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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스트리트] 보유세

염주영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1.01 16:56

수정 2018.01.01 16:56

부동산 보유세 인상이 추진된다.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연말 새해 경제정책 방향에서 보유세 인상 추진 계획을 밝혔다. 올 상반기에 조세재정개혁특별위원회를 구성해 세부방안을 논의한 뒤 관련 세법 개정안을 정기국회에 올릴 계획이다. 정부가 부동산 투기와의 전쟁에서 쓸 수 있는 마지막 카드를 꺼내든 것이다.

보유세 인상에는 그 나름의 명분이 있다. 부동산에 물리는 세금은 거래단계에서 부과되는 거래세와 보유단계에서 부과되는 보유세로 구분된다.
미국, 일본, 영국, 프랑스 등 선진국 대부분은 보유세 비중이 80%를 넘는다. 반면 우리나라는 거꾸로 거래세 비중이 80%에 이른다. 투기를 억제하려면 거래세를 내리고, 보유세를 올리는 방향으로 부동산세제를 고쳐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갖는다.

보유세 부담률 국제비교 결과도 마찬가지다. 주요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보유세 부담률을 보면 미국이 2.88%, 일본이 2.16%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이 1.07%인 데 비해 우리나라는 0.79%에 그친다. 집값이 비싼 서울과 수도권의 보유세 부담률은 이보다 훨씬 낮다. 2013년 기준 서울 주택의 보유세 실효세율은 0.12%로 미국 주택(1.5%, 도심지역)의 10분의 1에도 미치지 못한다. 국제적 조류나 조세 형평성에 비추어 보유세의 단계적 인상이 장기적으로 가야 할 방향임을 부인할 수 없다.

보유세 인상은 인화성이 강한 이슈라는 점도 눈여겨봐야 한다. 노무현정부 실패의 단초를 제공했던 종합부동산세의 기억을 떠올리게 하기 때문이다. 노무현정부는 2005년 부동산 투기와의 전쟁을 선포하고 종부세를 대폭 강화하는 내용의 '8.31 대책'을 내놓았다. 결과는 기대와는 정반대였다. 이듬해인 2006년의 집값 상승률이 이전 3년간에 비해 5배 가까이 높아졌다.
부동산 투기는 못 잡고 거센 조세저항을 유발해 민심을 잃었다.

김 부총리는 당초 보유세 인상에 부정적 입장이었다.
노무현정부의 실패 경험도 있지만 이제 막 살아나고 있는 경기회복세에 자칫 찬물을 끼얹는 결과가 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컸다. 부동산 투기에 대한 문재인정부의 강공책이 성공할 수 있을까.

y1983010@fnnews.com 염주영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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