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지하철역 광고시장 '큰손' 등장한 아이돌 팬클럽..일부 불만도

김유아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12.31 14:00

수정 2017.12.31 14:00

서울 지하철 2호선 삼성역 내부에 아이돌 가수를 응원하거나 생일을 축하하는 광고가 붙어 있다. /사진=김유아 기자
서울 지하철 2호선 삼성역 내부에 아이돌 가수를 응원하거나 생일을 축하하는 광고가 붙어 있다. /사진=김유아 기자

서울 지하철 2호선 삼성역으로 내려가자 양쪽 벽면에 설치된 큰 디지털 화면이 눈에 들어왔다. 한 유명 아이돌 가수의 공연 영상이 나오고 10초 가량의 영상이 끝나자 "OO야, 생일 축하해"라는 문구가 떴다. 구경하던 시민 일부는 다시 발걸음을 재촉했다. 화면을 지나쳐 '와이드칼라'로 불리는 대형 광고판이 이어진 통로로 들어섰다.
16개 중 7개가 아이돌 광고다. 한 남자 아이돌 가수 광고를 촬영하던 중국인 관광객 장저신씨(29·여)는 "한국에서는 팬들이 직접 광고를 제작한다고 들었다"며 신기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아이돌 가수 생일 축하 또는 응원하는 광고가 주요 지하철역을 점령하고 있다. 팬들이 자발적으로 돈을 모아 좋아하는 가수를 홍보하는 '팬덤 문화'가 뜨는 가운데 일부 시민들은 불만을 제기하고 있다.

■뜨는 '아이돌 광고' 팬덤문화
31일 서울교통공사에 따르면 아이돌 가수 팬클럽이 집행한 지하철역 내 광고는 2017년 말 기준 1038건으로, 지난해 약 400건에 비해 2배 이상 증가했다. 서울교통공사가 공익광고나 문화·예술 광고를 늘리기로 결정한 뒤 성형외과 광고가 빠진 자리에 아이돌 광고가 속속 채워지면서 아이돌 팬클럽이 지하철역 광고시장에서 유력 고객으로 떠오르고 있는 셈이다.

지하철역이나 버스정류장에 아이돌 가수 홍보광고가 나온 것은 지난 2011년. 당시 남성 가수그룹 'JYJ'를 응원하는 광고가 지하철역에 등장하면서 화제가 됐다. 이후 시청자가 투표하는 오디션 프로그램이 성행하면서 팬들이 제작한 "데뷔의 꿈, 한 표로 응원해주세요" 등의 문구를 넣은 아이돌 광고가 경쟁적으로 나붙었다.

연예인들도 불을 댕겼다. 지난 3월 남성 아이돌 그룹 한 멤버는 자신의 생일 축하 광고를 찾아다니며 찍은 인증사진을 SNS에 올렸다. 한 연예기획사는 아이돌 가수가 팬들에게 보내는 메시지를 광고로 제작, 지하철역에 게재하기도 했다. 아이돌 광고를 제작하는 A 광고회사는 "이제 지하철 아이돌 광고는 팬과 스타를 이어주는 메신저"라고 설명했다.

사진=김유아 기자
사진=김유아 기자

시민들은 대체적으로 긍정적인 반응이다. 진모씨(39)는 "재미 있다. 예전에는 아무 생각 없이 광고판을 지나쳤는데 아이돌 광고를 보면 '이 사람은 누군가'하며 유심히 들여다보기도 한다"고 말했다. 한 남성 아이돌그룹 광고판 앞에서 친구들 사진을 찍어주던 학생 이모양(15)은 "여기에서 인증사진을 찍은 연예인이 포스트잇도 붙이고 간다기에 기대하며 찾아왔다"고 전했다. 포스트잇은 없었지만 이양은 인증사진을 휴대폰 배경화면으로 쓰겠다며 즐거워했다.

■물의 빚은 연예인 응원 광고에 '불편'
그러나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연예인을 응원하는 광고에 불쾌함을 호소하는 시민들도 있다. 한모씨(25·여)는 최근 강남구 한 지하철역에서 모 아이돌 가수 광고를 보고 경악했다. 최근 성추문을 일으켜 검색어에 오르내리던 아이돌 데뷔기념일을 축하하는 광고가 크게 붙어있었던 것. 한씨는 "광고는 돈만 주면 되니까 내리라고 할 수는 없지만 공공장소에서 논란이 있는 연예인을 응원하는 광고를 보면 불편하다"고 털어놨다. 실제 이 같은 이유로 광고를 내려달라는 민원이 접수되고 광고주인 팬클럽과 협의해 1주일 안에 광고를 내린다고 서울교통공사는 전했다.

그러나 논란이 불거질 때마다 즉각적으로 반응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서울교통공사 관계자는 "한 명 한 명 다 논란이 있는지 알기는 어렵다"며 "민원이 들어오면 재판 진행중이라도 광고주와 협의해 광고를 내리도록 한다"고 말했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새로운 팬덤문화가 연이어 등장하면서 문제를 제기하는 사람들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면서 "물의를 일으킨 연예인 광고는 오히려 역효과를 일으킬 수 있다는 점을 팬들도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kua@fnnews.com 김유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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