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경제

EU "中, 국가개입으로 시장 왜곡"…미국에 이어 대중국 반격 나서나

조창원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12.22 14:42

수정 2017.12.22 14:42

【베이징=조창원 특파원】미국에 이어 유럽연합(EU)도 중국 경제가 국가개입에 의해 왜곡된 시장경제를 표방하고 있다며 발끈하고 나섰다.
21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EU의 행정부 격인 집행위원회는 지난 20일 EU 최대 수입국인 중국에 대한 2년간의 조사 결과를 담은 보고서를 발간하고 중국 공산당의 개입으로 시장 왜곡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EU 집행위는 이날 무려 465쪽 분량에 달하는 보고서에서 중국 공산당이 "엄격하고 왜곡된" 금융 시스템에 속한 금융기관을 도구로 모든 경제 현안을 결정하고 통제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국가개입 中경제구조에 서구의 반격
이번 보고서는 EU 집행위가 EU에 터무니없이 싼 가격에 상품을 수출하는 국가를 겨냥, 역내 제조업자들을 보호하기 위해 새로운 반덤핑 규정을 발효한 상황에서 발간됐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이날 보고서에는 중국 정부의 시장 '왜곡'과 '개입'이라는 표현이 각각 92차례와 95차례 사용됐다. 시장자율 기능에 따라 수급조절이 이뤄지는 서구와 달리 중국의 경우 정부 개입을 통해 왜곡된 시장질서를 낳고 있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 보고서는 우선 중국 정부의 첨단산업 부문 자국 기업에 대한 과도한 특혜 문제를 꼬집었다.

중국 정부는 지난 2015년 내놓은 중국제조 2025 계획에 따라 오는 2025년까지 반도체와 인공지능(AI), 로봇, 전기차 등 10대 첨단산업 부문에서 대표 기업을 키우겠다는 방안을 발표한 바 있다. 이를 계기로 중국 정부는 자국 기업에 수십억달러의 보조금과 각종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보고서는 이같은 중국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과 개입을 통해 중국 국내 기업들이 저가 또는 무상으로 부지를 제공받고 저렴한 전력과 낮은 금리에 사업자금을 지원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또한 철강, 알루미늄, 화학약품 등의 분야에서 중국 정부의 개입이 어떻게 생산과잉으로 이어지고 있는지에 대해서도 분석했다.

집행위는 이번 중국 보고서를 시작으로 덤핑판매 등 가격 왜곡이 발생하는 국가와 산업 분야에 대한 보고서를 발표할 예정이다. 통신은 다음 타깃으로 러시아를 꼽았다.

이날 보고서는 미국이 지난 18일(현지시간) 새 국가안보 전략을 통해 중국을 '경쟁자' 명시하면서 중국과 무역전쟁도 불사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한 데 이어 발간됐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서구잣대로 중국평가 말라"
중국 당국은 서구 선진국들의 잇단 중국 경제에 대한 공세에 대해 필요한 조치를 동원해 맞서겠다는 입장이다.

EU 집행위의 이번 보고서에 대해 가오펑 중국 상무부 대변인은 기자회견에서 유럽의 표준을 중국에 강요하지 말 것을 촉구했다.

국가별로 고유의 발전모델을 선택할 권리를 국제사회가 서로 존중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가오 대변인은 중국이 중국 특색 사회주의 시장경제체제를 만들어 중국경제 발전의 양상과 부합하게 발전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중국은 유럽과 양호한 경제무역관계가 지속되기를 희망한다면서도 유럽의 공세가 본격화될 경우 합법적 권익을 위해 필요한 조치를 취해나갈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중국은 최근 미국의 전략보고서에 대해서도 강경론으로 맞서겠다는 의지를 피력한 바 있다.


주미 중국대사관 대변인은 "미중 양국이 협력하면 함께 승리하겠지만 대립하면 모두 패배할 것"이라고 경고한 데 이어 중국 주요 관영매체들도 미국 정부가 중국을 압박할 경우 중국도 반격에 나설 수 있다고 주장했다.

jjack3@fnnews.com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