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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인지, 성적 외에 인기와 인성 보태져 '박성현급' 계약설 우세

정대균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12.31 15:23

수정 2017.12.31 19:54

2017년 12월 29일 KB금융그룹 본사에서 후원 협약식을 체결한 뒤 윤종규 KB금융그룹 회장과 협약서를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는 전인지(왼쪽).
2017년 12월 29일 KB금융그룹 본사에서 후원 협약식을 체결한 뒤 윤종규 KB금융그룹 회장과 협약서를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는 전인지(왼쪽).
2017시즌 1년간 무적(無籍) 신세를 면치 못했던 '덤보' 전인지(23)가 KB금융그룹에 새롭게 둥지를 틀었다.

그러면서 금융권이 이른바 '스토브 리그'의 큰 손임이 다시금 입증됐다. 구체적인 계약 금액은 양측 합의에 따라 공개되지 않았지만 KB금융그룹측은 "전인지의 실력과 인기, 인성에 걸맞는 최고 대우를 했다"고 설명했다. 선수 계약에 있어서 성적이 가장 중요한 잣대가 되는 것은 두 말할 나위가 없다. 그런데 전인지의 경우는 성적 외에 인기, 인성까지 반영됐다는 게 KB금융그룹측의 설명이다.

전인지는 2017시즌에는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에서 무관에 그쳤다.
그렇다고 성적이 나쁜 건 아니다. 준우승이 무려 5차례나 됐다. 그러면서 세계랭킹 5위로 시즌을 마쳤다. 트레이드 마크인 꾸준함도 여전했다. 비록 2016년 1위(69.583타)였던 평균 타수상 2연패는 실패했지만 3위(69.415타)에 이름을 올리면서 2년 연속 평균 69타대 타수를 기록했다. 인기는 또 어떤가. 현재 '플라잉 덤보' 등 팬클럽이 활동중인데 회원수가 무려 수 만명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만큼 '팬덤'이 다양하다는 얘기다. 경기중 어떤 상황에서도 미소를 잃지 않은데다 동료 선수는 물론 팬들에게도 예의 바른 '반듯함'의 아이콘이라는 것도 그의 몸값을 높이는 요소가 됐다.

지난 1년간 전면이 비어있는 모자를 쓰고 나온 전인지를 둘러싼 '설'이 무성했다. 그러면서 '전인지인데 왜 타이틀 스폰서가 없는가'라는 팬들의 궁금증이 증폭됐다. 그럴 때마다 매니지먼트를 맡고 있는 브라이트퓨처는 다양한 기업들과 접촉하고 있다는 입장만을 내놓았다. 업계에서는 계약금에서 현격한 차이가 있어 성사 단계에서 계약이 무산되곤 한다는 설이 파다했다.

국내 남여 프로골프투어 스토브 리그 시장에 불문율과 같은 등식이 하나 있다. 다름아닌 '톱 플레이어는 대부분 금융권에 팔린다'는 것이다. 전인지가 금융권과 계약할 것이라는 예측은 계약 시장에서 1년 내내 상존했다. 국내 제1 금융권에서 여자 선수에 대한 후원은 하나금융그룹과 KB금융그룹이 양분하고 있다. 그런데 하나금융그룹이 지난 2016년 12월에 LPGA투어 진출을 앞둔 박성현(24)과 전격 계약을 체결했다. KB금융그룹으로서는 선택지가 좁혀진 상태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년이라는 시간이 흐른 뒤에서야 KB금융그룹은 전인지를 택했다. 거기에는 전인지가 2015년 KLPGA투어 시즌 마지막 메이저대회인 KB금융 스타챔피언십에서 국내 투어 피날레 우승했다는 인연도 한 몫을 했다. 이유는 또 있다. 현재 KB금융그룹은 LPGA투어에서 활동중인 박인비(29), 이미향(24)과 KLPGA투어의 오지현(21), 안송이(27)로 팀을 꾸리고 있다. 그런데 여자골프 명예의 전당에 입회한 박인비를 대체할 주축 선수가 필요했던 것. 그 적임자로 전인지가 지목된 것은 당연했다.

그렇다면 전인지의 몸값은 얼마나 될까. 계약 금액이 관례에 따라 공개되지 않았지만 박성현과 비슷한 수준이라는 설이 우세하다. 박성현도 양측 합의에 따라 계약 금액이 알려지지 않았다. 그러나 인세티브 포함해 2년간 15억원에서 20억원이라는 설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전인지의 도전 정신과 뜨거운 열정을 오랫동안 지켜봤다"며 "이번 후원을 통해 전인지가 지금보다 더욱 안정적인 훈련을 받고 좋은 경기를 펼칠 수 있도록 물심양면으로 지원하겠다"는 윤종규 KB금융그룹 회장의 말 또한 그러한 예측에 설득력을 높혀주고 있다.

전인지는 이번 계약을 결혼에 비유하면서 큰 의미를 부여했다. 그는 "KB금융그룹이 나의 꿈을 공감해주고 뒷받침해주기로 하니 가슴이 설레고 기운이 솟구친다"며 "한 식구가 된 (박)인비 언니가 이룩해 놓은 업적에 '전인지 스토리'로 KB금융그룹에 보답하기 위해 힘찬 새 출발을 하겠다"고 덧붙였다.
이번 계약으로 지난 1년간의 마음고생을 훌훌 털어낸 전인지는 오는 3일 동계 전지 훈련을 위해 미국 플로리다주 올래도로 출국한다. 그에 앞서 2018 평창 동계올림픽의 성공을 기원하며 2017년 12월 30일에 대구에서 성화 봉송 주자로 참여했다.
1년여 간의 힘든 시기를 보낸 끝에 새로운 둥지를 찾은 전인지가 써내려갈 2018시즌이 벌써부터 기대된다.



golf@fnnews.com 정대균 골프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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