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혁과 도약 2018 함께 뛰자, 대한민국]

노동개혁·노사정 대타협 없이는 일자리·지속성장도 없어

(2) 노동시장
노동시장의 낮은 효율성이 국가경쟁력 상승 발목잡아
노동 유연.안전성 확보 관건



2017년 연말께 한국 노동시장 현실을 엿볼 수 있는 두 보도를 접했다. 첫번째는 문재인 대통령의 방중 기간 송영길 북방경제협력위원장이 현대자동차 충칭공장을 방문, "한국 자동차산업의 미래가 걱정된다"고 한 언급이다. 충칭공장 근로자들이 울산공장의 9분의 1의 월급을 받고 1.6배의 생산성을 올린다는 게 핵심이다. 또 다른 장면은 수배 중인 이영주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사무총장이 집권여당인 더불어민주당 대표실을 기습 점거하고, 그 이후 보인 민노총의 행보다.

2018년 새해에도 한국 노동시장은 불확실성이 지배한다. 일자리를 최우선으로 하면서, '친노동'을 표방하는 문재인정부가 집권 2년차를 맞고 있지만 노동시장은 동맥경화에 걸려 있다. 현대차 충칭공장에서 보듯 기득권을 업은 대기업 노조의 우선주의는 사회 전반적으로 양극화를 심화시키고 있다. 청년 실업자는 늘고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 불평등도 커지고 있다. 문 대통령도 노동시장의 불확실성을 줄이면서 노동개혁을 추진하기 위해 노사정의 사회적 대화 재개 필요성을 언급하곤 있지만 노동계와의 간극은 여전하다. 민주노총의 기습 점거가 실례다.

노동개혁의 필요성은 국제통화기금(IMF) 등 국제기구와 전문가들을 통해서도 제기되고 있다. 한국 경제의 성장잠재력 개선을 위해 경직된 노동시장을 유연하게 하는 조치가 시급하다는 게 핵심이다. 다만 '안정성→유연성' 확보 수순으로 노동개혁을 추진하겠다는 정부와 입장은 다르다. 하지만 선후 차이는 있지만 노동유연성 확보 필요성에는 양측 모두 공감하고 있다.

■韓 노동시장 경직성 '고착화'한국의 노동시장 경직성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세계경제포럼(WEF)이 올해 발표한 국가경쟁력 순위에 따르면 한국은 137개국 중 정리해고 비용은 112위, 고용 및 해고 관행은 88위, 임금결정의 유연성 62위 등 노동분야 전반이 바닥 수준이다. 특히 노사협력 분야 등 노동시장 효율성과 금융시장 성숙도 등이 개선되지 않아 국가경쟁력 순위는 4년째 26위에 머물고 있다.

WEF는 한국은 "선진국 중 드물게 지난 10년간 순위 하락을 지속하고 있다"며 "특히 노동시장의 낮은 효율성이 국가경쟁력 상승을 발목잡는 만성적 요인"이라고 밝혔다.

한국의 노동시장 양극화도 심각한 수준이다. 직원 300인 미만 중소기업의 시간당 임금이 300인 이상 대기업의 절반 수준에 그친다.

한국고용정보원의 고용동향브리프 11월호에 실린 '대규모 사업체와 중소 사업체 간 시간당 임금격차 분석'을 보면 지난해 300인 미만 사업체의 시간당 임금은 1만4873원이다. 이는 300인 이상 사업체 2만8746원의 51.7%에 불과한 규모다. 중소기업의 근로자 임금 총액도 대기업의 절반 수준이다. 300인 미만 기업의 임금 총액은 251만원으로 300인 이상 사업체(495만4000원)의 50.7%에 그쳤다. 월 임금 총액은 정액급여.초과급여.성과급이 포함된 것이다.

김수현 고용정보원 부연구위원은 "임금격차가 심화하면 근로자의 직업 몰입도와 의욕을 떨어뜨리며 장기적으로는 기업과 경제 성장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며 "중소기업 임금 보상체계를 적절한 수준으로 개선하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노동시장 '경직성→유연성' 확보 필요

한국 경제의 성장잠재력 개선을 위해서는 '노동개혁'이 최우선 과제로 꼽힌다. 한국 노동시장의 고질병인 '경직성'에서 벗어난 '유연성'을 확보해야 한다는 얘기다.

IMF도 한국이 경제성장을 하기 위해서는 적극적 구조개혁의 추진 필요성을 강조했다. 정규직에 대한 유연성 확대, 실업자에 대한 강력하고 포용적인 사회안전망 구축, 적극적 노동시장 정책을 축으로 한 유연안정성 도입이 그것이다.

IMF 미션단은 최근 한국을 방문해 "노동생산성이 여전히 미국의 50%가량에 머무르는 상황에서는 고용 증대와 생산성 향상이 정책의 우선순위"라고 밝혔다.

IMF는 "상품시장 및 노동시장 경직성을 완화할 수 있는 구조개혁, 여성 노동시장 참가를 확대할 수 있는 정책이 수반돼야 한다"고 주문했다. 또 "모든 사회 참여자의 신뢰와 주인의식, 사회적 대화에 있어 비노동조합 근로자, 중기 및 자영업자를 포함한 모든 이해당사자들의 참여가 필요하다"고도 했다.

IMF의 이 같은 제안은 안정성에 이어 유연성을 확보하겠다는 한국 정부의 생각과 다소 차이를 드러낸다. 다만 유연성 확보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이견이 없다.

앙헬 구리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사무총장 역시 문 대통령과의 접견에서 노동시장의 유연성 확보의 필요성을 제안했다. 구리아 사무총장은 "한국과 멕시코가 OECD 회원국 중 최장의 노동시간을 가진 국가라는 불명예를 지니고 있다"며 "생산성 또한 OECD 평균의 절반 수준에 머물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이 문제 해결을 위한 공동의 노력도 필요하다"고도 했다.

노동시장 유연성 확보를 비롯한 양극화 해소를 위해서는 '노사정 대타협'이 선행돼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국회 의원회관에서 한반도선진화재단 주최로 열린 '노동유연.안전성을 위한 대타협전략' 세미나에서다.

유길상 한국기술교육대 인력개발전문대학원 교수는 "노동시장의 효율성과 노사관계 경쟁력이 낮으면 기업의 고용기피로 좋은 일자리 창출이 어렵고, 노동시장 양극화를 심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한다"며 "노동시장의 구조적 문제에 대한 불확실성 해소 없이는 일자리 문제 해결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노사정 간 대타협 외엔 해법이 없다"고 주장했다. 유 교수는 "노사정위원회를 통한 논의의 틀을 중심으로 하되, 이에 얽매이지 말고 다차원 논의의 틀을 마련하는 등 신뢰를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ssuccu@fnnews.com 김서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