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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태민의 채권포커스] BOJ의 변화..글로벌 커브 스티프닝과 30년의 훼방

장태민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1.10 14:51

수정 2018.01.10 14:51

최근 크게 눌렸던 수익률 곡선이 연초 스티프닝되고 있다. 특히 9일 일본은행이 보여준 오퍼레이션에 장기금리가 글로벌하게 뛰었다.

다만 전일 국고30년(KTBS30) 입찰이 견조한 모습을 보이면서 초장기 쪽은 상대적으로 강한 모습을 나타내고 있다.

투자자들은 한국과 미국의 금리인상 횟수, 글로벌 금리 반등 상황, 지난해 초장기물에 대한 학습 효과 등을 감안해 방향을 가늠해 보고 있다.

▲ BOJ의 힘, 일드커브 상단을 들어 올리다
일본은행의 장기물 국채 매입규모 축소에 따른 여파로 미국채 10년 금리가 2.5%를 상향 돌파하면서 국내 이자율 시장의 긴장감이 커졌다. 미국채 금리는 6일 연속 상승하면서 10개월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코스콤 체크(3931)를 보면 지난 밤 미국채10년물 수익률은 7.49bp 급등한 2.5543%까지 뛰어 올랐다. 국채30년물은 8.79bp 점프한 2.8986%, 통화정책에 민감한 2년물은 1.24bp 상승한 1.9726%를 나타냈다. 미국채 커브가 두드러진 스티프닝 양상을 보인 것이다.

이같은 일이 벌어진 데는 일본은행(BOJ)이 예상과 달리 국채 매입규모를 축소했기 때문이다. 일본은행은 잔존만기 10~25년 국채 매입규모를 지난번 오퍼레이션 때보다 100억엔 축소한 1900억엔만 사들였다. 이는 2016년 말 이후 첫 감액 사례다. 잔존만기 25년 이상 국채 역시 100억엔 줄인 800억엔만 사들였다.

일은이 오퍼레이션을 하면서 장기국채 두 구간에서 각각 100억엔씩 매입 규모를 줄이면서 일종의 일은발 '테이퍼링'으로 시장이 받아들인 것이다. 전날 일본 국채 10년물 수익률은 0.6bp 오른 0.065%를 기록했다. 오늘도 일본 장기금리 상승세는 두드러진다. 이날 일본 국채10년물 수익률은 0.8% 수준까지 올랐다.

일본의 '작은 변화'가 미국과 유럽 등을 막론하고 금리를 끌어올리는 역할을 했다.

일본이 보여준 변화의 시작에 긴장하고 있지만, 일은의 장기국채 매입 축소에 지나친 의미를 부여할 필요는 없다는 주장도 나온다.

자산운용사의 한 매니저는 "향후 일은도 ECB도 QE를 줄여야 하는 입장이긴 하다. 다만 일본은 아직 정책기조를 전환했다고 보기 어렵다"면서 "전일 오퍼레이션은 BOJ가 약속한 매입 규모 범위를 벗어나는 것도 아니며, 시장의 일시적 변동요인으로 본다"고 말했다.

▲ 지나쳤던 커브 플랫 반작용과 스티프닝에 대한 기대
최근 한국과 미국 모두 지난해 커브 플래트닝에 매진했다. 미국의 금리인상 기대와 물가 상승률의 한계 등이 작용하면서 수익률 곡선이 평평해졌다.

과거 금리인상기의 경험 등을 근거로 미국 금리가 '붙을' 것이라면서 장단기 스프레드 추가 축소 기대도 이어졌다. 하지만 전일 미국채 커브가 스팁되는 모습을 보면서 긴가민가하는 모습들이 나타난다.

일본은행이 보여준 작은 변화와 함께 미국의 정책 변화를 고려하는 모습이다.

A 증권사의 한 딜러는 "일본은행이 정책에 변화를 꾀면서 일본 금리가 오늘도 계속 오른다"면서 "일은이 말한 것보다 빨리 정책방향에 변화를 주는 것같다"고 말했다.

그는 "이런 분위기를 감안할 때 당분간은 글로벌 금리 상승압력에 따른 국내 시장도 약세를 이어갈 수 있다"고 내다봤다.

하지만 일본은행의 변화보다 미국 상황이 결국 핵심이라는 인식도 적지 않다.

B 증권사의 한 딜러는 "일본은행의 변화에 놀라긴 했지만, 글로벌한 그림에서 보면 그 영향이 제한적일 것으로 본다"면서 "결국 미국의 재정정책에 미국 커브가 어떻게 반응할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그는 "간단하게 봐서 미국이 재정정책으로 적자규모를 키우게 되면 장기금리 상승 압력이 지속적으로 이뤄질 수 있다. 단기 구간은 추가 상승에 망설이게 되면서 커브 스팁에 힘이 모아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그러나 "재정에 의한 경기 부양 효과가 기대에 못 미칠 경우 장기금리가 다시 내려갈 수 있다. 교과서 대로라면 물가도 경기부양 효과로 올라가야 하는데, 이 부분도 봐야 한다"고 밝혔다.

이런 가운데 최근 연준 인사들의 금리인상 논쟁, 물가 오름세에 대한 엇갈린 평가 등도 커브 방향을 엇갈리게 하는 요인이다.

닐 카시카리 미니애폴리스 연은 총재는 "임금상승이 가속화하고 인플레이션이 2% 목표치까지 오르려면 저금리를 유지해야 한다"며 "물가가 상승하는 모습을 봐야 금리를 추가로 높일 수 있다"고 언급했다.

사실 연준 점도표의 올해 3차례 금리인상 예상이나 골드만삭스, JP모간 등 일부 금융권의 연내 4차례 금리인상 전망이 있지만, 최근 연준 내에선 2번만 올려야 한다는 얘기가 여러차례 나오는 등 이견이 적지 않다.

미국의 금리인상 기대 되돌림과 연준 관계자들의 평평한 수익률 곡선에 대한 부담은 커브 플래트너들에게 부담을 지우기도 한다.

아무튼 연초 기대감 등으로 글로벌 금융시장에선 위험 선호와 금리 상승이 동시에 나타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일단 플래트닝도 진정이 됐다.

C 증권사의 한 딜러는 "일단 연초 경기 기대감으로 글로벌하게 금리가 오른다. 문제는 미국의 금리인상 가능횟수로 본다"면서 "미국이 두 번이면 우리는 한 번, 미국이 세 번이면 우리는 두 번 가량 금리를 올릴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 올해도 30년물은 커브 스팁 제약 요인 가능성
미국의 일드 커브가 급하게 일어선 것에 비하면 국내 커브 움직임은 제한적이다.

지난해 시장에 큰 논란을 불러 일으켰던 30년의 역할 역시 커브 모양새와 관련해 무시할 수 없다. 지난해 장기투자기관의 채권 매수 시점 조절이 시장에 변동성을 선사했던 것을 기억하는 플레이어들은 전날 국고30년 입찰을 본 뒤 연초 장투가 예상보다 빠르게 매수로 나오는 것 아닌가 하는 의심도 나타내고 있다.

외국계은행의 한 딜러는 "미국 장기 금리 등이 많이 올랐는데, 국내 30년물은 견고하다"면서 "보험사들은 사실 작년에 많이 당했다. 이에 따라 올해는 먼저 사려고 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그는 "지난해 상반기 장기투자기관은 5년, 10년 등을 낮은 금리에 사서 재미를 보지 못했다. 그러다가 7월부터 급하게 초장기물을 급하게 샀으며 시장엔 후폭풍이 있었다"면서 "정부는 일단 장기수요가 많다는 것을 확인한 셈인데, 향후 30년 수요가 줄어들 때까지 장기비중을 늘려줄지 여부 등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 딜러는 "현재 글로벌하게 주식시장이 양호하고 물가도 좀 올라가고 있다. 이런 무드에선 커브 플랫에 대한 우려가 생길 수밖에 없다.
다만 국내시장에선 30년이 올해도 상당히 중요해 보인다. 다들 한은이 올해 적어도 한 번은 금리를 인상할 것으로 보는데, 두 차례가 아니라면 3년 기준 2.25%에서 막힐 것으로 보인다.
국내 금리는 전반적으로 서서히 올라가는 방향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taeminchang@fnnews.com 장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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