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정치

미중 관계 '북중 유류 밀수논란'에 격랑 예고

조창원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12.29 13:50

수정 2017.12.29 13:50

(워싱턴DC AP=연합뉴스)
(워싱턴DC AP=연합뉴스)
【베이징·워싱턴=조창원 장도선 특파원】 화해무드를 모색해온 미국과 중국이 연말 '대북 압박' 문제를 놓고 충돌로 치닫고 있다. 북핵 제어를 위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에 국제사회가 동참키로 한 가운데 밀수를 통해 중국의 원유가 북한으로 흘러들어간다는 논쟁이 불붙고 있는 것이다. 2018년 새해부터 북핵 압박을 위한 중국역할론 논쟁이 거세질 전망이다. 특히 대북압박 논쟁이 급기야 양국간 무역전쟁으로 옮겨갈 조짐도 보이고 있다.

■트럼프, 유류밀수 논란에 고강도 '중국압박'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8일(현지시간) 트위터 글에서 북·중간 유류 밀거래 의혹과 관련, "중국이 북한에 석유가 흘러들어 가도록 계속 허용하고 있는 데 대해 매우 실망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현행범으로 딱 걸렸다"면서 "이러한 일이 계속 일어난다면 북한 문제에 대한 우호적 해결책은 결코 없을 것"이라고 작심발언을 이어갔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같은 언급은 북한 선박들이 지난 10월 이후 서해 공해상에서 30여 차례에 걸쳐 중국 국적 추적 선박들로부터 유류 등을 넘겨받는 밀수 현장이 미국 정찰위성에 포착됐다는 보도를 지칭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에 대해 이같은 고강도 압박 메시지를 보낸 것은 올해 수차례 되풀이해온 중국역할론이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는 점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중국이 안보리 결의에 따라 원유공급 제한 등 각종 조치들을 내놨으나 비공식적 루트를 통해 여전히 북한을 도운 결과 국제사회의 대북압박 효과에 찬물을 끼얹었다는 인식이 깔렸다는 분석이다. 내년 한반도 정책 방향에 있어 중국역할론이 매우 중요한 요소가 될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한 것으로 해석된다.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도 전날 뉴욕타임스(NYT) 기고문에서 중국을 겨냥, "중국은 더 할 수 있고, 더 해야만 한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직설적인 중국 압박에 대해 중국 당국도 밀수설을 전면 부인하면서도 당혹스러운 눈치다.

중국 국방부는 중국 선박을 이용한 유류 밀수 의혹을 전면 부인하며 급한 불끄기에 나섰다.

29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런궈창 중국 국방부 대변인은 전날 월례 브리핑에서 이번 사안과 관련한 질문에 "당신이 언급한 상황은 절대 존재하지 않는다"며 이런 입장을 내놓았다.

런 대변인은 중국군 당국이 불법 유류 거래를 하는 북한과 중국 선박을 단속하느냐는 구체적인 물음에 "중국 정부와 군대는 일관되고 엄격하게 안보리 결의를 집행하고 있다"면서 밀수논란에 대한 즉답을 피했다.

화춘잉 중국 외교부 대변인도 지난 27일 정례브리핑에서 이번 사안과 관련 "만약 중국인이 이런 결의를 위반하는 행위를 했다는 확실한 증거가 있다면 법에 따라 엄격하게 처리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지만, 밀수논란에 대한 실체적인 언급을 자제한 채 중국 정부의 공식적인 입장으로 일관했다.

■내년 미중간 안보·무역 전쟁 고조
당장 내년도 북핵을 둘러싼 미중간 파열음이 거세지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다.

미국의 중국 압박이 전방위적으로 전개될 소지도 있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뉴욕타임스(NYT)와의 인터뷰에서 "석유가 북한으로 들어가고 있다. 그건 내가 합의한 게 아니다"면서 "중국이 북한 문제에 있어 우리를 돕지 않는다면 내가 항상 하고 싶다고 말해왔던 일들을 정말로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우선, 북중간 유류밀수 의혹이 눈덩이처럼 커지면서 중국의 대북 송유관 차단을 위해 중국에 대한 미국의 추가제재도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번 사안이 양국간 무역문쟁으로 번질 가능성도 높아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NYT 인터뷰에서 그동안 중국이 북한에 핵무기 개발을 포기하도록 압박할 것이라는 희망에서 중국과의 무역 문제에 대해 "그동안 관대했다"고 처음으로 인정하기도 했다.


양국이 북핵을 둘러싼 안보갈등과 교역불균형 논란에 따른 무역갈등을 동시에 짊어지고 있는 가운데 안보와 경제 두 영역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대척점에 설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jjack3@f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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