덕목인 민간 업체들인터라 유가상승의 혜택을 누리자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이들은 지난달 30일 감산연장과 관련해 러시아 정부에 출구전략을 논의할 것을 촉구하기도 했다.

OPEC의 감산 노력을 무위로 돌릴 또 다른 변수는 미 셰일석유다. 이미 미 석유업체들은 유가 상승을 느긋하게 즐기며 증산에 나서고 있다. 미 에너지정보청(EIA)은 내년 미 석유생산이 하루 1000만배럴로 사상최고치를 찍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사정이 이렇게 돌아가자 OPEC의 우려는 깊어지고 있다.

한 OPEC 관계자는 현재의 유가 수준에서는 스스로 문제를 끌어들이는 꼴이라면서 "유가가 다른 석유업체들에도 매력적이라면 (감산 이전 당시의) 원점으로 되돌아가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엠마뉴엘 이베 카치쿠 나이지리아 석유장관은 "결코 유가가 무한정 오르기를 바라는 게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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