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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전환점검]국민 참여율 저조땐 '장밋빛' 청사진 불과

정지우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1.08 16:42

수정 2018.01.08 16:42

전력은 현대 생활을 유지하는데 가장 기본적인 버팀목이다. 먹고 마시며 잠자고 생활하는 삶의 모든 것이 전력과 연결돼 있다. 사람으로 치면 미세혈관과 비유될 정도로 사회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곳이 없다.

하지만 전력은 필요하다고 그 때 그 때 생산해서 쓸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다. 제품은 수요가 공급을 초과하면 추가 생산하면 되지만 전력의 공급 중단은 경우 사회를 마비시킨다. 대정전을 뜻하는 블랙아웃이 그래서 무섭다.


2011년 9월15일 서울 강남과 여의도, 경기도, 강원도, 충청도 등 제주도를 제외한 전국 곳곳에서 발생한 블랙아웃은 ‘전력 중단의 공포’를 각인시켜 주기에 충분했다. 해당 지역 모든 가정과 교통, 공장은 몇 시간 동안 동작을 멈췄고 사회는 혼란에 빠졌다.

■향후 15년 전력계획, 원자력·화력 줄이고 친환경 늘이고
정부는 이를 방지하기 위해 향후 15년간 전력이 얼마나 필요할 것이며 어떻게 수급할 것인지에 대한 기본계획을 매 2년마다 수립한다.

전력수급기본계획은 전력수요 전망과 전력 공급원 주체별로 전력 수급 할당이 핵심이다. 전력 수요를 정확히 예측하고 원자력, 석탄화력, 액화천연가스(LNG), 재생 등 발전소별로 나눠 차질이 없도록 준비를 하겠다는 약속이다. 만일의 상황에 대비해 예비전력 확보 계획도 세운다.

정부가 추진하는 에너지전환 정책은 이 같은 국가 전력수급에서 주요 공급원 자체를 바꾸겠다는 것이다. 과거 경제개발을 중심으로 석탄화력발전과 원자력발전에 치중했다면 이제부턴 환경과 안전에 대해서도 방점을 찍겠다는 취지다. 그래도 전력수급과 전력요금 인상은 우려할 필요가 없다는 게 정부의 주장이다.

하지만 우려와 걱정도 상당하다. 정부의 청사진대로 이뤄지지 않을 경우다. 이렇게 되면 모든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이 떠안아야하기 때문이다.

정부의 2017년~2031년 계획에서 전력 공급원(발전설비) 부분을 보면 원전은 신규 6기 건설을 백지화하고 노후 10기의 수명 연장은 중단한다. 월성 1호기 공급은 제외키로 했다. 이를 통해 전체 전력생산 원전 비중(정격용량 기준)을 2017년 20.9%에서 2022년 19.3%, 2030년 11.7%로 점차 낮춘다.

석탄은 노후석탄발전소 10기를 2022년까지 폐지하며 당진에코파워 등 석탄 6기는 LNG로 연료 전환할 방침이다. 석탄 비중 역시 같은 기간 31.6%→29.5%→23.0%로 줄인다.

대신 신재생에너지는 태양광·풍력을 중심으로 신규 설비를 대폭 확충키로 했다. 2017년 9.7%에 불과하지만 2022년이면 16.4%, 2030년엔 33.7%까지 늘어날 것이라는 게 정부 판단이다.

이로써 정부는 후쿠시마, 경주, 포항 등의 지진 불거진 원전 안전 우려를 줄일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아울러 미세먼지 국내 배출량 30% 감축, 2030년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 37%이상 감축(배출전망치 대비) 등의 공약도 이행 가능하다는 주장이다.

■친환경 발전 청사진, 뜬구름 잡는 '꿈' 비판 상당
그러나 전문가와 시민사회단체, 협회, 기업들의 생각은 다르다. 우선 원전의 경우 신고리 5.6호기 공론화 과정에서 긍정적 여론을 확인할 수 있었기 때문에 ‘원전=불안전’이라는 선입견을 접고 전체적인 논의를 해야 한다고 주장이 나온다.

김학노 원자력학회 회장은 “정부는 원자력 발전에 관한 공론의 장을 마련해 민의를 확인한 후 에너지 정책을 원점에서 다시 결정해야 한다”면서 “그것이 민주주의 정신을 구현 하는 길”이라고 말했다.

석탄의 경우 비중은 갈수록 줄지만 전체 용량이 2017년 36.9W에서 2022년 42.0GW, 2030년 39.9GW로 늘어다는 것을 꼬집는 목소리가 있다.

정용훈 카이스트 원자력 및 양자공학과 교수는 최근 한 포럼에서 “정부가 탈원전을 추진하는 대신 탈석탄은 포기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에너지정책은 원전산업만 생각할 수 없는 국가계획이기 때문에 국가 전체를 놓고 봤을 때 국민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먼저 살펴봐야 한다”고 제안했다.

정부가 중장기 국가 전력수급 계획을 짜면서 주먹구구식으로 진행했으며 미래 가능성을 기정사실로 확정한 오류를 범하고 있다는 비판도 있다. 이 과정에서 국민의 여론도 충분히 담아내지 않았다.

김대희 여수 YMCA 정책기획국장은 “정부가 전력수급기본계획 수립과정에서 소비자나 시민단체 등에 정보공개나 의견수렴절차가 부족했다”면서 “이해관계자들과 공론화 한 이후에 계획이 나왔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부가 신재생 대폭 확대를 추진하면서 민간 투자금액을 41조원을 책정한 것도 짚어봐야 한다. 다시 말하면 주민, 협동조합, 농가 등의 적극적인 참여와 지방자치단체 도움을 확정한 계획이기 때문이다.


정부 관계자는 이에 대해 “민간의 참여를 끌어낼 수 있는 프로젝트를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jjw@fnnews.com 정지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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