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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판 붙는 정우성·하정우·김윤석, 누가 웃을까

조윤주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12.18 19:25

수정 2017.12.18 21:33

‘강철비’의 북한최정예군 정우성
‘신과함께’ 저승사자 하정우
‘1987’ 대공수사처장 김윤석
겨울시즌 한국영화 대작 3편.. 세명의 남자 주인공과 만나다
맹추위가 연일 기승을 부리지만, 극장가는 대형 한국영화 3편이 일주일 간격으로 연이어 개봉하며 후끈 달아오르고 있다. 3편 모두 높은 몸값을 자랑하는 슈퍼스타들이 총출동한 제작비 100억원 이상의 대작들이다. 각기 다른 장르여서 '빅 3' 중 어느 한 편의 우세를 점치기도 어려운 세 영화의 주인공 정우성, 하정우, 김윤석을 차례로 만났다.

‘강철비’ 정우성
‘강철비’ 정우성


올 겨울 대전에 가장 먼저 등판한 선수는 '강철비'. 지난 14일 개봉한 '강철비'는 북한 내 쿠데타가 발생하고, 북한 권력 1호가 남한으로 긴급히 내려오면서 펼쳐지는 첩보 액션 블록버스터다. 정우성은 북 쿠데타 발생 직후 치명상을 입은 북한 1호와 함께 남한으로 내려오는 최정예요원으로 분했다. '변호인'으로 1000만 감독에 오른 양우석 감독의 4년만의 신작이다.


최근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정우성은 바싹 마른 모습이었다. 이번 캐릭터를 위해 머리도 짧게 자르고 체중 감량도 했는데, 촬영 중간에 체중이 더 빠져 고생했다고 한다. 그는 '강철비'를 선택한 이유로 "시나리오를 봤을 때 기발한 상상력에 감탄했다. 끌어들이는 매력이 있었다. 북핵 이슈는 어제 오늘 일이 아니지만 아주 과감하게 다룬다. 북한 병사 캐릭터도 전형적인 이미지가 아니라 놓여진 상황에서 어떻게든 살아남으려는 인간으로 묘사하는 게 좋았다"고 했다.

그의 말대로 '강철비'는 그간 한국영화가 북한이라는 소재를 소비해왔던 것과는 다소 차이를 보인다. 사실 남과 북은 휴전상태고 북핵 실험 뉴스는 시시때때로 흘러나오지만, 그 위험도 일상이 됐다. 그렇기에 한국영화 최초로 핵전쟁을 소재로 한 '강철비'에 시선이 쏠리는 것도 당연하다. '강철비'의 영어 제목인 '스틸레인(Steel Rain)'은 실제로 존재하는 클러스터형 로켓 탄두의 별칭이다. 살상 반경이 매우 커서 전 세계 140여개국 이상이 사용 금지협약을 맺은 무기다. 이런 무기의 이름을 제목으로 한 것은 남과 북을 둘러싼 현실이 그만큼 엄중하다는 감독의 생각이 반영됐다.

한판 붙는 정우성·하정우·김윤석, 누가 웃을까


이번 영화에서 정우성이 가장 공을 들인 부분은 '북한 사투리'다. "북 정예요원이다보니 험악한 액션씬도 많았는데, 액션보다 사투리가 더 힘들었다"며 "영화 캐스팅이 확정됐을 때 '정우성이 무슨 북한군이냐. 현실적인 캐스팅을 해라'는 말도 들었다"며 웃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으로는 남한 외교안보수석 곽철우(곽도원)와 국수 먹는 장면을 꼽았다. "수갑을 서로 한쪽 손목에 차고 같이 국수를 먹는데, 곽도원이 왼손잡이라 옆에서 같이 먹는 장면으로 탄생했다. 국수를 먹으며 서로 마음의 간격이 좁아지는 장면이었는데, 둘의 관계를 규정짓는 것은 (수갑의) 짧은 사슬이구나. 그게 한반도가 놓인 상황이 아닐까라는 생각을 했다"고 전했다.

‘신과함께’ 하정우
‘신과함께’ 하정우

공교롭게도 하정우는 이번 '빅 3' 대전에 참전하는 두 편의 영화에 모두 이름을 올리고 있다. 일각에서는 '하정우 vs 하정우'라는 농담반진담반 경쟁 구도로 이야기하기도 한다.

서울 팔판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하정우는 "원래 여름에 개봉할 예정이었는데 후반 편집 과정이 생각보다 길어지다보니 미뤄졌다"며 "(두 편의 영화에 대한 감상을) 똑같다고 할 수밖에 없는 걸 이해해달라"며 크게 웃었다.

'신과함께'는 저승에 온 망자가 그를 안내하는 저승 삼차사와 함께 49일 동안 7개의 지옥에서 재판을 받으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판타지 영화로 올 최대 기대작 중 하나다. 총 제작비 400억원에 1, 2부로 나눠 시간차를 두고 개봉하는 첫 한국영화기도 하다. 주호민의 웹툰을 스크린으로 옮긴 이번 작품에는 하정우 외에도 차태현, 주지훈, 김향기, 이정재, 김해숙 등이 출연한다.

이번 영화의 백미는 7개의 지옥. 나태, 거짓, 불의, 불효 등 7가지 죄를 심판하는 지옥을 실감나게 그리기 위해 물, 사막, 구름 CG 등을 가장 잘한다는 팀에게 따로 맡길 정도로 공을 들였다. 하정우는 "언론시사 때도 20컷 정도가 미완성된 상태였다. 그날 저녁 완성한 뒤 김용화 감독이 '할 만큼 했다'고 단톡방에 올렸더라. 1, 2부로 나눠 개봉하는 만큼 1부가 잘 돼야 한다. 2편이 아무리 재밌어도 (1편이) 관심을 못끌면 성공 못하지 않겠나"고 털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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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려한 출연진에 최고 기술팀이 선사하는 수많은 볼거리까지 매력 포인트는 여럿이지만 아무래도 웹툰 원작은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그도 "웹툰 팬들의 실망은 당연히 이해가 된다. 웹툰과 달라진 부분 중에서도 아까운 것은 분명히 있다. 주호민 작가의 웹툰은 한국 설화를 축약해 만든거고, 영화는 웹툰을 다시 한번 축약해 만들었다. 각자 독립적 매력이 있으니 귀엽게 봐줬으면 좋겠다"며 너스레를 떨었다.

죽음 뒤 저승에서 생전의 죄를 심판받는다는 '신과함께'를 촬영하며 그가 가장 많이 생각한 단어는 '용서'다. "죽어서 후회해봤자 늦은 일이다. 살면서 뭔가 관계를 회복할 수 있는 노력을 한다면 후회없는 생이 되지 않을까 싶었다"고 했다.

‘7개의 지옥 중 그 자신이 통과못할 것 같은 곳은 어디냐'는 질문에 "'나태' 빼고 다. 직업이 그래서 본의 아니게 부지런할 수밖에 없는 삶을 살고 있다"며 크게 웃었다.

‘1987’ 김윤석
‘1987’ 김윤석

"책상을 탁! 치니 억! 하고 죽었습니다." '5공 시대'를 상징하는 한 문장이다. 영화 '1987'은 1987년 1월 스물두살 대학생 박종철이 경찰 조사 도중 사망하고 사건의 진상이 은폐되자 진실을 밝히기 위해 용기냈던 사람들의 가슴뛰는 이야기를 다룬 영화다.

하정우, 유해진, 김태리, 박희순, 이희준 등 등장인물들이 바톤 터치하듯 차례로 등장하는 이 영화에서 김윤석은 '거대한 악'으로 영화 전체를 이끈다. 독재정권이 빚어낸 폭력의 정점에 선 대공수사처장을 맡은 김윤석은 이번에도 악랄한 악역이다. 평안남도 지주 집안 출신으로 6.25가 나던 해 월남해 대공수사처장까지 오른 실존 인물 '박 처장'으로 분한 김윤석은 고문 등 수단을 가리지 않는 집요한 수사력으로 정권의 충실한 하수인 역할을 한다.

서울 소격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그는 "박종철 열사의 고등학교 2년 후배다. 당시 신문에서 봤던 '탁 치니 억하고 죽었다'는 대사를 내가 하게 될지 몰랐다. 사실 올해가 박종철 열사 사망 30주기다. 부산에서 열린 행사에서 유족을 만나서 영화에 대해 미리 얘기하고 허락을 구했다. 그때 악역을 맡았다고 털어놨더니 그 분들이 더 많이 걱정하더라"고 했다.

뜨거운 마음으로 영화를 만들었기 때문일까. 장준환 감독을 비롯해 출연배우들이 눈물을 흘리는 모습이 자주 포착됐다. 이날 인터뷰에서 김윤석도 갑자기 감정이 북받치는 듯 눈시울을 붉혔다. "눈물이 안 날 수가 없다. 그 시절 대학생이었으니까. 그렇잖아요. 누구는 어른이 되어서 이렇게 그 시절을 얘기하고, 누군가는 거기서 멈췄으니까"라며 씁쓸해했다.

한판 붙는 정우성·하정우·김윤석, 누가 웃을까


수많은 악역을 맡아온 그이지만 남영동 고문실 촬영은 그에게도 아주 힘들었다고 한다. "고문을 받은 유해진씨를 회유하는 장면인데, 고문실을 들어가는 순간 정신이 아주 이상해지더라. 촬영장이지만 실제로 본다는 것 자체가 충격이었다"고 했다.

'악역은 그만하고 싶지 않냐'고 묻자 의외로 "끝까지 해보려 한다"는 답이 돌아왔다.
"한국 배우 중에 가장 다양한 악역을 만들어가는 듯하다. 단순한 악역이 아니라 각자 다른 존재감이나 상징하는게 있으니까 오히려 재밌다"며 웃었다.
그러면서 "시사회 때 처음 완성본을 봤는데 마음 속에 자부심이 치솟더라. 올 연말 마지막 한국영화로 가장 유익하고 의미있는 시간을 드릴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yjjoe@fnnews.com 조윤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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