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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국채 시장 연일 ‘수난’…BOJ 쇼크에 中 미국채 매입 중단설까지

장안나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1.11 01:56

수정 2018.01.11 08:07

미국 국채 시장이 잇단 아시아발 악재로 새해 벽두부터 수난을 겪고 있다. 일본은행 완화축소 가능성에 이어 중국의 미국채 매입 축소·중단설이 더해졌다. 중국은 미국채 시장 최대 큰 손이다.

미국이 새해 들어 양적긴축을 강화하고 국채공급 물량도 늘리고 있는 와중이라 타이밍도 절묘했다. 일본은행 쇼크가 채 가시기도 않은 가운데 나온 중국 당국자 몇 마디 말에 미 채권·주식·외환시장이 일제히 출렁였다.

■“中 당국자, 미국채 매입 축소·중단 제안…채택여부 불확실”

중국 외환보유 전략을 검토중인 당국자들이 미국채 매입을 줄이거나 중단하는 방안을 제안했다고 블룸버그가 소식통들을 인용해 10일 보도했다.
다른 자산들에 비해 미국채 매력이 떨어지고 있고 양국 간 무역 긴장이 고조된 점이 배경이라고 블룸버그는 분석했다.

중국은 미국채 최대 보유국가다. 미 재무부의 2017년 10월 자료를 보면 중국은 3조달러 규모 외환보유고 중 1조1900억달러를 미국채에 투자했다.

찰스 비플로스 국제대학원 경제학 교수는 “이번 일은 중국의 다른 모든 사안들처럼 복잡한 체스게임처럼 보인다” “지난 몇 년간 중국이 미국채 투자가 과도한 게 아닌지 고민해온 만큼 투자다변화는 시간문제”라고 강조했다.

중국 외환당국이 해당 제안을 채택했는지는 아직 확실하지 않다. 중국 국가외환관리국(SAFE)은 이번 발언의 진위 여부를 묻는 블룸버그 질문에 곧바로 응답하지 않았다.

브뤼셀을 방문중인 데이비드 말파스 미 재무부 대외경제차관은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미 국채시장은 유동성이 깊고 탄탄한 시장이다. 미 경제 모멘텀도 견고한 만큼 시장 상황에는 변함이 없을 듯하다”고 말했다.

■미국채 수익률 2.6% 바짝 vs 다우 100p 하락 + 달러/엔 1.2%↓

중국발 쇼크는 이날(현지시간) 미 금융시장 전역에 파장을 미쳤다. 뉴욕증시가 사상최고 행진을 멈췄고 미국채 수익률은 장 초반 급등했으며 달러화 가치는 하루 만에 약세로 돌아섰다.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가 장 초반 100포인트 넘게 빠지는 등 3대 지수가 약세로 전환했다. 전일 2.5%를 뚫고 올라온 미국채 10년물 수익률은 추가로 오르면서 장중 한때 2.6%에 바짝 다가섰다.

미 달러화 가치는 주요 통화들에 대부분 하락했다. 특히 달러/엔은 1.2% 빠지며 6주 만에 최저치(엔화 강세)를 기록했다.

중국발 쇼크는 유럽 채권시장으로까지 영항이 갔다. 오름폭은 상대적으로 작았다. 독일 10년물 분트채 수익률이 1bp 가까이 오른 0.477%를 기록했고 스페인 10년물 수익률은 4.5bp 급등했다.

피터 부크바 블리클리파이낸셜그룹 최고투자책임자는 “중국이 미국채 최대 보유국인 만큼 이번 재료가 시장에 미친 파장이 컸다”고 논평했다.

마이클 쇼울 마켓필드자산운용 회장은 “중국이 미국채 시장의 유동성 고갈에 일조할 듯하다. 이미 상승압력을 받고 있는 미국채 시장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소식”이라고 평가했다.

■“외환보유고 구성 대폭 변경 어렵다…선택지 제한적”

현실적으로 중국 정부의 선택지가 제한적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위안화 환율을 관리하려면 외환보유고 구성을 대폭 바꾸기는 힘들기 때문이다. 중국의 미국채 순매수가 이미 상당폭 둔화한 만큼 중국의 시장 영향력도 제한적일 것이라는 관측 역시 주목할 만하다.

라지브 비스와스 IHS마킷 이코노미스트는 “중국이 미국채 순매수를 중단하더라도 단기간에 대량 처분하지만 않는다면 수익률곡선 전반에 엄청난 파장이 갈 듯하지는 않다”고 내다봤다.

한 시장전문가는 “미국채 시장은 전 세계에서 유동성이 가장 풍부하고 안정적인 시장이다.
중국이 투자포트폴리오를 훼손하면서까지 미국채 보유량을 급격히 축소하지는 않을 듯하다”고 내다봤다.

이번 행보를 외환보유 전략이 아닌 정치적 목적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다른 전문가는 “중국이 외환보유고를 묻어둘 곳이 딱히 많지 않다”며 “트럼프 행정부를 겨냥해 대중 무역전쟁을 시작할 경우 차입비용을 높이겠다는 경고장을 보낸 셈”이라고 평가했다.

godblessan@fnnews.com 장안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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