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진 적은 소액상품, 카드수수료까지 떼면 오히려 적자"
찬성.."매출에서 부가가치세에 카드수수료까지 내야 해".. 수수료 인하 아닌 분담 초점
반대.."현금 없어 카드로 샀다면 카드사가 구매력 높인 것, 판매자 비용 부담 당연"
찬성.."매출에서 부가가치세에 카드수수료까지 내야 해".. 수수료 인하 아닌 분담 초점
반대.."현금 없어 카드로 샀다면 카드사가 구매력 높인 것, 판매자 비용 부담 당연"
'카드수수료는 카드 사용자가 내게 해 주세요.'
지난 7일 국민신문고에 이 같은 청원글이 올라왔다. 글쓴이는 "카드 사용으로 인한 편익은 대부분 카드회사와 카드 사용자가 가져간다"며 "따라서 카드 사용자도 수수료를 부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해당 청원에는 열흘간 4000명 이상의 시민이 참여했다. 시민들은 "담뱃세도 흡연자가 내는데 카드수수료는 왜 카드 사용자가 안 내느냐" "언제까지 자영업자만 죽어야 하나" 등의 의견을 올렸다.
■마진 적은데 수수료까지 떼
카드수수료 부담을 호소하는 자영업자들이 늘면서 카드수수료는 카드 사용자와 나눠 내야 한다는 주장인 셈이다. 그러나 전문가 및 시민들은 이에 부정적 입장이어서 제기된 의견대로 해결은 어려워 보인다.
18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신용카드 매출액은 564조원이다. 평균 카드수수료율(1.85%)을 계산하면 자영업자가 지난해 지불한 카드수수료는 10조434억원가량이다. 이 중 일부를 소비자가 부담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자영업자들은 지금까지 카드수수료 문제를 둘러싸고 카드사나 정부와 갈등 구도를 형성했다. 영세업자들이 지속적으로 카드수수료 문제를 제기, 정부는 지난 9월 소상공인 가맹점의 신용카드수수료율을 매출구간에 따라 0.7%포인트씩 인하(현재 연매출 3억원 이하는 0.8%, 3억~5억원 이하 1.3%)한다는 정책을 발표하기도 했다. 이번에는 소비자가 대상이 됐다.
카드수수료 '인하'가 아니라 '분담'에 초점을 두는 것은 '현금 없는 사회'에서 소액 카드결제가 일상화되면서다.
금감원에 따르면 올 6월 말 기준 발급된 누적 신용카드는 9749만장이다. 1년 이상 사용실적이 없는 휴면카드 821만장을 제외하면 경제활동인구(2771만9000명)만 계산해도 일인당 신용카드 2~3장은 갖고 있는 셈이다. 서울 은평구에서 편의점을 운영하는 김모씨(58)는 "요즘은 카드를 많이 쓰다 보니 500원짜리 생수를 살 때도 '현금이 없다'며 카드를 내민다"고 전했다. 택시나 영세상점 등에서 사용자가 1만원 이하 소액을 결제할 경우 수수료를 면제하자는 여신전문금융업법 일부 개정법률안(민주당 박주민 의원)은 현재 국회에서 1년째 계류 중이다.
상황이 이렇자 일부 자영업자는 소비자에게 카드수수료를 부담시키기도 한다. 서울 강남구에서 의류가게를 운영하는 김모씨(36)는 1만원 이하 상품을 카드로 결제하면 1000원을 추가로 받는다. 김씨는 "매출에서 부가가치세뿐 아니라 카드수수료까지 내야 해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며 "게다가 결제하는 카드는 워낙 많은데 대금이 미지급되는 경우가 있어 카드를 받으면 부담스러울 때가 많다"고 설명했다.
서울 서대문구의 한 수입과자가게는 5000원 이하 소액결제할 경우 카드를 받지 않지만 현금영수증은 발급해준다. 이 가게 직원(27)은 "요즘 세금을 안 내기 위해 카드를 안 받는 집은 거의 없다"며 "마진이 적은 소액상품에서 카드수수료까지 떼면 오히려 적자가 나기 때문"이라고 털어놨다.
일부 전문가는 상품 가격을 올리면 된다는 입장이다. 홍익대 경영대 홍기훈 교수는 "현재 카드수수료가 상품 가격에 부가세처럼 포함돼 있다고 봐야 한다"며 "수수료만큼 가격을 올리면 해결되는 일"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자영업자들은 카드수수료를 포함해 가격을 올리기는 쉽지 않다는 입장이다. 서울 한 지하철역 지하상가 의류가게 직원(25)은 "가격을 인상하면 아예 손님이 안 오고, 조금이라도 더 싸야 사람 손이라도 탄다"면서 "카드수수료를 사용자가 내도록 정부가 도와주면 좋겠다"고 주장했다. 그는 자신도 소비자로서 카드를 이용할 때 카드수수료를 분담할 용의가 있다고 한다.
■"소비자 반대, 사회적 합의 필요"
시민 반응은 대체적으로 부정적이다. 소비자 손옥민씨(54.여)는 "수중에 현금이 없어 카드로 구매했다면 카드사가 구매력을 높여준 것"이라며 "카드사는 소비자로부터 결제대금을 늦게 받는데 자영업자에게는 1주일 내에 돈을 지급하니 이자를 떼갈 수밖에 없지 않느냐"고 전했다. 자영업자 원진모씨(41)는 "소비 활성화가 되려면 자영업자가 카드수수료를 부담해야 한다"면서도 "수수료나 부가가치세를 인하해주면 자영업자 숨통도 트일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시립대 경영학과 윤창현 교수는 "카드수수료를 부담하고도 영업을 계속할 수 있는 자영업자들과 가격경쟁을 할 수밖에 없다"며 "카드수수료를 따로 부담시키면 소비자로부터 상당한 반대에 부딪히는 만큼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kua@fnnews.com 김유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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