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n사설]

흥미진진한 SK의 사회적경제 실험

SK이노베이션이 주유소 시설을 공동사업 용도로 개방한다. 자회사 SK에너지 보유 전국 주유소 3600개가 대상이다. 다음 달 말까지 좋은 사업모델을 내는 사람은 주유소와 관련된 유.무형 시설, 마케팅 역량까지 이용할 기회가 생긴다. 공채시험 가산점도 받을 수 있다. 최태원 SK 회장이 제안한 공유 인프라 구상이 구체화한 모양새다.

우선 양극화를 줄이고 일자리를 만들 수 있는 사회공헌의 한 형태로서 주목할 만하다. 기업의 사회적책임(CSR) 측면에서 새로운 모델이 될 수 있다는 얘기다. 그동안 기업들의 사회공헌은 단발성에 그치는 경우가 많았다. 일시적으로 기부하거나 대상자를 골라 지원하는 보여주기식 사회공헌이었다. 상생협력방안도 대부분 대금을 조기 지급하거나 회계업무를 지원하는 등 보여주기식 협력에 불과했다.

인프라 공유 아이디어는 SK가 지원하는 사회적기업 육성전략의 연장선에 있다. 사회적기업가를 양성하고 지원자금도 꾸준히 마련하고 있다. 2012년엔 KAIST와 공동으로 사회적기업가 MBA과정을 개설했고, 이 교육을 받고 창업한 10개 기업인이 투자유치에 성공했다. SK가 발굴해 지원한 사회적기업 '전주비빔빵'은 흑자로 돌아서면서 올해 한국사회적기업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이달 초엔 KBE하나은행과 함께 사회적기업 지원을 위한 민간펀드를 조성한 바 있다.

SK인프라 공유사업이 늘어나면 혁신산업 성장의 물꼬를 트는 계기도 될 것으로 보인다. 대기업이 나서서 기존 업종과 새 아이디어를 접목한다면 규제를 뛰어넘는 신사업이 보다 쉽게 탄생할 수 있다. 주유소는 교통거점 곳곳에 위치해 공유경제를 창출하기에 안성맞춤이다. 교통, 물류, 의료사업에 이르기까지 접목할 사업이 다양하다.

양극화 해소와 일자리 창출은 문재인정부가 가장 중요하게 설정한 목표다. 정부는 1000억원의 전용펀드와 신용보증기금까지 지원하겠다는 계획을 세운 바 있다. 하지만 일자리 창출은 정부만 나서기엔 부담이 있다.
재정이 나가고, 형평성 논란이 일기 때문이다. 기업들도 매년 인력채용을 늘리는 형태만으로는 지속 가능한 일자리 창출이 어렵다. 이런 상황에서 국내 4대 그룹 중 하나인 SK의 과감한 구상은 재계의 귀감이 될 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