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선익의 재팬톡!]

일자리 넘쳐나는 日,프리랜서 1100만 시대

지령 5000호 이벤트

-일본 일하는 방식을 개혁한다.②
-日 프리랜서 및 겸업 인구 1100만명 돌파
-삶의 질 향상을 위해 프리랜서 선택
-日 정부, 일하는 방식 개혁으로 프리랜서 적극 장려
-소득불안전성, 사회보장 등 불안요소 해결 위한 협회 및 보험 등장
-韓 구직난 심화로 프리랜서 선택...안전장치 필요

/사진=Shutterstock
【도쿄=전선익 특파원】“아버지로서 육아에 종사하면서 일을 계속 하고 싶었어요.”
일본 도쿄에 거주중인 히키 치카이씨(37세)는 프리랜서입니다. 닛케이신문에 따르면 그는 지난 2012년 광고 대기업 덴츠를 그만두고 벤처 기업을 거쳐 2014년 독립했습니다. 프리랜서로 이벤트 기획 등을 다루고 있는 그는 육아와 일을 양립할 수 있는 지금이 제일 행복하다고 합니다.

그의 아내도 프리랜서 스타일리스트입니다. 그녀가 첫째를 출산하고 난 후 일에 복귀했을 때 아내를 위해 히키씨는 육아에 전념하며 일을 병행했다고 합니다. 히키씨는 닛케이신문에 “연봉이 덴츠 시절의 3분의1까지 떨어졌던 시기도 있었지만 일과 삶의 균형을 원했기에 지금의 업무 방식에 만족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일본은 특정 회사에 속하지 않고 자신의 능력을 무기로 자유롭게 일하는 프리랜서 및 겸업 인구가 1100만명을 넘었습니다. 클라우드소싱 업체인 란사스(ランサーズ, 도쿄 시부야)에 따르면 부업을 포함한 프리랜서 인구는 올해 1122만명에 달했습니다. 부업을 제외한 프리랜서는 700만명에 육박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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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 프리랜서가 급격히 증가하는 이유는 ‘인력난’ 때문입니다. 일할 자리가 넘쳐나니 굳이 한 회사에 묶여 있을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것입니다.

일본 후생노동성은 지난 10월 기준 구직자 대비 구인자 비율(유효구인배율)이 1.55배로 43년만의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고 발표했습니다. 구직자 1명당 일자리가 적어도 1.5개 이상은 있으니 삶의 질을 높일수 있는 자유로운 프리랜서를 선택하는 것입니다.

일본 정부의 ‘일하는 방식 개혁’도 프리랜서 시장의 성장을 돕고 있습니다. 일자리가 넘쳐나니 구직자들이 프리랜서로 겸업을 하는 것이 생산성에 도움이 된다고 판단하는 것 같습니다. 일본 정부는 지난 2016년 경제산업성을 중심으로 ‘고용관계에 의하지 않고 일하는 방법 연구회’를 출범, 프리랜서가 안고 있는 과제를 파악했습니다.

일본 후생노동성도 노동법이 적용되지 않는 프리랜서 근무 형태에 대한 제도 정비를 검토 중입니다. 직장인의 급여소득공제를 축소하는 것과 같이 프리랜서를 감세하는 것에 대한 논의가 진행 중이라고 합니다. 경제산업성 이토 요시노리 참사관은 “프리랜서 활용은 중요한 과제로 프리랜서를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는 유동적인 환경을 만드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다”고 말했습니다.

그렇다고 프리랜서가 마냥 좋은 것만은 아닙니다. 자유롭게 일할 수 있다는 장점 이면에는 수익의 불안정성과 사회보장 등에 대한 불안도 매우 높습니다. 일본 중소기업청이 지난 2015년 ‘프리랜서가 가진 고민’에 대해 조사를 한 결과 거의 모든 프리랜서들이 소득의 불안정성을 고민하고 있었습니다. 또 절반 이상이 사회보장 즉 의료보험과 연금 등을 고민하고 있었습니다.

일본 '일반 사단법인 전문가 및 커리어 프리랜서 협회' 홈페이지 캡쳐화면 /사진=fnDB
이 같은 고민을 해결해 주기 위해 일본에서는 지난 1월 ‘일반 사단법인 전문가 및 커리어 프리랜서 협회’가 발족됐습니다. 협회는 회원연회비 1만엔(한화 약9만5000원)에 복리 후생 서비스와 배상 책임 보험을 들어줍니다. 복리 후생은 일본의 대기업 이웨루(イーウェル 도쿄 치요다)가 제공합니다. 건강 검진을 할인해 주는 등 검진 메뉴가 특히 충실하다는 평을 받고 있습니다.

프리랜서를 위한 보험 상품도 나왔습니다. 손해보험 재팬 니혼 고아(損害保険ジャパン日本興亜)는 30세 이상의 프리랜서들에게 월 1500엔(약 1만5000원) 수준의 보험료로 질병이나 부상으로 일할 수 없게 됐을 때 월 20만엔을 보상해 주는 상품을 출시했습니다. 휴업 보상이 없기 때문에 아파서 일을 못할 경우 수입이 두절되는 프리랜서의 고충을 해소해주는 상품으로 인기가 날로 높아지고 있습니다.

프리랜서 시장이 커지자 이를 위한 기업 상품과 협회가 등장하고 이것이 프리랜서의 고민을 덜어줘 시장은 다시 더욱 커지는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지고 있는 것입니다.

사회의 변화에 맞춰 ‘투잡(부업)’을 허용하는 기업들도 생겨나고 있습니다. 일부 기업들은 직원들이 다른 업종에서 경험을 쌓아 역량을 높일 수 있는 기회라며 투잡을 장려하고 있습니다. 닛케이신문에 따르면 이동통신사 소프트뱅크는 전 직원 1만7000명을 대상으로 부업을 허용했습니다. 그 결과 약 100명이 프로그래밍 및 세미나 강사 등으로 활발하게 부업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정보기술(IT) 기업 DeNA에서도 지난 10월 이후 약 30명의 직원이 투잡을 뛰고 있습니다. 중국 레노버 그룹 일본법인 또한 약 2000명의 직원에게 부업을 권장하고 있습니다.

직원들은 추가 수익을 올릴 수 있는 기회이기에 부업을 반기는 분위기입니다. 과부하가 걸릴 수도 있다는 지적도 있지만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찾아 할 수 있어 스트레스가 덜하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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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아직 성숙되지 못한 프리랜서 시장을 가지고 있습니다. 제도적으로 안전장치도 마련돼 있지 않은 실정입니다. 당장 내일이 장담 안 되는 프리랜서에 기존 직장을 그만두고 도전하기란 쉽지 않습니다. 그런 한국에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습니다. 산업계 불황으로 구직난이 심화되자 대학 졸업생들이 취업보다 프리랜서나 창업을 선택하는 경우가 늘고 있습니다.

교육부와 한국교육개발원이 지난 28일 발표한 ‘고등교육기관 졸업자의 취업통계조사’ 결과에 따르면 직장 가입자가 31만8438명으로 가장 많았고 프리랜서가 2만280명, 1인창업자 4791명, 해외취업자 2333명으로 뒤를 이었습니다. 눈에 띄는 점은 증가율입니다. 프리랜서는 전년대비 0.5%포인트 증가해 가장 높은 증가율을 보였고 직장가입자는 0.8%포인트 감소했습니다.

일본과 다른 의미로 증가되는 프리랜서 시장이 조금 염려스럽습니다. 일할 곳이 없어 뛰어드는 프리랜서 시장에서 피해를 입을 경우 그 상처는 더욱 깊어지기 때문입니다. 하루 빨리 프리랜서들을 위한 안전장치들이 마련돼야 할 것 같습니다.

sijeon@fnnews.com 전선익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