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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중앙은행들, 빅데이터·AI 활용해 통화정책 결정

박종원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12.19 17:04

수정 2017.12.19 17:04

빅데이터 핵심자료 활용 중앙은행 50곳 중 35% 응답
세계 중앙은행들, 빅데이터·AI 활용해 통화정책 결정

세계 각국의 중앙은행들이 제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새로운 정보기술(IT) 도입을 서두르고 있다 . 빅데이터, 인공지능(AI) 등을 활용하면 각종 정책을 결정할 때 전통적인 통계나 설문조사가 놓쳤던 흐름을 잡아낼 수 있다는 기대 때문인데 오히려 '가짜뉴스' 같이 불순한 자료들이 정확한 판단을 방해할 수도 있다는 우려도 존재한다.

18일(이하 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국제 50개 중앙은행 관계자들을 상대로 실시한 설문 결과 정책 결정 및 감독에서 빅데이터(디지털 환경에서 발생하는 대규모 데이터)를 핵심 자료로 사용한다고 밝힌 응답자는 올해 약 35%로 집계됐다. 해당 비율은 지난해만 해도 20% 초반에 머물렀다.

■빅데이터. AI로 정밀 분석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 산하 뉴욕연방은행은 지난 2016년 4월부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예측하는 '나우캐스팅'이라는 예측 모델을 제공하고 있다. 나우캐스팅은 빅데이터 분석기술을 사용해 고용시장, 물가추이, 수출입 변화 등 방대한 경제 영역을 관측하면서 이를 바탕으로 1주일 단위로 GDP 전망치를 계산한다.

다른 중앙은행들도 신기술 도입에 관심이 많다.
중국 인민은행은 지난 5월 15일 발표에서 금융과기위원회를 설치해 핀테크 산업을 감독하는 한편 빅데이터와 AI, 클라우드 컴퓨팅 기술을 적극 활용해 서로 다른 업종 및 시장간 금융리스크를 예방하겠다고 밝혔다. 일본은행은 이미 2013년부터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GDP 예측을 강화하고 있다. 하야시 요시마사 일본 문부과학상은 지난달 연설에서 당국이 설문조사에 의존하지 말고 빅데이터를 활용해 달라고 촉구했다.

이외에도 유럽중앙은행(ECB)을 비롯한 인도, 영국, 러시아, 싱가포르 등의 중앙은행들은 자금시장의 거래 현황을 토대로 대안적인 기준금리를 만들거나, 소셜미디어 및 뉴스 사이트를 이용해 시장의 금리 전망을 확인하고자 빅데이터 및 AI 기술을 활용하고 있다.

■가상화폐까지 확대, 신중론 고개 들어

중앙은행들의 신기술 연구는 최근 가상화폐로까지 뻗치는 분위기다. 인민은행은 이미 2014년부터 정부 주도의 법정 가상화폐 발행을 검토해 왔다.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연합(UAE) 중앙은행들은 이달 파트너십을 맺고 국제 무역에 쓰이는 가상화폐 발행을 추진하기로 했다. 세계 최대 가상화폐 지갑 플랫폼 업체인 블록체인의 피터 스미스 최고경영자(CEO)는 18일 미 경제전문방송 CNBC에 출연해 비트코인이 이미 공급량으로 세계 30대 화폐 안에 들었다고 강조했다. 그는 "내년부터는 중앙은행들도 디지털 가상화폐를 보유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물론 신기술 도입에 대한 신중론도 적지 않다.

마리오 드라기 ECB 총재는 지난 10월 발표에서 "사람들은 새로운걸 보면 대단한 기대와 함께 대단한 불확실성을 생각하게 된다"며 가상화폐가 "아직까지 우리가 검토하기에는 성숙하지 않다고 본다"고 말했다.
지난달 ECB의 베노이트 쿠에르 정책위원은 소셜미디어나 뉴스에서 흘러나오는 빅데이터들이 위험성을 지적했다. 그는 "소셜미디어에 넘쳐나는 가짜뉴스들을 보고 있으면 공공 통계 작성에서 이러한 가짜 혹은 질이 떨어지는 자료들이 더 나은 자료들을 몰아낼 위험이 있다"고 밝혔다.
인도네시아 중앙은행의 야띠 꾸르니아띠 통계국장은 "기계가 많은 정보를 골라낼 수 있지만 정확한 맥락을 이해하려면 역시 사람의 눈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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