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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디바이스 결산] 中 스마트폰 급부상...삼성·애플 '위기'

이설영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12.26 14:02

수정 2017.12.26 14:02

올해 전세계 스마트폰 시장의 최대 이슈는 '중국 제조사의 약진'이었다. 중국 제조사들은 내수시장은 물론 세계 2위 스마트폰 시장으로 떠오른 인도 시장까지 성공적으로 공략했다. 특히 최근에는 수준급의 기술력까지 갖추면서 프리미엄 시장의 최강자인 삼성전자와 애플을 위협하고 있다. 중국 스마트폰 제조사들의 무서운 기세에 맞서 삼성, 애플 등 전통적인 강자들도 프리미엄 제품의 혁신을 선도하고, 더욱 다양한 라인업을 갖춰 소비자들에게 다가가고 있다.

■中제조사 가성비 앞세워 '파상공세'
<전세계 스마트폰 시장 출하량 기준 점유율 추이>
(%)
2016년 3분기 2017년 3분기
삼성전자 20.0 20.6
애플 12.0 11.7
화웨이 8.8 9.8
오포 6.8 8.4
비보 5.7 7.1
샤오미 4.1 7.0
LG전자 3.6 3.5
레노버 3.7 3.2
ZTE 4.1 2.4
알카텔 2.4 1.5
기타 28.9 24.8
(카운터포인트리서치)
26일 시장조사업체인 카운터포인트리처치에 따르면 지난 3·4분기 전세계 스마트폰 시장점유율은 출하량 기준으로 삼성전자 20.6%, 애플 11.7%, 화웨이 9.8%, 오포 8.4%, 비보 7.1%, 샤오미 7.0%, LG전자 3.5% 순으로 나타났다. 3~6위를 차지한 화웨이, 오포, 비보, 샤오미는 모두 중국 제조사다.
이들의 시장점유율은 총 32.3%로 1~2위 삼성전자와 애플을 합친 것과 같은 수준이다.

카운터포인트리서치는 "화웨이는 다양한 포트폴리오를 갖추고 삼성과 애플이 주도하는 프리미엄 시장의 바로 아래를 공략하고 있다"면서 "이런 전략은 매출과 이익을 극대화하면서 점유율을 높이는 효과를 내고 있다"고 분석했다.

현재 전세계 스마트폰 시장은 신흥시장에 의해 좌우된다. 미국, 유럽 등 선진시장은 이미 스마트폰 보급률이 정점에 이르러 성장에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특히 성장시장으로 분류되는 중국과 인도는 전세계 1·2위 시장이면서 중국 제조사들이 두각을 나타내는 지역이다. 중국 스마트폰 시장에선 중국 제조사들 간에 치열한 각축전이 벌어지고 있다. 3·4분기 출하량 기준 시장점유율은 오포 18.9%, 화웨이 18.6%, 비보 18.6%로 1~3위의 차이가 근소했고, 그 뒤를 샤오미 13.8%, 애플 10.0% 등이 따랐다. 삼성전자는 1~5위에 끼지 못했다.

카운터포인트에 따르면 중국 스마트폰 시장은 출고가 300~399달러(약 32만~43만원) 가격대로 교체하는 소비자자들이 급증하고 있는데, 이는 중국 중산층 소비자들이 자국 제조사의 저렴한 프리미엄 제품을 선호하는 것을 반영한다.

인도 시장에선 삼성 23%, 샤오미 22%, 비보 9%, 오포 8%, 레노버 7% 등 순으로 나타났다. 특히 샤오미는 1년 전만해도 시장점유율이 6%였는데 1년만에 16%포인트 상승하는 기염을 토했다. 카운터포인트는 "샤오미는 가성비가 좋은 스마트폰과 독특한 브랜드 마케팅으로 인도에서 팬층을 확보하고 탄탄히 입지를 다졌다"며 "최근 인도 온라인 유통업체 간 경쟁적인 프로모션에 힘입어 거의 모든 온라인 채널에서 폭발적인 판매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中제조사, 이제 선진국까지 공략
자체제작 인공지능(AI) 칩셋이 내장된 화웨이의 '메이트10'
자체제작 인공지능(AI) 칩셋이 내장된 화웨이의 '메이트10'
'가성비'를 주무기로 내세우며 성장한 중국 스마트폰 제조사들은 최근에는 기술력까지 갖추고 선진시장 공략을 본격화하는 등 글로벌 시장에서 삼성, 애플을 위협하고 있다.

스마트폰 사업에서 수익성을 확대하기 위해선 프리미엄 모델을 많이 판매해야 하기 때문이다. 화웨이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조만간 열리는 소비자 가전 전시회 'CES 2018'에서 미국 스마트폰 시장 진출을 본격화할 예정이다. 화웨이는 미국 이동통신사를 통해 '메이트10'을 출시할 계획이다. 메이트10은 화웨이의 자체 인공지능(AI) 기술이 탑재돼 화제를 모았다. 특히 아직까지 삼성이 내놓지 않은 AI 전용 칩셋 '기린970'을 넣었다.

그동안 미국에서 온라인 채널을 통해 저가 스마트폰 위주의 판매 정책을 펼친 화웨이가 내년부터는 정식으로 프리미엄 스마트폰을 출시하는 것이다.

중국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인 웨이보에는 지난 10월 중국 스마트폰 제조사인 비보의 화면 일체형 지문인식 스마트폰 이미지가 유출됐다. 화면일체형 지문인식이란 스마트폰에 별도의 지문인식 센서를 탑재하지 않고 화면이 그 기능을 하는 것을 의미하는데 유출된 이미지가 사실이고, 비보가 이를 출시한다면 이는 스마트폰 제조사 중 세계 최초가 된다.

업계의 한 전문가는 "화웨이와 비보의 행보를 보면 그동안 가성비를 내세웠던 중국 스마트폰 제조사들의 기술력이 삼성이나 애플을 위협할 만큼 성장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며 "전 세계 최대 스마트폰 시장인 중국 시장을 기반으로 영향력을 키웠던 중국 제조사들이 이제는 북미나 유럽같이 프리미엄 스마트폰을 선호하는 지역까지 확대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국내 업체로는 거의 유일하게 세계시장에서 두각을 보이는 삼성전자에 대해선 암울한 전망이 이어지고 있다.

시장조사업체인 스트래티지 애널리틱스(SA)는 내년 삼성전자의 전세계 스마트폰 시장점유율이 20% 이하로 떨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반면 프리미엄 시장에서 삼성과 경쟁하는 애플은 아이폰텐(아이폰X) 선전에 힘입어 시장점유율이 소폭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업계 한 전문가는 "전세계 스마트폰 시장에서 중국 제조사들의 공세는 피할 수 없는 상황이다"며 "삼성은 브랜드 이미지 우위를 앞세워 저렴하면서도 성능 좋은 제품으로 대응하고 동시에 프리미엄 제품에서 눈에 띄는 혁신을 추구해야만 현재의 위치를 유지할 수 있다"고 말했다.

ronia@fnnews.com 이설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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