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중로]

예사롭지 않은 울산의 퇴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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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를 앞둔 세밑에는 숫자에 눈길이 간다. 한 해를 되새김하기에는 올해의 10대 사건, 세계를 흔든 5대 뉴스 등으로 수치화돼서 제공되는 통계뉴스만큼 편한 것이 없어서다.

연말에 임박해 가장 관심있게 본 숫자가 있다. 통계청이 최근 내놓은 지역소득 잠정치다. 2017년 말 집계한 2016년 통계였다. 국내총생산(GDP), 물가, 국민소득 등과 같이 익숙한 통계치는 아니었다. 하지만 한국 사회와 시대의 변화를 조금이나마 가늠할 수 있다고 봤기 때문이다.

집계된 통계의 핵심은 1인당 개인소득 1위 도시가 울산에서 서울로 바뀌었다는 것이다. 서울은 2081만원이었고, 울산은 서울보다 63만원 적은 2018만원이었다. 울산은 2007년부터 2015년까지 9년 연속 개인소득이 가장 많은 지역이었다. 하지만 2016년 소득은 전년 대비 1.07% 증가하는 데 그쳐 서울에 1위 자리를 내줬다. 1.07%는 전국 평균 증가율(3.53%)에도 못 미친다. 9년 연속 1위였던 울산의 퇴조는 지역 주력산업인 조선·해운 산업의 구조조정 때문이다.

지역통계에 주목하는 것은 도시의 성쇠가 산업과 연관성이 깊고, 미래의 가늠자일 수도 있어서다. 울산은 현대중공업, 현대자동차 등 대기업의 낙수효과와 주력산업 호황으로 굳건히 소득 1위 도시를 이어온 한국의 대표적 부자도시였다. 조선업이 활황이던 몇 년 전만 해도 울산은 부산, 호남 경제의 돈줄이었다. 울산 샐러리맨들이 부산 원정쇼핑에 나서기도 했고, 주말이면 전라도 지역으로 원정골프를 치러가는 버스 행렬도 등장했다.

하지만 노동집약 산업에서 자동화로 제조업의 패러다임이 이동하고, 글로벌 경기침체가 겹치면서 울산을 포함한 경남 거제 등은 한국판 '러스트벨트'로 전락하는 것 아닌가 하는 우려가 나온다. 러스트벨트는 쇠에 스는 녹(Rust)에 도시들을 빗대는 표현으로 '쇠락한 공업도시'를 뜻한다. 미국 디트로이트, 피츠버그 등이 이 단어를 태동시킨 도시들이다. 미국 자동차산업의 메카였던 디트로이트는 1960년에 1인당 소득이 미국에서 가장 높았다. 하지만 자동차산업이 쇠락하면서 인구는 1950년대의 3분의 1로 줄었고, 미국에서 가장 가난한 도시가 됐다. 안타깝게도 올 1~6월 전년 대비 신생아 수 감소율이 가장 큰 곳은 경북(-14.5%), 울산(-14.0%)이었다.

반대로 뜨는 지자체, 즉 도시도 있다. 관광에 집중하고 있는 제주의 총소득 증가율은 9.6%로 전국 최고였다. 다소 시간이 지난 자료지만 지난해 6월 글로벌 경영컨설팅 업체인 매킨지는 미래의 세계 부자도시 10곳을 선정했다. 한국의 화성, 아산, 여수시가 포함됐다.
화성과 아산은 삼성, 현대차, LG전자의 핵심공장과 대규모 연구소 등이 지역 내 자리잡고 있는 도시들이다. 여수를 제외하면 중국과 가까운 도시라는 것도 가산점을 받았을 것이다. '한국판 러스트벨트'는 때이른 우려일 수도 있지만 이들 지역의 소득, 출생률 등은 숱한 통계치가 쏟아지는 연말에도 곱씹어볼 수밖에 없는 의미 있는 수치다.

mirror@fnnews.com 김규성 경제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