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기자수첩

[기자수첩] 잇단 부동산 대책에도 식지않는 시장

윤지영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12.25 17:08

수정 2017.12.25 17:08

[기자수첩] 잇단 부동산 대책에도 식지않는 시장

지난 20일 금융결제원 홈페이지에는 믿기 힘든 수치가 발표됐다. 서울도 아닌 수도권 신도시 중 한 곳인 경기 화성 동탄2신도시에서 신규 분양한 아파트가 최고 156.5대 1이라는 1순위 경쟁률을 기록했기 때문이다. 이변(?)의 주인공인 '동탄역 롯데캐슬'은 특별공급을 제외한 평균 경쟁률(77.5대 1)도 높아 이 수치만 놓고 보면 최근 서울에서 신규 공급된 아파트보다 더 큰 인기를 얻은 셈이다.

이와 관련해 업계 관계자들은 한 가지 공통된 해석을 내놨다. 정부가 아무리 대출을 옥죄고 각종 규제대책을 내놓아도 아파트 등 부동산을 단순거주 개념이 아닌 투자상품으로 여기는 사람들의 인식은 전혀 변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특히 동탄역 롯데캐슬처럼 역과 연결된 초역세권 단지이거나, 예상보다 낮게 분양가가 책정돼 분양권 당첨만 되면 주변 단지 수준으로 집값이 올라 시세차익을 노릴 수 있는 '로또 청약' 기대감이 높은 아파트일수록 이 같은 인식은 더욱 강하게 나타나고 있다는 게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지난 정부와 마찬가지로 문재인정부 역시 8.2 대책 등 과열된 부동산 시장을 가라앉히기 위한 각종 대책을 1~2개월 간격으로 쏟아내고 있지만, 정작 업계나 전문가 사이에서는 시큰둥한 평가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겉보기에는 대책 발표 직후 서울이나 수도권 등 일부 인기지역에서 호가가 하락하거나 매매거래가 줄어드는 현상이 나타난 듯했지만, 막상 투자가치만 있으면 가격과 상관없이 수만명이 몰리는 이런 상황은 전혀 나아지지 않고 있는 것이다.

오히려 최근에는 규제정책을 교묘히 피해가는 꼼수세력까지 새롭게 양산됐다.
8.2 대책의 후속조치로 내년 1월부터 청약조정대상 지역 내 오피스텔 분양권도 전매제한을 적용받게 되자 이 규제를 피할 수 있는 동탄역 롯데캐슬 오피스텔이 여러 부동산 카페에 '규제 직전 마지막 오피스텔 투자처'로 오르내리는 점만 봐도 이를 파악할 수 있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내년에는 41만여가구의 아파트가 전국에서 새롭게 공급된다.
정부가 무작정 강도만 높인 대책 발표에 급급하기보다는 부동산 시장에 대한 인식을 전환하고 제2의 꼼수세력 등장을 막을 수 있는 방안을 고심해봐야 할 때다.

jyyoun@fnnews.com 윤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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