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4차 산업혁명을 가로막는 것들

4차 산업혁명은 한국 경제를 위기에서 구해낼 수 있을까.

'황금개띠 해'인 무술년(戊戌年)은 '1인당 국민총소득(GNI) 3만달러 시대' 진입과 다음달 평창에서 열리는 동계올림픽 등으로 기대감이 높은 한해지만 여전히 체감경기는 이를 실감키 어렵다. 3만달러 시대 진입이 지난해 수출 호조와 원화 강세 덕분인점을 감안하면 내수와 일자리 창출 등 시급한 현안은 여전히 갈 길이 멀기 때문이다.

이를 타개하기 위해 문재인정부는 소득주도성장 정책과 함께 새로운 성장동력을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자율주행차 등 4차 산업혁명에서 찾고 있다. 대통령 직속의 4차산업혁명위원회는 지난해 연말 5세대(5G) 이동통신 2019년 3월 조기상용화를 비롯해 2020년 자율주행차 상용화, 드론산업 기반 구축방안, 스마트공항 종합계획, 초연결지능형 네트워크 구축 등을 발표했다.

장병규 4차산업혁명위원장은 이 자리에서 올해 국민들이 4차 산업혁명 정책들을 직접 체감할 수 있는 실질적인 변화가 나타날 것이라고 장담했다.

하지만 이를 실현하기 위해선 만만치 않은 과제들이 산적해 있는 게 사실이다.

무엇보다 4차 산업혁명의 혈액과도 같은 연구개발(R&D) 예산이 깎이고 제대로 된 컨트롤타워가 없다는 점은 우려스러운 대목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새해 1월 1일 총 4조695억원 규모의 올해 과학기술 및 정보통신기술(ICT) 분야 R&D 사업 계획을 발표했다. 이는 올해 전체 R&D 예산(6조9670억원) 가운데 연구운영비 등을 제외한 순수 R&D 예산이다. 하지만 이는 지난해보다 425억원 줄어든 데다, 4차 산업혁명의 핵심기술이라 할 수 있는 블록체인(45억원), IoT(47억) 분야 등에 배정된 금액은 초라한 수준이다.

국내에서 처음으로 도심형 자율주행차 '스누버(SNUver)'를 만들어 매주 서울 여의도 도심에서 자율주행시험을 하고 있는 서울대 서승우 전기정보공학부 교수를 최근에 만났다.

현재 미국 실리콘밸리 스탠퍼드대학에서 연구년(안식년)을 보내고 있는 서 교수는 "포드가 AI 업체 '아르고'를 10억달러(약 1조645억원)에 인수하는 등 글로벌 완성차 업계를 중심으로 수조원 규모의 인수합병(M&A)과 투자가 이뤄지고 있다"면서 "하지만 국내는 투자받기도 어렵고 상용화를 위해 필요한 도심 자율주행시험도 도로인프라를 비롯, 법.제도 개선이 시급한 상황"이라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사정이 이런데도 국가 R&D 컨트롤타워 문제가 반쪽짜리로 전락했다. 당초 정부는 4차 산업혁명의 핵심기술 개발을 위해 기획재정부가 갖고 있던 R&D 예비타당성조사를 과기정통부로 이관하는 방안을 추진했지만 예산권 약화를 우려한 기재부와 국회의 반대로 위탁받는 데 그쳤다. 결국 기재부의 승인 없이는 주요 R&D 예산 집행이 어렵게 된 것이다.

아울러 5G 상용화를 위한 망 조기구축을 위해선 필수설비 공동활용이 반드시 필요하다.
필수설비란 전주, 관로 등 전기통신사업에 반드시 필요한 유선설비로 현재 국내 통신 필수설비의 대부분을 KT가 가지고 있다. 5G의 경우 LTE보다 한 단계 높은 기술인 점을 감안하면 이통 3사의 투자비용이 수십조원에 달할 것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그동안 필수설비 공동활용에 반대하던 황창규 KT 회장이 지난주 유영민 과기정통부 장관과 만나 전향적인 입장을 밝힌 것은 반가운 일이지만 황 회장이 요구한 '합리적 대가'가 순조롭게 이뤄질지가 과제다. 모두가 4차 산업혁명이 우리 경제가 살 길이라고 외치는 무술년 새해. 정부부처, 기업, 국민의 양보와 협력만이 우리 경제를 살릴 수 있다.

김홍재 정보미디어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