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일반경제

[개혁과 도약 2018 경제진단] "반도체 빼곤 경제전반 안좋아…작년보다 성장 둔화 가능성"

장민권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1.01 15:09

수정 2018.01.02 14:59

[2018 신년경제진단] 5대 경제연구원장 초청 
"규제완화·노동개혁 통해 양질의 민간 일자리 마련해야"
파이낸셜뉴스는 5대 경제연구원장 초청, '2018년 경제진단' 신년좌담회를 개최했다. 지난해 12월13일 서울 명동 은행회관 뱅커스클럽에서 진행된 좌담회에 앞서 김주현 파이낸셜뉴스 사장, 이동근 현대경제연구원장, 김준경 전 한국개발연구원장, 권태신 전경련 상근부회장 겸 한국경제연구원장, 신성환 한국금융연구원장, 김동열 중소기업연구원장(오른쪽부터)이 담소를 나누고 있다. 사진=서동일 기자
파이낸셜뉴스는 5대 경제연구원장 초청, '2018년 경제진단' 신년좌담회를 개최했다. 지난해 12월13일 서울 명동 은행회관 뱅커스클럽에서 진행된 좌담회에 앞서 김주현 파이낸셜뉴스 사장, 이동근 현대경제연구원장, 김준경 전 한국개발연구원장, 권태신 전경련 상근부회장 겸 한국경제연구원장, 신성환 한국금융연구원장, 김동열 중소기업연구원장(오른쪽부터)이 담소를 나누고 있다. 사진=서동일 기자
한국 경제가 2018년에도 3%대 성장을 지속할 수 있을까. 지난해 한국 경제는 '가시밭길'이라던 연초 전망이 무색할 정도로 호조세였다. 수출은 거침없는 증가세였고, 자본시장 역시 높은 상승세였다.
그러나 올해는 경제를 위협할 '복병'이 많다. 반도체가 외로이 이끄는 수출과 설비투자 증가세는 언제 꺼질지 모른다. 그마저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빼면 착시에 따른 부풀려진 증가세다. 미국이 본격적으로 금리인상 기조에 속도를 내면서 가계부채 부실, 외국인자본 유출 우려는 한층 커지고 있다. 중국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보복,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 북핵리스크 등 지난해 우리 경제를 뒤흔든 불확실성도 여전하다. 반면 문재인 정부가 대표정책으로 밀고 있는 '일자리 창출' 정책의 가시적 효과는 여전히 요원하다. 이에 파이낸셜뉴스는 지난달 13일 서울 명동 은행회관 뱅커스클럽에서 국내 5대 경제연구원 원장을 초청, '2018년 한국경제' 좌담회를 개최했다. 권태신 전경련 상근부회장 겸 한국경제연 원장, 김준경 한국개발연구원(KDI) 원장, 이동근 현대경제연구원 원장, 신성환 금융연구원 원장, 김동열 중소기업연구원 원장이 참석했다. 현대경제연구원장을 역임한 김주현 파이낸셜뉴스 사장이 사회를 맡았다. <편집자>


■ 참석자
김주현 파이낸셜뉴스 사장(사회)
---------------------
권태신 전경련 상근부회장 겸 한국경제연구원 원장
김준경 한국개발연구원(KDI) 원장
이동근 현대경제연구원 원장
신성환 한국금융연구원 원장
김동열 중소기업연구원 원장
김주현 파이낸셜뉴스 사장
김주현 파이낸셜뉴스 사장
― 김주현 파이낸셜뉴스 사장=2018년에는 개도국으로 경기 회복의 온기가 확산되면서 세계경제가 좋아지지 않을까 하는 기대가 있다. 올해도 선진국이 선도하는 경기회복세가 이어질 수 있을까.

▲김준경 한국개발연구원(KDI) 전 원장=미국 경제는 올해도 성장세가 꾸준하게 회복될 것이다. 양적완화로 대표되는 경기부양 정책과 가계부채 디레버리지(부채축소), 부실채권 정리가 잘 결합돼 효력을 발휘하고 있다. 이로 인해 구조조정이 일정부분 성공하면서 경제가 회복됐다. 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개인 소득세와 법인세 감세 정책이 의회 문턱을 넘어면서 물가와 금리가 오르고 내수경기 확대되는 등적어도 중단기적으로는 성장률이 올라갈 것으로 본다. 유로존의 경우에도 스페인은 부실채권 정리와 노동시장 개혁이 상당히 잘 이뤄지면서 늪에서 빠져나오고 있다. 나머지 유럽국가들도 시차를 두고 최근 20년 만에 현저하게 회복되는 모습이다. OECD(경제협력개발기구)에서는 내년도 경기 특징을 '싱크로나이제이션'(동조화)이라고 보고 있다. 선진국이 호조를 보이며 수요가 증가하자 신흥국들의 수출과 생산 늘며 경기가 회복되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교역량이 확대되면서 우리나라의 전반적인 수출 증대에도 굉장히 기여할 것으로 생각한다.

▲권태신 한국경제연구원장=세계경제는 여러가지 좋은 측면들이 예상되고 있다. 그러나 걱정되는 건 미국이 예루살렘을 이스라엘의 수도로 선언하면서 중동정세의 혼란이 확산될 가능성이다. 석유 가격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본다. 당면한 북한 핵문제는 우리나라 뿐 아니라 전세계에도 여전히 큰 문제가 될 것이다.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도 어느정도 진정되는 국면이긴 하지만 아직도 불투명한 상황이다. 또 미국이 금리를 올리고 법인세를 대폭 낮추면서 돈이 미국으로 빠져나갈 것이란 우려도 있다.

우리 경제는 대외 무역의존도가 80%가 넘고, 자체적으로 생산하는 자원도 없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 경제는 세계경제에 가장 민감하다. 2017~2018년은 우리 경제가 한단계 업그레이드 할 수 있는 최고의 기회인데, 우리가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는 우려가 든다.

▲신성환 한국금융연구원장=각 국가들이 엄청난 부채를 갖고 있어서 전세계 경제는 장기적으로는 매우 암울하다. 하지만 2019년까지 단기적으로는 상당히 좋다는게 전반적 컨센서스(공통된 견해)인 듯 보인다. 그동안은 엄청나게 풀린 유동성의 힘으로 경제를 한 단계 상승시키는 형국이었는데, 많은 국가들이 스스로 성장세를 지속하는 정책으로 전환하고 있다. 유동성의 힘으로 미국에서는 100개월 호황이 지속되고 있고, 그로 인해 투자심리가 굉장히 살아났다. 그러면서 위험선호 심리가 더 강화되고, 풍부한 유동성이 신흥국으로 흘러오기 시작했다. 올해도 신흥국 경제 호조가 지속될 것이다. 그밖에 미국의 감세정책이나 중국의 일대일로 정책 등도 올해 세계경제 호조를 지속시키는 요인이 될 것으로 본다.

▲이동근 현대경제연구원장=세계경제는 전반적으로 괜찮은데, 지역별로 보면 선진국은 회복세가 약간 둔화되고 신흥국은 회복세가 좀 더 높아질 것으로 생각한다. 평균적으로 지난해보다 소폭 좋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은 개인소득세와 법인세를 감세하면서 투자와 경제활성화 분위기가 계속 이어지고 있다. 올해 미국 성장률은 2.3%로 예상돼 지난해 2.2%보다 더 회복될 것이다. 유로존은 아무래도 브렉시트 협상이나 남유럽 은행 리스크 등으로 성장세는 올해보다 좀 둔화될 것으로 본다. 일본은 임금상승 및 소비부진으로 여전히 회복세가 약하다. 중국 역시 지난해보다 성장세가 약화되는데 인도, 브라질, 러시아가 올해보다 회복되면서 전세계적으로는 올해보다는 세계경기는 더 회복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한다.

▲김동열 중소기업연구원장=올해는 브릭스(브라질·러시아·인도·중국·남아프리카공화국)가 전체적으로 좋다. 국제유가가 50달러선을 회복하면서 러시아, 브라질 등 자원부국에 영향을 미칠 것이다. 미국은 100개월 연속 경기확장이 지속되고 있다. 결국 내년까지는 미국 경기가 계속 갈 것으로 본다. 그러면 선진국과 개도국 경기는 모두 내년까지는 전반적으로 좋아질 것이다.

파이낸셜뉴스는 5대 경제연구원장 초청, '2018년 경제진단' 신년좌담회를 개최했다. 지난해 12월13일 서울 명동 은행회관 뱅커스클럽에서 진행된 좌담회에서 김주현 파이낸셜뉴스 사장, 이동근 현대경제연구원장, 김준경 전 한국개발연구원장, 권태신 전경련 상근부회장 겸 한국경제연구원장, 신성환 한국금융연구원장, 김동열 중소기업연구원장(오른쪽부터)이 내년도 한국경제에 대해 의견을 나누고 있다. 사진=서동일 기자
파이낸셜뉴스는 5대 경제연구원장 초청, '2018년 경제진단' 신년좌담회를 개최했다. 지난해 12월13일 서울 명동 은행회관 뱅커스클럽에서 진행된 좌담회에서 김주현 파이낸셜뉴스 사장, 이동근 현대경제연구원장, 김준경 전 한국개발연구원장, 권태신 전경련 상근부회장 겸 한국경제연구원장, 신성환 한국금융연구원장, 김동열 중소기업연구원장(오른쪽부터)이 내년도 한국경제에 대해 의견을 나누고 있다. 사진=서동일 기자

―김 사장: 세계경기 회복세를 가로막는 '걸림돌'도 배제할 수 없다. 유동성 회수에 따른 금리인상 기조가 경기를 위축시킬 가능성은 없을까.

▲신 원장=시장에서 보는 최대 위험요인으로는 미국의 금리인상이 예상보다 빠른 속도로 진행될 가능성일 것이다. 금리인상 속도가 완만할 것으로 예상하고 모든 자산가격이 거기에 맞춰져있다. 미국의 실업률이 굉장히 낮은 수준까지 간 상태에서 임금 상승이 생각보다 빨리 진행되고 인플레이션이 높아지면서 금리인상을 완만하게 진행할 수 없는 상황이 되면 굉장히 큰 쇼크가 올 것이다. 달러 스퀴즈(급격한 이탈) 현상이 나타나고 경제가 급격하게 식을 가능성이 있다. 다만, 투자자 성격을 생각하면 우리나라에서 대규모 자금유출이 있을 우려는 크지 않은 것 같다. 우려되는 부분은 경기에 민감한 IT(정보기술) 산업이 올해 우리나라 수출을 거의 주도했는데, 전세계 경제가 빠른 속도로 식어갈 경우 경기에 굉장히 민감한 IT 산업이 직접적으로 타격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 경우 우리 경제 회복세가 큰 폭으로 꺾일 가능성이 있다.

― 김 사장=미국과 FTA(자유무역협정) 재협상이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어떻게 보는가.

▲김준경 전 원장=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미국의 경기는 회복됐지만 소득분배는 지속적으로 악화되면서 현재 미국의 소득불평등은 역사상 최악이다. 2000년대 들어 미국이 제조업 부문에서 약 500만명이 탈락(실업)이 됐다. 상당 부분이 중국과의 무역에서 기인한 것이다. 이렇기 때문에 대중국 불공정무역 제재가 하나의 큰 이슈가 된 것이다. 실제로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무역불균형이 리밸런싱(재조정) 되면서 미국의 무역적자가 주는 등 큰 그림으로는 성공했다. 중요한 건 미국의 대중국 무역적자는 오히려 늘어났다는 것이다. 올해 미국과 중국의 통상 문제를 상당히 걱정했는데 예상보다는 트럼프의 보호무역주의 기조가 공약에 비해서는 다소 온건한 방향으로 전개되고 있다. 나프타(북미자유무역협정) 탈퇴를 철회했고,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중국에 대한 반덤핑 관세, 상계관세, 세이프가드 구제조치는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덩달아 얻어맞고 있는 것이다. 미국의 소득분배 악화, 러스트벨트(쇠락한 공업지대) 지역의 정치적 압박 등으로 무역제재가 계속되면서 무역위축 현상이 재발해 세계경제의 회복세가 한풀 꺾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권 원장=트럼프 대통령이 한미 FTA 재협상을 장난삼아 하는 것이 아니라 폐기까지 생각한다는걸 워싱턴 정가에 밝은 사람들이 이야기하고 있다. 우리 연구원에서 추정했을 때 한미 FTA 재협상 시 5년간 수출 손실액 최대 17조원 된다. 우리에게 굉장히 큰 문제가 될 수 있다. 중국의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문제도 완전히 풀린게 아니다. 중국이 우리한테 눈에 보이지 않는 무역제재는 앞으로도 계속 걱정꺼리가 될 것이다. 북한 핵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사드 문제 해결되지 않는 한 계속 있을 문제다. 우리 경제에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이동근 현대경제연구원장
이동근 현대경제연구원장
― 김 사장=아무래도 중국에 나가있는 기업들이 사드 영향을 많이 받을 것 같다. 중국과의 교역 정상화 여부는 어떻게 보는가.

▲김동열 원장=올해는 한중관계가 최악의 상황에서 좀 벗어날 것으로 본다. 시진핑 주석도 집권 2기에 접어들면서 권력관계가 안정화됐고, 우리도 국가 리더십 공백이 해소됐다. 한중관계 악화에 따른 현지에 진출한 많은 우리 기업들의 손실은 올해보다 줄어들 것으로 본다.

▲이 원장=경제적으로 사드 갈등 영향이 사실 지난해 우려보다는 크지 않았다. 우리나라가 수출하는 건 대부분 반도체, 산업재 등 중간재가 많아 큰 영향은 없다. 아무래도 관광객들이 줄면서 내수경기는 좋지 않았지만 실제로는 면세점 매출이 거의 줄지 않았다. 사실 우리가 계속 엄살을 떨었지만 경제적으로는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은 것이다. 올해 대중국 수출액수는 크게 나빠지지 않고 좋아질 것으로 본다. 지난해보다는 대중국 교역이 좀 괜찮을 것 같다.

― 김 사장=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영향에 대해 짚는다면.

▲신 원장=브렉시트가 유럽에 미치는 영향보다는 영국에 미치는 영향이 더 크다. 우리 경제가 받는 영향은 상당히 제한적일 것이다. 다만 영국의 금융중심지로서의 기능이 상당부분 유럽쪽으로 넘어가는 건 거꾸로 긍정적인 부분으로 본다.

― 김 사장=국내 경제로 가보자. 우선 문재인 정부가 집권 2년차를 맞이한다. 지난해 5월 새 정부 출범 이후 우리 사회가 참 많은 모습들이 변화한 것 같다. 2018년 한 해를 시작하면서 새 정부 출범 이후 표면적으로는 좋은 성과를 냈다. 2017년 3%대 성장률을 달성했고, 2018년 1인당 국민소득(GNI) 3만 달러 진입 할 걸로 기대하고 있다. 단지 우려되는 건 '양질의 일자리'는 늘지 않았고, 소득증가율도 물가상승률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2017년 3%대 성장률을 달성했는데 2014년의 3.3% 경제성장률 기록한 이래 오랜만에 3% 성장률을 달성했다. 3%대 성장률의 의미를 어떻게 보는가.

▲김준경 전 원장=KDI는 지난해 성장률을 3.1%로 전망하고 있다. 탄핵 정국 등 국내 정치적 혼란, 북핵 등 위험 요인을 극복하고 전력을 다해서 달성한 성과다. 성장의 내용을 보면 세계경제 좋아지니까 수출이 주도하는 모습이다. 특히 반도체 수출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 반도체 생산기업들이 설비를 대규모로 확충하면서 설비투자가 두자릿수 증가율을 보였다. 올해도 전년 대비 14~15% 정도 증가할 것으로 전망한다. 설비투자 확대가 성장률 개선에 크게 기여했다고 본다. 그런데 우리 경제 성장이 과도하게 반도체 경기에 의존하는 모습은 우려된다. 반도체는 고용창출 효과가 작기 때문에 고용여건은 아직 가시적으로 고용이 개선되는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최근 수출이 되면서 제조업 부문에서 고용이 소폭 개선되고 있지만 서비스업 고용은 위축되면서 전체 취업자 증가폭은 30만명대에서 정체돼 있다. 이런 점에서 우리 경제 회복세가 아주 견실하다고 보긴 어렵지 않나 생각된다.

권태신 전경련 상근부회장 겸 한국경제연구원장
권태신 전경련 상근부회장 겸 한국경제연구원장
― 김 사장=2017년 5월 문재인 정부가 출범 이후 나름대로의 성장 정책들을 썼는데 실제 3%대 성장에 기여한 바가 있다고 보는가. 성장을 이끌어가는데 잘한 점을 꼽는다면.

▲김동열 원장=우리 연구원도 한국 경제가 2017년 3.1% 성장할 것으로 전망한다. 사드, 대북리스크, 국가리더십 부재 등 어려운 상황에서도 양적으로 선방했지만 질적으론 개선 여지가 있다. 철강, 화학, ICT(정보통신기술) 등 고용탄력성이 낮은 자본집약적인 제조업 중심으로 성장 흐름이 됐다. 일자리로 연결되는 건 미흡했다고 생각한다. 소비가 많이 올라가곤 있지만 아직 기대에는 미치지 못하고 있다. 이런 점에서 질적으로 개선될 여지가 있지 않나 본다. 지난해 문재인 정부가 잘했다고 보는 건 경기대응이다. 단기 경기충격을 완화하기 위해 추가경정예산(추경)을 시의적절한 시기에 여야 합의를 통해 이끌어 냈다. 경제구조라든지 체질개선은 아쉬운 부분이다. 규제개혁, 신성장동력 육성 등에서는 경황이 없지 않았나 생각한다.

▲이 원장= 우리 연구원은 지난해 3.1% 성장률을, 올해는 2.8%로 보고 있다. 지난해보다는 올해가 다소 나쁘다는 것이다. 지난해 3.1% 성장률 전망치 가운데 사실 수출의 기여도가 한 80% 된다. 정부 정책이 한 20% 정도 된다고 보는 것이 맞다. 새로운 성장동력을 창출하는 예산은 아니었지만 어쨌든 그 시기에 추가경정예산을 통해 정부 지출을 확대되면서 성장에 기여했다. 처음에는 소득주도성장만 갖고 나오다가 최근 혁신성장이 부각되면서 약간 균형을 이뤘다는걸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큰 정부 기조에서 정부 지출을 늘리며 경기부양 효과를 냈다. 보완해야 될 점은 아무래도 규제완화다. 기존 기득권 세력이나 집단이기주의를 타파못하고 계속 끌려다녔다. 노동개혁도 안됐다. 사실 산업구조조정은 경기가 좋을 때 해야 한다. 구조조정이 고용 감소를 수반한다고 미리 전제하다보니 아무도 구조조정에는 신경쓰지 않았다.

▲권 원장=경제 착시현상이 심각하다. 반도체하고 석유화학 등 일부 업종을 제외하고 경제 전반으로는 좋은 게 아니다. 2017년 3·4분기까지 전체 상장사 525개사 영업이익이 120조5000억원이다. 전년 동기 대비 26조1000억원 증가인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이익분을 빼면 1000억원 밖에 남지 않는다. 언제 가라앉을지 모르는 반도체에 너무 의존하고 있다는 것이다. 반도체 수출을 빼면 나머지는 다 마이너스다. 어떤 의미에서는 과거 외환위기 때와 상황이 비슷하다. IMF 위기 전에 93년부터 3년간 반도체 호황이 있었고. 1995년에는 수출 1000억달러를 달성했다고 엄청나게 경제가 좋다고 얘기했었다. 1995년에는 신용평가사 S&P가 한국 신용등급을 상향 조정했다. 외환위기가 한창 진행되고 있던 1997년 6월에는 주가 종합지수가 800에 육박했다 확 떨어져버렸다. 이런 걸 생각할 때 지난해 잘했다고 이야기하는 건 문제가 있다. 과거 정부별로 보면 우리나라는 세계경제 성장률보다 계속 떨어지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 우리가 세계경장률에 비해 못하고 있는 건데, 착각하면 안된다. 정부에서 잘한 건 중소벤처기업을 어느 정도 지원한 것이다. 그러나 기본적으로 일자리를 만들고 생산하고 투자하는건 기업인데 기업인들을 아주 불안하게 하고 있다. 어떤 의미에서는 코너에 집어넣고 있는 것이다. 많은 조치들이 기업 환경 개선에는 좋지 않다. 최근 법인세 인상도 세계 전체 추세와 거꾸로 가고 있다. 최저임금 인상, 근로시간 단축, 통상임금,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 등으로 당장 한해에만 기업에 50조원 가량의 부담을 주고 있다. 중요 정책을 결정할 때도 노조 이야기를 많이 듣고, 기업 측 이야기는 듣지 않는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백악관 경제자문회의 위원장에 기업 연구소장을 임명했고, 측근들도 전부 기업인들이다. 일본은 아베 총리가 경제단체연합회(경단련)을 경제자문회의에 참석시키고 있고, 법인세 인하도 같이 논의한다. 제일 중요한 일자리를 만들고 생산, 투자하는 주체가 기업인데 기업인들의 사기를 꺾는 여러 조치가 너무 심했다는 점에서 걱정이 든다.

김준경 전 한국개발연구원장
김준경 전 한국개발연구원장
― 김 사장=올해 경제성장률, 민간소비, 건설투자, 설비투자 전망을 구체적으로 수치로 제시한다면.

▲신 원장=우리나라 경제에서 민간소비 증가율이 3%를 상회하는 숫자는 앞으로 굉장히 보기 어려울 것 같다. 또 우리나라는 수출 관련 산업집중도가 너무 높다. 외국인들이 볼 때 우리나라를 가장 경기순환적 경제로 본다. 대외환경에 따라 우리 경제가 확 바뀔 가능성이 크다고 보는 것이다. 구조적으로 민간소비가 우리나라 성장을 주도하기는 굉장히 어렵다. 지난해 건설투자가 상당히 부진할 걸로 봤는데 실제 굉장히 높았다. 건설투자가 지난해 경제성장에 기여한 바가 절반에 달한다. 이런 기조가 올해도 지속되기는 굉장히 어려울 것이다. 건설투자나 설비투자가 2017년 수준을 유지하지 못하면 3% 이상 성장률을 우리가 예상하기는 굉장히 어렵다. 수입보다는 수출 부문 증가할 것으로 본다. 순수출이 기여하는 바는 2017년보다 약간 증가할 것으로 예상한다.

▲김준경 전 원장=올해 2.7% 성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설비투자는 지난해 14.7%, 올해 3.0%을 예상한다. 가장 큰 이유는 제조업 가동률이 글로벌 위기 이후 아주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다. 반도체 등 일부 품목만 투자하고 있기 때문이다. 건설투자는 지난해 7.2%. 올해 0.4%로 전망한다. 택지 공급이 제약돼 있기 때문에 더이상 택지공급이 어려운 상황이다. 가계부채 문제나 부동산 관련 규제로 수요 측면도 어렵다. 건설투자 마이너스 성장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수출도 반도체 너무 의존하고 있다. 만약 반도체 가격이 떨어졌을 때 리스크가 상당하다. 경계를 해야 한다. 중국 시진핑 집권 2기 체제는 현재 10%대인 중국의 반도체 자급률을 2025년에는 70%까지 올리겠다는 반도체 굴기를 선언했다. 중국이 지금은 삼성전자, SK하이닉스에서 반도체를 수입하지만 7년 후에는 거의 스스로 공급할 것이다. 영업이익도 거의 삼성전자, SK하이닉스에서 나오고 있다. 요즘 국내 M&A(인수합병) 시장에 반도체 업체들이 매물로 나오고 있다. 결국 반도체 호황을 누리는 것은 몇몇 소수기업에 불과하다. 우리 경제는 대외의존도가 매우 높기 때문에 예상을 하회하는 성장경로를 보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 원장=올해 2.8%를 예상한다. 건설투자와 설비투자가 매우 좋지 않다. 지난해 좋은 건 이미 2015~2016년 수주를 받은 것이다. 사실 2016~2017년 신규건설 수주와 공급 투자면적이 마이너스였다. 올해는 건설투자 성장률을 1.0%로 보고 있다. 우리 경제는 상반기는 좋지만 하반기로 갈수록 나빠지는 '상고하저'를 보일 것으로 예상한다.

▲권 원장=올해 2.7% 성장을 전망한다. 설비투자 증가율이 지난해 12.2%에서 올해 2.4%로 떨어진다. 건설투자는 부동산 규제 등의 영향으로 마이너스(-)0.8%를 기록할 것으로 본다. 올해는 원화 강세 기조가 예년에 비해 더 심한 가운데 국제유가와 시장금리가 올라가면서 가계부채 문제 등으로 내수가 어려울 거다. 가장 큰 문제는 법인세나 최저임금 인상 등 기업부담 증가로 기업이 해외로 나가서 국내 투자와 고용에는 다소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김동열 원장=2018년 3.1% 성장을 전망한다. 소득주도성장의 효과가 올해 좀 드러나면서 소비기여도가 괜찮을 것으로 본다. 순수출 기여도도 지난해 마이너스에서 내년 플러스로 전환할 것이다. 건설투자와 설비투자는 마찬가지로 낮게 보고 있다. 하지만 건설투자가 지방 선거, 평창동계올림픽 등을 감안할 때 하드랜딩보다는 소프트랜딩쪽으로 갈 것으로 보고 있다.

신성환 한국금융연구원장
신성환 한국금융연구원장
― 김 사장=일자리 창출은 더디고 가계살림은 더 팍팍해지는 모습이다. 빈부격차도 더 벌어지고 있어 우려스럽다. 소득증가율은 소비증가율보다 낮아졌다. 문재인 정부의 소득주도성장 정책의 기대효과를 어떻게 전망하나. 계속해서 지속되려면 무엇을 보완해야 하나.

▲김준경 전 원장=저성장과 소득분배 악화는 선진국과 개도국을 불문하고 전세계적인 현상이다. 전세계 모든국가가 직면하고 있는 도전과제다. 1980년대 중반 이후 세계화와 기술진보와 더불어 최근 고령화가 영향을 주면서 소득분배 악화로 나타났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에는 이 문제가 더욱 확산됐다. 전세계적으로 포용적 성장 정책에 대한 관심도 확대되는 추세에서 문재인 정부가 설정한 정책기조는 글로벌 추세에 부합한다고 생각한다. 특히 우리나라 같은 경우 지니계수를 시장소득과 가처분소득으로 두개를 비교해보면 시장소득 지니계수가 가처분소득 지니계수간 차이가 사실상 나지 않는다. OECD 국가 중 가장 미미하다. 소득재분배 효과가 낮은 상황이기 때문에 취약계층 소득을 높이는 동시에 취약계층 소득을 안정화시키는 정책이 사회적으로 요청되고 있다. 이런 점에서 문재인 정부 소득주도성장과 일자리 주도 성장은 사실상 큰 의미를 지니고 있다고 본다. 문재인 정부의 정책이 성공하기 위해선 실질적으로 취약계층을 배려하는 보다 면밀한 대책이 필요하다. 그리고 혁신적인 정책이 단순히 생산성 높이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새롭고 양질의 일자리 창출로 이어질 수 있도록 제도적 개혁도 뒤따라야한다. 우리나라는 자영업자 비중이 크다. 외환위기 이후 지난 20년간 지속적으로 분배가 악화되면서 40대 후반에서 50대 초반에 조기퇴직하면 결국은 자영업을 택하는 것이다. 자영업자들에 대한 보다 적극적 배려가 소득주도성장 성과를 이룩하는 열쇠가 될 것이다. 창업 준비를 멘토링하는 프로그램도 필요하다. KDI가 소상공인 지원정책에 대한 정책효과를 프로그램별로 분석해보니 여러 정책금융 지원정책 중 유일하게 효과가 있는 것이 멘토링 사업이었다. 컨설팅을 하면 분명한 매출 향상 효과가 있다. 이런 정책을 보완할 필요가 있다.

▲신 원장=일단 소득주도성장이라는 단어는 정책에 대한 오해를 불러일으킬 가능성이 있다. 인위적으로 소득을 올리는 것은 성장과 괴리가 있다. 성장정책보다는 분배 정책 또는 소득불균형 해소정책으로 봐야 한다. 소득주도성장의 효과 또는 척도로 고용률이나 성장률을 보는 것도 잘못됐다. 부문간 불균형이 어느 정도 개선됐는지를 측정하는 게 적정하다고 본다.

▲권 원장=일자리가 가장 중요한 문제다. 역사적으로나, 다른나라 사례로나 정부가 직접 개입해서 일자리를 늘리는 건 일시적일 뿐이고 지속불가능하다. 결국은 정부의 과다한 개입으로 인해서 성장잠재력이 줄어든다. 기업경쟁력이 떨어지게 되면 일자리는 점점 줄어들 수 밖에 없다. 이런 측면에서 공공부문 일자리 확충이나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으로는 근본적인 해결이 어렵다. 4차산업 혁명 등에 대비하기 위해서라도 지나친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 IMF, OECD 등 국제기구들이 우리나라에 대해 한목소리로 이야기하는 것이 우리나라가 노동시장의 유연성을 확보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야 기업투자가 늘어나고 새로운 기업들이 나올 수도 있다. 가장 중요한 건 전통 제조업에서는 중국과 경쟁이 안되니까 양질의 일자리를 늘릴 수 있는 병원, 학교, 컨벤션 등 서비스산업 육성 조치가 있어야 한다. 서비스업 취업유발계수는 제조업보다 두배나 높다. 우리나라 서비스 비중은 OECD 평균보다 한참 떨어진다.

▲이 원장=정부가 일자리 정책을 표방하는 건 바람직한 방향이다. 그러나 근로자 복지를 향상시켜서 소득 증가해 투자나 고용 늘리는 좋은 의미가 있지만 상대적으로는 기업에 비용 부담을 줘 투자와 고용을 줄이는 양면성이 있다.

최근 50~60대 고령자의 취업이 늘어나고 있고, 청년은 완전 마이너스다. 청년실업 문제가 훨씬 더 심각한 문제다. 현재 정부의 정책이 소위 말하는 최하등급과 바로 윗등급 간의 자원배분 문제다. 최저임금 인상해봐야 자영업자과 중소기업 모두 사회적 약자다. 이들끼리 사회적 갈등을 일으키는 셈이다. 뭔가 문제가 있다.

▲김동열 원장=공공일자리 창출은 어떻게 보면 마중물 효과다. 결국 공급 측면 경제체질을 개선하면서 생산성, 수익성이 올라가고 지불여력이 올라가 소비가 선순환되면 기업의 양질의 일자리 창출로 귀결될 것으로 본다.

김동열 중소기업연구원장
김동열 중소기업연구원장
― 김 사장=기업이 일자리를 만들어야 하고, 정부에서 하는 건 마중물 효과 정도에 주력해야 한다는 의견으로 보인다. 최근 정부는 '혁신성장'에 무게를 두고 있는 모습이다. 지난해 하반기 주식시장에서는 코스닥지수가 급등하는 등 정부의 혁신성장에 대한 기대감이 굉장히 높아지고 있다. 다만 이명박 정부의 녹색성장이나, 박근혜 정부의 창조경제처럼 일시적인 구호성 정책으로 그칠까 우려된다. '혁신성장' 정책의 성공을 위해선 보완해야 할 부분이나 주의해야 할 점을 꼽는다면.

▲신 원장=정부의 경제정책 무게중심이 소득주도성장에서 혁신성장으로 균형을 이룬 부분은 상당히 긍정적으로 본다. 하지만 혁신성장 정책은 과다한 정부자금을 투하해 자칫 중소기업의 생태계가 파괴될 가능성을 조심해야 한다. 중소기업 혁신기업과 대기업간 기울어진 운동장의 균형점을 맞춘다는 점은 좋지만 중소기업 혁신 생태계 안에서의 경쟁을 억제하는 형태로 정책이 나타나서는 안된다. 또 혁신의 현실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는 대기업이 상당 부분 경제를 끌고간다. 대기업이 혁신을 이루면서 대기업에게 혁신 중소기업, 창업기업 생태계를 이끌어 갈 수 있는 인센티브를 어떻게 줄 수 있는지를 고민해야 한다. 공정경제 관련 대기업 규제도 필요하지만 양질의 일자리 상당부분은 대기업에서 만들어진다. 대기업으로부터 어떻게 혁신을 이끌어낼 수 있는 방법을 염두에 둬야 한다.

▲김준경 전 원장=네거티브 규제 관해서 하나 사례를 말씀드리겠다. 2012년도에 화장품법을 개정했는데 기존 원료 사용 규제를 포지티브에서 네거티브로 개정했다. 건강에 위해가 되는 일부 원료만 제외하고 다 쓸 수 있는 것으로 바꾼 것이다. 법 개정 성과를 분석해보니 화장품 업종 창업업체가 늘어났다. 중요한 건 양질의 일자리도 2만명이나 늘었다. 아무런 비용을 들이지 않고도 규제 체계만 바꿔도 이런 성과가 난 것이다. 한-EU FTA 하면서 프랑스제, 영국제 화장품에 다 잠식될 것이란 위기감에 업계가 식품의약품안전처에 건의하고, 식약처가 오픈마인드로 이를 검토한 결과다. 4차산업혁명 관련해선 교육도 혁신돼야 한다. 기술진보를 보면 AI와 빅데이터에 대한 시장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 미국은 아예 대학교 커리큘럼을 바꾸고 있다. 스탠포드공대 전체 학생 44%가 소프트웨어를 전공한다. 교수만 24명이다. 한국도 양질 소프트웨어 인력 수요가 있으나 수도권 정원 규제, 전공간 정원 배분하는 교수들간 대립 등으로 인해 소프트웨어 확충이 안되고 있다. 서울대 공대 같은 경우는 교수 한명에 전체 공대생의 7% 만이 소프트웨어를 전공하고 있다. 지난 5년간 한국 대학에서 졸업한 소프트웨어 전공자가 2% 줄었다. 경직된 대학교육 하에서 4차산업 혁명에 올라탈 수는 없다. 창의성이 있고 적정한 역량이 있어야 혁신성장이 가능하다.

▲권 원장=혁신성장은 새로운 기술, 새로운 아이디어, 새로운 생산방법, 새로운 경영방법 등 기존 것을 벗어나 생산성 퀀텀점프가 있어야 한다. 기업가 정신을 부양하고 기업 의욕이 좋아져야 하는데 말은 혁신성장을 외치면서 기업가 정신과 기업의욕 더 꺾는 게 아닌가 싶다. 규제가 과다해 기업들이 더 크지 못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대기업이 되면 39개 법률에서 41건의 새로운 규제를 한다. 또 R&D(연구개발)을 장려해야 되는데 R&D 투자세액 공제를 계속 축소하고 있다. 그 결과 세계 R&D 500대 기업에서 2006년에는 우리나라가 16개였지만 2016년에는 12개로 줄었다. 벤처기업 창업을 장려하려면 탈출구를 만들어줘야 한다. M&A 시장도 대기업 참여를 금지하고 있다. 말은 혁신성장인데 실제 내용상으로는 거꾸로 가는 게 많이 있다.

▲김동열 원장=그동안에는 투입 중심으로 많이 갔지만 앞으로 산출 중심으로 지표관리를 해야 한다. 양적 위주에서 질적 중심이다. 단순한 창업 활성화가 아니라 혁신역량에 기반한 기술창업 활성화가 필요하다. R&D 효과가 자꾸 떨어진다고 하는데 중소기업에 예산을 얼마나 많이 지원했느냐가 중요한 게 아니라 실제 얼마나 좋은 창업이 이뤄졌는지가 중요하다.

― 김 사장=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6년5개월 만에 0.25%포인트 인상했다. 한국경제가 개선되고 있다는 신호를 준 반면, 1400조원의 가계부채와 부동산시장에 대한 우려감이 제기되고 있다. 한국은행의 금리인상 속도는 어떻게 보고 그 부작용을 막기 위한 어떤 정책을 준비해야 한다고 보는가.

▲신 원장=전세계 금리정책의 공통된 입장은 금리를 지나치게 빨리 올렸을 때의 부작용이 늦게 올렸을 때보다 부작용이 훨씬 크다는 것이다. 그래서 금리인상에 신중한 모습이 상당기간 지속될 것이다. 한은도 금리를 선제적으로 올리긴 어려운 상황으로 본다. 하지만 금리가 올라가면 결국 한계가구, 한계기업들이 1차적 어려움에 봉착한다. 결국 한계가구 부채 상환 능력을 어떻게 보완해줄지, 또 기업 구조조정 정책을 어떻게 할 것인지가 중요하다. 호주, 캐나다 등은 우리나라와 굉장히 비슷하게 가계부채가 급격히 증가했다. 이들은 다주택자가 부동산 부채에서 많은 문제를 일으킨다는 점을 인지하고 있다. 다주택자는 투자 목적이기 때문에 투자 목적 주택 보유 부분은 규제를 강하게 하자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주거 목적과 투자 목적 주택보유자에 대해 다른 형태의 규제를 하는 것이 필요하다.

시장에선 한은이 올해 두 번 정도 금리를 올릴 것으로 보는데 우리 연구원은 그것보다 인상속도가 더 느릴 것으로 생각한다.

― 김 사장=기준금리가 0.25%포인트 올라가면 시중금리나 대출금리는 0.75~1%포인트까지도 증폭이 될 것으로 보인다. 1%포인트 가까이 올라가면 가계부담은 14조원 올라가니까 적지 않은 돈이다. 소비와 부동산 대출에도 영향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금리 올리는 속도가 걱정이 되긴 한다.

▲신 원장=달러가 약세이고, 우리나라에서 급격한 자본유출이 예전만큼 크게 우려되지 않는 상황에서 굳이 이를 우려해 선제적으로 금리를 올릴 필요는 없다고 본다.

파이낸셜뉴스는 5대 경제연구원장 초청, '2018년 경제진단' 신년좌담회를 개최했다. 지난해 12월13일 서울 명동 은행회관 뱅커스클럽에서 진행된 좌담회에서 김주현 파이낸셜뉴스 사장, 이동근 현대경제연구원장, 김준경 전 한국개발연구원장, 권태신 전경련 상근부회장 겸 한국경제연구원장, 신성환 한국금융연구원장, 김동열 중소기업연구원장(오른쪽부터)이 내년도 한국경제에 대해 의견을 나누고 있다. 사진=서동일 기자
파이낸셜뉴스는 5대 경제연구원장 초청, '2018년 경제진단' 신년좌담회를 개최했다. 지난해 12월13일 서울 명동 은행회관 뱅커스클럽에서 진행된 좌담회에서 김주현 파이낸셜뉴스 사장, 이동근 현대경제연구원장, 김준경 전 한국개발연구원장, 권태신 전경련 상근부회장 겸 한국경제연구원장, 신성환 한국금융연구원장, 김동열 중소기업연구원장(오른쪽부터)이 내년도 한국경제에 대해 의견을 나누고 있다. 사진=서동일 기자
― 김 사장=지난해는 최저임금 인상을 놓고 노사간에 갈등을 겪었다. 올해도 근로시간 단축, 공공부문 비정규직 문제 등 노사정 대립 요인은 산적해 있다. 사회적 혼란을 최소화하면서 기업을 살리고, 노사관계를 선진화해 나갈 수 있는 방안은 없는가.

▲이 원장=현 정부가 최저임금이나 근로시간 단축,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을 추진하면서 근로자 복지를 향상시키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사회적 약자끼리 자원배분이 이뤄지다보니 국가적으로 큰 효과가 없다. 소비를 확대할 크게 가능성도 없다. 과거에도 항상 노사정이 사회적 대타협을 해야 한다는 전제는 항상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전국민주노총조합총연맹(민주노총)이 별도로 너무 나가다보니까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은 참여하고 싶어도 참여가 안되는 상황이다. 노사정이 사회적 대타협에 약간 양보나 희생이 있어야 한다.

▲권 원장=우리나라의 당면 문제는 선진국으로 진입하느냐 아니면 아르헨티나 또는 그리스식으로 떨어지느냐하는 것이다. 관건은 노동개혁 여부다. 세계경제포럼(WEF)의 국가경쟁력 순위가 2007년 11위였는데 지금은 26위다. 국제경영개발연구원(IMD)의 경우 26위에서 29위로 떨어졌다. 지난해 WEF에 따르면 137개국 중 한국 노사협력이 130등으로 최하 수준이다. 이런 것을 회복하지 않으면 안된다. 2007년~2016년 우리기업 해외투자는 2700억달러였다. 미국은 트럼프 대통령까지 나서 외국기업을 자국에 유치하려고 한다. 우리 경제규모 4분의 1 밖에 안되는 상가포르 같은 경우도 외국인 투자유치액은 우리의 4배 정도다. 약 600억달러가 들어온다는 의미다. 우리나라는 2007~2016년 들어온 돈은 940억달런에 불과하다. 결국 노동문제 때문에 약 100만개 가량의 일자리가 해외로 가버린 것이다. 우리나라 일하는 사람들이 총 2600만명, 그 중 자영업자가 600만명이다. 노조 가입할 수 없는 실업자가 100만명이다. 노조에 가입할 수 있는 1900만명 중에서 실제 혜택을 가장 많이 보는 사람들은 전체 7.4%밖에 안되는 140만명이다. 한노총, 민노총만의 이익을 위하다 보니까 결국 기업은 살아남기 위해 해외로 가거나 비정규직을 채용하는 것이다. 중소기업도 점점 더 악화되고 있다. 맨날 노사정 대타협 얘기하지만 아무 것도 된 것이 없다. 독일 사회민주당, 노조위원장 출신인 게르트 뮐러 전 수상은 실업률 21%, 실업자 500만명이 넘자 인기 떨어질거 알면서도 자기가 나서서 개혁했다. 직접 뮐러 수상에게 왜 노사정 위원회를 열지 않았냐고 물어보니 노조 대표가 자기들 손해보는걸 어떻게 합의할 수 있겠느냐고 답했다. 결국 이러한 개혁은 특히 노조의 지지를 받는 집권당일 때 위에서부터 개혁해야 한다. 그런 점에서 지금 정부가 노동시장 개혁하기 가장 좋다.

ㅡ 김 사장: 2017년 결정된 올해 최저임금 인상 영향을 전망한다면.

▲김동열 원장=최저임금으로 인해 중소기업이나 자영업이 어려운 건 다 아는 사실이다. 최저임금 인상 여파를 축소하기 위해서 정부가 일자리안정기금 예산도 준비하고 있지만근로시간 단축, 생산성 향상 등을 통해서 일자리를 조금이라도 늘리는 중기에 인센티브를 주는 형식으로 정부 예산집행 방식을 바꿔야 한다. 또 정부가 근본적으로 생각을 달리 해야된다고 보는 건 일자리 안정성을 기업이 보장할 수 없다는 것이다. 기업은 항상 경기변동에 좌우되기 때문에 일자리 안정성은 기업이 아니고 사회적 안전망을 통해 하는 것이다.우리나라는 실업급여가 8개월이고, 북유럽은 24개월, 독일은 12개월 정도 실업급여를 준다. 스웨덴은 고복지국가이면서도 사회적안전망이 잘돼있어 굉장히 혁신적이고 도전적 기술 개발을 하고, 창업에 매진한다. 일자리 관련 사회적 안전망이 복지 못지않게 굉장히 중요한 장치라고 본다. 정부가 예산을 직접 지원하는 형식이 아니라 실업 관련 사회적 안전망에 조금 더 투자해야 한다고 본다. 실업급여 기간도 더 과감히 늘릴 필요가 있다. 그렇다고 모든 사람이 실업자가 되거나 자발적 실업자가 되는건 아니다. 최소한으로 근로자에게 심리적인 안정을 줄 수 있는 사회 전체적으로 시스템적인 안전망이 보강돼야 한다.

ㅡ김 사장=고용관련 이슈는 사회적으로 갈등과 혼란을 많이 일으킨다. 당사자간 타협이 잘 안되는 이슈라 사회 지도층이 이끌어갈 수도 없는 상황이다. 수학 문제처럼 답이 있어 보이지가 않는다.

▲김동열 원장=북유럽 사람들은 일을 그만둬도 1년 정도 직업훈련 받으면 새로운 일자리 찾을 수 있다. 우리나라는 그런 시스템이 없다. 머리에 빨간띠 두르고 결사항전할 수 밖에 없다는 이야기다. 당장 퇴직하면 5~6개월 밖에 실업급여를 못받는데 어떻게 그걸 버틸 수 있냐는 것이다.

▲김준경 원장=속도를 잘 조절한다면 최저임금 인상이나 근로시간 단축은 장기적으로는 기업의 생산성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예를 들어 장기적으로 최저임금 만원을 인상하면 시간당 만원 이상 가치를 갖는 업무를 하라고 유도하는 측면도 있다. 단기적으로는 고용감소 같은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지만 경제주체들이 차츰 적응하면서 보다 생산적인 업무에 집중하도록 유도하는 순기능도 있다. 근로시간 단축도 마찬가지다. 근로시간 단축하면 기업도 불필요한 업무를 줄이고 생산과정을 효율화하는 고민을 할 수 밖에 없다. 문제는 속도다. 노사 양측이 새로운 제도에 적응하고 합의에 도출할 수 있는 충분한 시간과 여유를 줘야 한다. 밀어부치기식으로 추진하기보다 점진적인 것이 중요하다.

ㅡ 김주현 사장: 2018년에 정부에 바라는 점이 있다면.

▲권 원장=일자리를 만들고 세금도 내고 생산도 하고 복지하는건 결국 기업이다. 정부가 일방적으로 규제를 해서 주도하는 건 한계가 있다. 기업하기 좋은 나라, 투자하기 좋은 나라 만들고, 장기적으로 일자리 늘리고 복지 늘리는 것이 기본이다. 최저임금 인상 시 연간 기업 부담은 15조원, 근로시간 단축은 12조원, 통상임금 확대는 38조원이 더 늘어나고, 비정규직 정규직화도 20~80조원 추가 부담이 생긴다. 국제화된 사회에서 대외무역 의존도가 80%되는 한국에서 한국의 기업의 경쟁력을 외국보다 못하게 하는 건 장기적으로 우리 발등을 우리가 찍는 것이다. 다같이 잘살자 하기 위한 측면에서 새로운 기업과 일자리가 나올 수 있고 기업을 신나게 할 수 있는 규제개혁, 노동개혁, 서비스산업 확충 등 기업 경영환경 개선에 더 매진해야 한다.

▲김준경 원장=현재 정부는 주로 노동정책으로 일자리 문제에 접근하는 것 같다. 노동정책은 대단히 중요하지만 노동정책만으로 일자리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걸 인식할 필요가 있다. 혁신성장 정책이 결합돼야만 실질적으로 포용적 성장이 가능하다는 것이 국제적 경험이다. 우리나라 같은 경우 산업 측면에서의 규제혁신, 기업 측면에서의 구조조정이 병행돼야 한다. 마지막으로 부실기업 정리가 필요하다. 부실기업이 그대로 있으면 부실기업에 있는 노동력이 경쟁력이 있는 기업으로 이동이 안된다. 부실기업 정리하면 경쟁력 기업으로 옮겨간다. 부실한 일자리가 소멸되고 양질의 일자리가 창출되는 측면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좋은 일자리는 구조조정 과정에서 창출된다. 그 과정에서 실험이 있겟지만 실험의 고통을 줄여주는 사회안전망, 고용안전망, 실업급여제 등 재고용정책을 내실화해야 한다. 체질을 개선해서 생산성이 올라가고, 양질의 일자리도 생기는 포용적 성장으로 가야 한다.

▲이 원장=분배정책은 각계각층 갈등요인이 무척 많아 정부가 해결하기 어렵다. 반면 성장정책은 정부가 할 수있는 부분이다. 가급적 성장부분으로 방향을 틀어줘야 결과적으로 고용과 투자가 늘어날 수 있다. 기업들에게 맡겨놓으면 수출은 더 잘할거다. 문제는 내수다. 내수의 경우도 정부지출 등으로 전체적인 내수를 조정하는 확대정책을 할 수 있지만 각계각층 기득권 갈등 때문에 정부에서 대응하기 어렵다. 그럼에도 가급적 내수확대 쪽에 정부가 중점을 둬야만 경제양극화가 해소될 수 있다. 혁신성장에서는 규제완화가 가장 중요하다. 두 축이 있다. 잘나가는 제조업에 ICT를 융합해 생산성을 높이고 기존 제조업을 발전시키거나 신산업에 진출하는 것이다. 신산업 진출하려면 규제만 풀어주면 다 된다. 무조건 경쟁을 촉진할 필요가 있다.

▲신 원장=모든 민주주의 국가에서는 대부분 국가정책이 근시안적 포퓰리즘 정책으로 흐르기 매우 쉽다. 정부가 아주 강한 원칙과 내부통제시스템이 없는 한 경제 정책도 그런 방향으로 갈 가능성이 매우 높다. 올해는 문재인 정부가 근시안적 정책보다는 멀리 내다보면서 성장잠재력을 제고할 수 있는 근본적 정책에 더 많은 노력을 기울였으면 한다.

▲김동열 원장=올해 양적으로 3% 성장 달성이 가능하다고 본다.
하지만 질적으로는 수출 중심과 특정업종 쏠림이 있었기 때문에 내부혁신과 경제체질 개선, 총요소생산성을 높이는 노력이 더 필요하다. 경제특구보다는 규제특구가 필요하다.
투자가 필요 없이 성장률을 높일수 있는 가장 저렴한 경제정책은 규제특구다. 내년 견마지로의 노력이 필요한 해가 아닌가.

정리=mkchang@fnnews.com 장민권 김용훈기자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