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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세제개혁이 달러 가치 상승 부른다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12.26 17:38

수정 2017.12.26 17:38

美기업 해외자산 반입 유도.. 내년 말까지 달러강세 전망
감세가 인플레이션에도 영향.. 연준 금리인상에 속도낼 듯
美 세제개혁이 달러 가치 상승 부른다

【 워싱턴=장도선 특파원】 미국 세제개혁을 계기로 미국 기업들의 해외 자산 반입이 늘면서 달러 가치가 상승, 내년초 금융시장 전반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클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5일(이하 현지시간) 미국 기업들이 해외 수익 및 현금 자산을 미국으로 가져올 경우 주어지는 일회성 감세 혜택을 이용해 최대 4000억달러를 반입할 것으로 내다봤다. 미국 기업들의 해외 자산 반입은 대개 외화 자산을 매각하고 달러화 자산을 매입하는 방식으로 이뤄짐으로써 달러 가치를 상승시킨다.

지난 몇년간 달러 상승은 미국 다국적 기업들의 수익을 압박하고 해외에서 미국 상품의 경쟁력을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지목됐다. 달러는 원유, 구리, 금 등 달러로 가격이 표시되는 상품 가격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달러 강세는 달러 이외 화폐를 지닌 사람들에게 상품 가격 상승을 의미한다.
달러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재정부양책과 인프라 지출 공약을 근거로 2017년에도 강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됐으나 공약 이행에 차질이 빚어지면서 올해 거의 7% 하락했다.

뱅크 오브 아메리카 메릴린치, BNP 파리바, RBC 캐피탈은 모두 달러의 2018년 상승 출발을 전망한다. 그러나 이들 3개 은행 가운데 RBC 캐피탈만 달러 강세가 내년 말까지 이어질 것으로 예상한다.

이번 세제개혁으로 미국 기업들의 해외 자산이 어느 정도 달러 자산으로 전환될지는 아직 미지수다. 그러나 미국 국세청(IRS)에 따르면 미국 기업들은 조지 W. 부시 행정부 시절인 2004년 말 감세 혜택을 이용해 3120억달러의 해외 자산을 반입했다. 2005년 WSJ달러지수는 앞서 1년간의 하락 추세에서 벗어나 거의 13% 올랐다. 분석가들은 2005년 달러 상승 원인을 해외 자금 유입으로 지목했다. 그해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3% 오르는 데 그쳐 직전 2년에 비해 부진한 실적을 나타냈다.

뱅크 오브 아메리카 메릴린치는 트럼프 세제개혁으로 미국에 반입될 자금을 2000억~4000억달러로 추산했다. 또 달러 상승으로 유로/달러 환율은 지난 22일 1.1862달러에서 내년 1.4분기 1.10달러로 하락할 것으로 예상했다.

델텍 인터내셔널 그룹의 수석 투자 오피서 아툴 를레는 미국 기업들의 해외 자산 반입이 달러 수요를 늘려 달러 가치 상승으로 이어질 것으로 봤다. 이와함께 감세로 경제 성장이 촉진되고 인플레이션(물가상승)이 강화돼 연방준비제도의 금리 인상 속도가 빨라질 것이라는 예상이다. 미국의 금리 인상은 대개 달러 상승을 유도한다.

BMO 캐피탈 마켓은 달러 강세가 상품시장에 가할 잠재적 역풍을 감안해 2018년 금값 평균 전망치를 온스 당 1280달러로 1.5% 하향 조정했다. 금은 지난 22일 온스당 1275.40달러에 마감됐다.

하지만 달러 랠리는 내년에 유럽중앙은행(ECB)의 부양책 축소로 위협받을 가능성이 있다. 유로는 올해 유로존의 경기 회복을 발판으로 달러에 13% 가까이 상승했고 새해에도 이같은 추세가 지속될 것으로 전망하는 투자자들도 있다.

JP 모간 자산운용의 채권담당 수석 국제 투자 오피서 닉 카르트시드는 "우리는 달러가 약간 강세를 보일 것에 대비한다. 그뒤 달러 포지션을 줄이고 유로를 선호하게 될 것"으로 예상했다. 그는 유로가 2018년말 달러당 1.30달러까지 오를 것으로 전망했다.

PGIM 채권 수석 투자 전략가 로버트 팁은 유로달러의 역학 관계 변화는 수년간 지속된 달러의 장기 상승 추세 마감을 의미하게 될 수도 있다는 입장이다.
실제 달러는 2011년 저점 이후 30% 넘게 상승했다. 그는 "최근 몇 년간 커다란 달러 강세장이 펼쳐졌다.
하지만 이제 흐름이 바뀔 수 있다"고 진단했다.

jdsmh@f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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