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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신성장 강조하는 기재부, CES는 뒷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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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기획재정부는 정부 부처로는 처음으로 직원들을 대상으로 맞춤형 혁신교육을 시작한다고 발표했다. 이번 교육은 고형권 기재부 1차관의 제안으로 마련됐다고 한다. 격무에 시달리는 부서를 중심으로 재충전의 기회를 제공하자는 차원에서다.

눈에 띄는 건 4차 산업혁명, 국가경영과 미래전략, 로봇 미래전략, 에어비앤비 혁신기업 현장방문 등 미래산업과 관련된 프로그램이 다수 포함돼 있다는 것이다. '혁신성장 전도사'로 불릴 정도로 미래먹거리 발굴을 강조해온 김동연 경제부총리의 의중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이번 교육에 당초 예상보다 많은 인원이 자원할 정도로 기재부 직원들의 관심이 뜨거웠다는 후문이다.

혹자는 모처럼 만에 책상머리를 떠나는 것이 반가웠을 것이란 해석을 내놓았다. 또 김 부총리가 혁신성장에 대해 "작더라도 손에 잡히는 가시적인 성과가 중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여온 만큼 혁신성장 정책 마련을 위한 아이디어를 얻자는 차원일 것이란 의견도 나왔다.

기재부 직원들에게 현장 방문은 '연례행사'가 된지 오래다. 기재부는 정부 경제정책의 컨트롤타워로 불릴 정도로 정부의 주요 정책들을 책임진다. 그만큼 막강한 권력을 가진 핵심 중의 핵심부처다. 어쩔 수 없이 상당수 기재부 직원들은 다른 부처보다 과중한 업무에 시달린다.

한 기재부 관계자는 "일이 워낙 많아 현장 방문이나 정책 이해관계자들과의 만남은 쉽사리 엄두를 내지 못한다"면서 "매년 말 기재부가 발표하는 경제정책방향이 '재탕'이라는 비판도 있지만 매번 다른 정책을 내기도 쉽지 않고, 워낙 나오는 정책이 많아 기존 정책과 중복되는지 확인하기 어려운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지난 9일부터 나흘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세계 최대 IT가전 전시회인 CES(국제가전전시회)가 열리고 있다. CES는 전세계 기업에서 내놓은 선도적이고 트렌디한 기술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는 전시회다. 그만큼 미래산업과 혁신적 제품에 대한 아이디어를 많이 얻을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올해는 스마트 시티, 커넥티시티 등이 화두로 떠올랐다. 이미 화웨이, 인텔 등 해외 유수 기업의 CEO(최고경영자)들이 CES 현장을 찾았고, 국내에서도 CES에 직접 참여하지 않는 두산, SK텔레콤, 한진 등 주요 대기업 임원진이 신사업 개척을 위해 CES 현장을 잇따라 방문하고 있다.

그러나 정작 혁신성장 중요성을 강조해온 기재부에선 직원을 파견하지 않았다. 과거에도 기재부에서 CES 참관을 위해 직원들을 보낸 적은 한번도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기재부 내부에선 혁신성장과 관련된 정책을 설계하기 위해선 신기술·신제품을 직접 경험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흘러나오고 있다. 일부 기재부 직원들은 당장 혁신성장 성과를 주문하는 김 부총리의 발언에 부담스러워 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다른 기재부 관계자는 "CES 현장 참관이 정책 수립에 분명히 도움이 될 것"이라면서도 "참관을 위해 각 과에 사무관 한 명이라도 빠지면 다른 직원들의 업무에 과부하가 걸린다"고 토로했다.

"책상 위 정책은 만들지 말자"는 것이 김 부총리의 취임 일성이었다.
그러나 그가 주도하는 혁신성장과 밀접하게 맞닿아 있는 CES 현장에 기재부 직원 누구도 참석하지 않았다는 사실은 의외다. 혁신성장은 아직 우리가 '가보지 않은 길'이다. 가보지도 않은 길을 상상해 만드는 정책에 실효성을 기대하긴 어렵다.

mkchang@fnnews.com 장민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