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해외관광 자유시간에 여행객 익사.. 물놀이 중단 경고땐 배상책임 없어”

조상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12.25 17:25

수정 2017.12.25 1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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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여행사 손 들어줘
여행사 패키지여행(기획여행) 일정 중 야간 자유시간에 해변에서 물놀이를 하다가 익사한 경우 현지가이드가 물놀이를 중단하라는 취지로 사고 직전 위험성을 경고했다면 여행사는 안전배려 의무를 준수한 만큼 배상책임이 없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1부(주심 김신 대법관)는 25일 베트남 여행도중 물놀이를 하다 숨진 손모씨와 정모씨 유족이 모두투어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원고 패소 취지로 사건을 대구고법으로 돌려보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원심 판단에는 기획여행업자의 안전배려의무에 관한 법리를 오해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고 판시했다.

손씨와 정씨 등 경북 구미의 축산농업인들 친목단체 회원 19명은 2012년 3월 모두투어와 계약을 맺고 베트남으로 패키지여행을 떠났다. 여행 3일째 현지 여행가이드를 만나 베트남 남부의 해변 휴양지인 붕타우에 도착한 손씨 일행은 저녁 8시께 식사를 마치고 호텔로 돌아와 자유시간을 가졌다. 하지만 1시간 뒤 손씨와 정씨가 호텔 근처 바닷가에서 놀다가 큰 파도에 휩쓸려 익사하자 유족들은 "가이드가 망인들의 안전 확보 조치를 게을리 했다"며 모두투어를 상대로 각각 7억8000여만원과 4억1000여만원의 손해배상을 소송을 냈다.


그러나 모두투어는 "망인들이 다른 일행과 떨어져 홀로 바다에 들어가 수영을 하다가 사고가 발생한 것이어서 책임이 없다"고 맞섰다.

1심은 "여행가이드가 바다에 들어가 놀고 있는 정씨를 봤는데도 '바다에 들어가면 위험하다'는 말만 하고 다른 곳으로 가버렸고 이때 손씨가 정씨를 따라 바다로 들어갔지만 말리지 않은 사실이 인정될 뿐 가이드가 여행자들에게 사전 위험성 고지 및 교육을 철저히 했는지 여부를 인정할 증거가 부족하다"며 모두투어의 책임을 인정했다. 1심은 다만 가이드가 자유시간에 여행자 개개인의 행동까지 구체적으로 통제하기는 어려웠다는 점 등을 고려해 모두투어 책임을 40%로 제한했다. 2심 역시 모두투어의 면책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지만 모두투어의 책임 비율은 30%로 1심보다 낮게 봤다.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은 "여행객들이 사고 당일 야간에 호텔 인근 해변에서 물놀이하는 것은 여행계약에 명시되지 않았다"며 "계약에 당일 오전 해변에서 해수욕하거나 휴식을 취하는 자유시간 일정이 있었다는 점만으로 야간 물놀이가 여행계약의 급부와 관련이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어 "사리 분별력 있는 성년인 망인들이 일반적으로 위험에 노출될 확률이 높은 야간에 물놀이한 것은 스스로 그 위험을 감수하고 하는 행동"이라며 "이 사고는 여행사가 객관적으로 예견할 수 있는 위험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고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여행사는 사전에 야간 물놀이의 위험성을 경고할 의무를 부담하지 않는다고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대법원은 또 "설령 여행인솔자가 사고 발생 전 야간 물놀이를 목격, 위험성을 고지할 의무가 있다 해도 물놀이를 중단하라는 취지로 경고한 것만으로도 충분한 조치를 취했다고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조상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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