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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 브렉시트 이후 '장기 예산안' 전쟁 시작

송경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1.02 18:26

수정 2018.01.02 18:26

연간 100억유로 이상 예산공백 누가 메울까
다음달 23일 정상회의서 예산 추가배분 집중 논의.. 회원국 기여분 조정 격돌
5월 정식편성안에 관심
유럽연합(EU)이 올해 2020년대 장기 예산안 편성을 위한 대장정에 돌입한다.

특히 올해 예산 편성에서는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에 따른 예산 공백을 메워야 해 지루한 공방이 예상된다. 2010년대 예산안도 회원국간 예산 할당, 예산규모 등을 둘러싸고 오랜 시간 진통을 겪은 바 있다.

1일(이하 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EU 집행위원회는 올해 EU 역내 최대 정치적 현안이 될 2020년 이후 장기 EU 예산안 초안 마련에 들어갔다.

EU 정상들이 다음달 23일 정상회의에서 예산 우선 배분 사안을 놓고 집중적으로 논의한 뒤 이를 토대로 5월에 정식 초안이 나올 전망이다.

예산 편성은 그러나 순탄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EU 예산은 회원국 만장일치의 찬성이 있어야 하는데다 대개 예산 순기여국인 독일, 프랑스 등과 순수혜국인 폴란드, 헝가리 등 서로 예산 배분을 둘러싼 논쟁이 거세지기 때문이다.

이번 예산안 편성은 영국을 제외한 27개 회원국에서 승인을 받아야 한다. 앞서 2014~2020년 9600억유로 규모의 예산안 승인에는 수차례 EU 정상회의를 포함해 1년 반 가까이 걸렸다.

이번에는 그러나 3가지 요인으로 인해 예산안 논의가 이번보다 더 힘든 과정이 될 것으로 FT는 전망했다.

우선 브렉시트가 있다. 2021년부터는 영국이 그동안 냈던 연간 100억유로의 구멍이 생긴다. 이를 메워야 한다. 또 이민, 유로존(유로 사용 19개국) 등에 추가 지출이 필요해 이에 대한 반발을 잠재워야 하고, 난민 공동분담이나 법치 등으로 둘러싼 동서갈등 문제도 겹쳐있다.

예산안이 EU의 묵계와 배치되는 점도 문제다. 영국 예산 기여금 연 100억유로를 어떻게 메울지와 연관된 문제다. 귄터 외팅어 EU 예산담당 집행위원은 부족분 절반은 지출 감축으로 충당돼야 한다면서 나머지는 "순기여국들의 추가 부담으로" 충당해야 한다고 밝혔다.

문제는 지출을 연간 50억유로 줄인다고 해도 나머지 50억유로 추가분을 충당하려면 지난 10여년간 암묵적으로 지켜온 EU 관행을 깨야 한다는 점이다. EU는 총국민소득(GNI)의 1%를 EU 공동예산 한도로 삼아왔지만 영국이 빠진 이후 예산을 편성하려면 이 한도를 깨야 한다.

필 호건 EU 농업담당 집행위원은 이와 관련해 지난해 12월 "회원국들이 기여분을 GNI의 1%에서 1.1~1.2%로 늘릴 채비에 나설 것"을 촉구했다. EU 규정은 1.23%가 한도여서 규정을 위반하는 것은 아니다.


전문가들은 한도 증액은 크게 무리가 없다고 보고 있다. 자크 드로르 연구소의 율라리아 루비오는 "지난번 장기 예산은 긴축 와중에 이뤄진 탓에 회원국들이 증액에 좀 더 개방적일 것"이라며 "한도 1%를 놓고 다투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대신 EU의 미래를 대비해 예산을 어디에 우선 편성할지를 놓고 치열한 다툼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송경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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