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기자수첩

[기자수첩] 1987과 검경 수사권 조정

김아름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1.04 17:16

수정 2018.01.04 22:04

[기자수첩] 1987과 검경 수사권 조정

당시 기자는 6세였다. 엄마랑 시장에 간다고 시내에 나왔다가 최루탄 가스에 울다가 음식점으로 들어가 급히 물수건으로 얼굴을 닦아냈던 게 1987년의 기억이다. 영화 '1987'이 화제가 되고 있다. 어딜 가나 1987 이야기가 화두로 떠오른다. 지난연말에는 행정안전부, 법무부 장관, 검찰과 경찰의 수장 등 4명이 단체로 관람하기도 했다.

영화 1987은 6월 민주항쟁의 도화선이 된 박종철 고문 치사사건을 재구성했다.
실제 김부겸 행안부 장관은 6월 항쟁을 앞두고 구성된 '민주헌법쟁취 국민행동본부' 집행위원을 맡아 민주화운동에 참여했다. 박상기 법무부 장관은 그해 7월까지 연세대 법대에서 강사로 일하다 9월부터 조교수에 임용됐다. 1986년 사법시험에 합격한 문무일 검찰총장은 사법연수원 18기로 연수 과정을 거치고 있었다. 1982년 순경 공채에 합격한 이철성 경찰청장은 일선 경찰관으로 재직 중이었다. 이날 모임을 주재한 법무부는 문재인정부의 주요 공약인 검.경 수사권 조정을 앞두고 관련 기관장들이 과거의 어두운 단면을 다룬 영화를 보며 긍정적인 미래를 생각해보자는 차원에서 자리를 마련했다고 취지를 설명했다.

최근 기자들과 티타임에서 김 장관도 4인의 영화 관람을 "법무장관께서 검.경 수사권을 잘 (조정)하자고 부른 것"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영화에서는 경찰 조사를 받던 대학생이 사망하자 증거인멸을 위해 경찰이 시신 화장을 요청하지만 검찰이 이를 거부하고 부검을 밀어붙이는 등 검찰과 경찰의 기싸움이 시작된다. 단순하게 영화 내용만 놓고 보면 검찰이 잘하니 수사권 조정이 필요없다는 의미로 해석할 소지도 있다. 이에 대해 김 장관은 "당시 검찰도 축소수사를 하다가 세 번이나 말을 바꿨다"며 "(검찰이든 경찰이든) 어느 쪽이 힘이 더 세고 말고 이런 관점에서 볼 순 없다"고 말했다.
이어 "제도개혁이란 건 국민의 인권을 잘 보장할 수 있느냐의 관점에서 봐야 한다"고 수사권 조정 의지를 밝혔다.

어렴풋이 최루탄의 괴로운 기억만이 남아있는 1987년. 고 박종철, 이한열 열사를 비롯한 국민들의 희생으로 이제는 민주주의를 누리고 있지만 앞으로의 과제도 만만치 않다.
1987년의 숱한 투쟁과 고통이 민주주의에 한발짝 다가서게 한 계기가 됐던 만큼 영화 1987도 검.경 수사권 조정의 진전을 위한 긍정적 계기로 작용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true@fnnews.com 김아름 기자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