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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위스국립은행, 지난해 애플보다 많이 벌었다

박종원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1.10 15:42

수정 2018.01.10 15:42

자료=월스트리트저널(WSJ)
자료=월스트리트저널(WSJ)
【워싱턴=장도선 특파원】 스위스 국립은행(SNB)이 지난해 글로벌 증시 상승과 스위스 프랑화 하락에 힘입어 글로벌 투자은행들을 압도하는 사상 최대 규모의 수익을 올렸다.

SNB는 9일(이하 현지시간) 2017년 연간 수익이 사상 최대인 540억프랑(미화 550억달러)으로 예상되며 이는 스위스 GDP의 8%에 해당되는 규모라고 발표했다. SNB의 수익은 SNB가 보유한 거의 8000억달러에 달하는 외국 주식과 채권 포트폴리오를 통해 발생했다. SNB의 2016년 수익은 245억프랑였으며 2015년에는 233억프랑의 손실을 기록했다.

월 스트리트 저널(WSJ)은 만일 미국의 연방준비제도(연준)가 미국 경제 규모에 비례해 SNB와 비슷한 실적을 거둘 경우 연준의 연간 수익은 약 1조5000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분석했다. 그러나 최근 몇 년간 연준은 대략 1000억달러의 연간 수익을 올렸다.


SNB의 2017년 수익은 아이폰 메이커 애플이 지난해 벌어들인 돈 보다 많으며 JP모간과 버크셔 해서웨이의 연간 수익을 합친 것보다 큰 액수다. 애플, JP모간, 버크셔 해서웨이 모두 세계적 규모의 기업들인 데 반해 SNB의 직원은 불과 800명 정도며 SNB 총재의 연봉은 약 100만달러다. 그래도 SNB 총재의 연봉은 중앙은행 총재 연봉으로는 전세계적으로 가장 높은 편에 속한다.

SNB는 보유 자산 가치의 큰 폭 상승으로 막대한 장부상 수익을 올렸지만 자산을 매각해 이익을 실현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외화 자산 매각은 프랑화 가치를 높여 스위스의 수출에 피해를 줄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SNB의 대차대조표는 금년에도 금융시장 움직임에 좌우될 전망이다.

지난해 SNB가 보유한 외화 자산의 가치 상승은 프랑화 약세로 더욱 빛을 발했다. 프랑화는 2017년에 유로 대비 거의 10% 하락했다. SNB 자산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유로화 표기 자산 가치가 작년에 크게 오르면서 프랑으로 환산한 SNB의 수익은 더욱 늘어났다. 또 스위스 규제당국 데이터에 따르면 작년 9월 말 현재 SNB는 1900만주가 넘는 애플 주식을 보유했다. 지난해 4·4분기 애플 주가는 거의 10% 상승했고 같은 기간 달러도 프랑에 0.7% 올랐다. SNB가 애플 주식을 팔지 않았다면 주가 상승으로 거의 3억달러를 벌었을 뿐 아니라 달러 대비 프랑화 하락으로 수백만프랑의 추가 수익을 올렸다는 계산이 나온다.

SNB는 과거 수년간, 특히 유럽 외환위기 때 프랑화 상승을 억제하기 위해 약 7600억프랑 어치의 외국 채권과 주식을 매입했고 그 때 사들인 외국 자산은 지금 스위스의 국부 증대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 SNB가 세계 어떤 투자은행들 보다 뛰어난 자산 운용 실적을 거둔 셈이다.

전 세계적으로 증시에 상장된 몇 안 되는 중앙은행 가운데 하나인 SNB의 주가는 지난해 두 배 이상 상승, 4000프랑을 넘어섰다.
SNB 주가는 9일에도 3.4% 치솟았다. 파이낸셜 타임스에 따르면 SNB 주가가 가파르게 오른 이유의 하나는 대폭적인 배당금 인상 기대감이지만 SNB 주식 배당금의 상한선은 주당 15프랑이다.
SNB의 지난해 수익 가운데 약 20억프랑은 연방정부 및 26개 지방(canton) 정부에 배분된다.

jdsmh@f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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