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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장칼럼] 중국몽, 힘만 앞세워선 ‘일장춘몽’

오승범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12.19 16:59

수정 2017.12.19 16:59

[차장칼럼] 중국몽, 힘만 앞세워선 ‘일장춘몽’

우리나라는 중국과 역사적으로 스킨십(?)이 강했다. 중국 당나라 때 편찬된 역사서 '북사(北史)' 고구려전에는 552년 고구려 양원왕이 유민 송환을 요구하는 북제 사신 최유에게 가격 당했다는 일화가 전해진다. 용상에서 떨어질 정도였다니 충격이 컸던 모양이다. 1343년 고려 충혜왕은 원나라 사신 타적에게 구타를 당하면서 이국 땅으로 압송됐다. 조선 초기인 1393년, 명나라에 사신으로 간 사은사 이염은 황제인 주원장에게 몽둥이로 맞아 생사를 헤맸다. 똑바로 꿇지 않고 머리를 구부렸다는 게 이유다.
시간의 더께를 걷어내면 우리나라 관료부터 왕까지 중국의 격한 린치를 몸소 체험했다.

역사는 반복된다고 했던가. 1992년 국교정상화 이후 중국발 강렬한 손맛(?)이 되살아나고 있다. 중국 공안이 2002년 한국 외교관에 이어 2005년 기자회견 중인 국회의원들을 폭행했다. 2007년에도 우리 외교관이 같은 일을 겪어 떠들썩했다. 최근 대통령 방중 기간에도 일어나선 안 되는 불상사가 터졌다. 진상을 규명해야겠지만, 엄연히 중국땅을 밟은 VIP 인근에서 일행에게 벌어진 일이다. 세계사를 통틀어 외교행보 과정에서 일방적 폭행이 반복되는 전례는 찾기 어렵다. 죽마고우도 이 정도면 의절감이다. 이는 중국 저변에 깔린 역사적 인식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미.중 정상회담에서 "한국은 중국의 일부였다"는 시진핑의 발언이 대표적이다. 우리나라 사신이 중국 황제에게, 왕은 중국 사신에게 고초를 겪을 정도였으니 그들 시각에선 무리는 아니다.

그러나 미래지향적 국가관계와 중국 발전에도 패착이 될 수 있다. 중국 고대사에서 300년을 넘긴 통일왕조는 없다. 최대 전성기를 누린 당나라도 289년(618~907년)으로 300년을 넘기지 못했다. 500여년을 이어간 조선 왕조의 절반 수준이다. 그만큼 중국 역대 왕조의 흥망성쇠는 상대적으로 짧았다. 왕조 수명이 단축된 데는 함량미달의 '소프트파워'가 한몫했다. 군사력 등 물리적 힘을 키워 굴복시키는 '하드파워'엔 능했지만, 대국다운 면모로 주변국의 존경심 등을 이끌어내는 동력은 약했다. 현재 중국의 모습도 크게 다르지 않다. 국회의원, 외교관 등 가리지 않고 폭행의 대상이 되고 있다. 한국의 '간어제초(間於齊楚)'의 심정을 아는지 모르는지 거칠 게 없다.

중국이 2050년 미국에 맞서는 세계 최강국이 되겠다고 선언한 것은 여전히 하드파워가 잣대인 듯싶다. 하지만 패권국가는 단순히 힘만으로 되는 게 아니다. 물리적으로 고개를 숙이게 할 순 있어도 마음을 얻진 못하기 때문이다.
미국을 뛰어넘는 초강대국으로 도약해 세계 질서의 패권을 움켜쥐려는 '중국몽(中國夢)'은 소프트파워 축적 없이는 한낱 일장춘몽에 지나지 않는다. 미국이 100년 가까이 공들여 온 탑을 30여년 내에 쌓기 위해선 더욱 그렇다.
이제는 대륙 국가의 손맛이 아니라 소프트파워를 보고 싶다.

winwin@fnnews.com 오승범 산업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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