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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인 자영업자 400만시대 이대로 안된다] 자고나면 폐업, 자영업자는 오늘도.. '창업 → 빚 → 폐업 → 빚 → 창업'악순환

이진혁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1.08 19:20

수정 2018.01.08 22:05

"2018년만 생각하면 숨이 막힙니다."

서울 강서구 우장산동에서 분식집을 운영하는 박모씨(43)의 말이다. 이태 전 13년간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야심 차게 분식집을 열었지만 소득은 이전보다 못하다. 가게를 차린다고 4000만원을 빌렸지만 여전히 한 푼도 갚지 못하고 대출금리는 점점 오르고 있다. 올해부터 서빙을 하는 아르바이트생의 최저임금이 16.4% 올라 사면초가 상황이다. 박씨는 "예전에 창업박람회를 다니면서 준비할 때는 술 마실 시간도 없었다"며 "요즘은 가게 문만 닫으면 소주 한잔을 해야 잠을 잘 수 있다"고 토로했다.
2018년 그야말로 위기의 자영업자 시대다. 1월부터 최저임금이 증가함에 따라 자영업자의 부담이 대폭 올라갔다. 금리는 역시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있어 자영업자들의 이자 부담은 나날이 불어나고 있다.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자영업자 "차라리 내가 일하겠다"

올해 최저임금이 지난해보다 1060원(16.4%) 오른 7530원으로 결정돼 자영업자들이 앓고 있다. 2007년 12.3% 이후 11년 만에 두자릿수 인상으로 인건비 상승 체감 폭이 크다는 이유에서다.

자영업자에게 인건비는 가장 큰 부담이다. 중소벤처기업부.창업진흥원이 2016년 실시한 '창업기업 실태조사'에 따르면 창업기업의 연평균 투입자금은 2억2865만원으로 이 중 27.1%에 달하는 6200만원이 인건비였다. 임차료(18.5%)나 재료비(26.7%)보다도 많은 금액이다. 최저임금 인상률(16.4%)을 단순 대입해도 연간 인건비가 총 7220만원으로 1020만원가량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서울 서초구 교대역 인근에서 고깃집을 운영하는 김모씨(56)는 "가게 규모가 작은 편이 아니어서 직원이 10명 이상인데 매달 추가되는 인건비만 100만원이 넘는다"며 "고깃값을 더 받아야 수지타산이 맞지만 가격을 올릴 수도 없는 형편"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인건비 비중이 높은 업종에서는 벌써 영업이익이 줄어들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지난해 7월 국제금융센터 '한국경제 해외시각' 자료에 따르면 씨티은행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2018년 최저임금 인상이 편의점 등 소매업종 영업이익을 제약할 것으로 내다봤다. 씨티는 편의점 영업이익이 8∼9% 줄고 대형마트는 5∼6% 감소할 것으로 추정했다. HSBC도 "2016년 기준으로 최저임금 미만 근로자의 70%가 10명 이하 음식점 등 중소.영세업체에 종사하고 있다"며 "일부 중소 소매업 부담이 커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서울 종로구 원남동에서 편의점을 운영하는 장모씨(54)는 "24시간 편의점을 운영하면서 모든 시간을 아르바이트로 운영하니 남는 돈이 없었다"며 "올해부터 내가 일하는 시간을 늘릴 예정"이라고 밝혔다.

■빚 늘고 금리 올라…줄폐업 가능성도

인건비 상승으로 자영업자가 부담할 금액은 늘고 있지만 경기 하락세로 매출은 늘지 않아 빚만 쌓이고 있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에 따르면 2016년 말 자영업자가 은행 등에서 받은 대출은 2016년 기준 480조2000억원으로 1년 전인 2015년 말(422조5000억원)보다 57조7000억원(13.7%) 급증했다. 자영업자 대출 증가율은 2013년(8.6%)과 2014년(7.6%)에는 10% 미만이었다가 2015년 13.5%로 급등한 뒤 고공행진을 이어갔다. 게다가 지난해 11월 30일 기준금리가 0.25%포인트 상승해 자영업자들은 직격탄을 맞게 됐다. 자영업자들은 다른 직군보다 재정 건전성이 좋지 않기 때문이다. 가계금융복지조사에 따르면 자영업자 가구의 소득 대비 금융부채비율(LTI)은 2016년 3월 말 181.9%로 상용근로자(119.5%)보다 62.4%포인트 높았다. 1년 중 30일 이상 빚 상환을 연체한 가구 비중은 4.9%로 상용근로자(1.7%)를 크게 웃돌았다. 금리인상으로 인한 피해는 영세 자영업자에게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 2016년 기준으로 150만명의 자영업자가 빚을 지고 있는데 이 가운데 '생계형 자영업'이 48만명, '일반형 자영업'이 85만명이다. 생계형 자영업자들이 38조6000억원, 일반형 자영업자들이 178조원의 빚을 지고 있다.


이는 자영업자의 줄폐업으로 이어질 수 있다. 남윤미 한국은행 미시제도연구실 부연구위원이 낸 '국내 자영업의 폐업률 결정요인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중소기업 대출 이자율이 0.1% 증가할 때 도소매업.음식.숙박업 등 자영업의 폐업위험도는 7~10.6% 더 늘어난다.
보고서에서 남 부연구위원은 "폐업률 상승에는 자영업자가 직면하는 금리부담의 증가에 더해 금리인상으로 인한 가계 소비지출의 위축도 포함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beruf@fnnews.com 이진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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