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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국채, 30년 상승장 막내리나

박종원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1.11 16:14

수정 2018.01.11 16:14

지난 1980년대 이후 30여 년간 성장세를 유지해 온 세계 국채시장이 마침내 대변혁을 맞이할 갈림길에 섰다. 주요 선진국들이 잇달아 기준금리 인상에 나선데다 실물경기 부양으로 물가마저 오를 기미를 보이면서 국채를 찾는 수요가 급감했기 때문인데 업계에서는 이를 단기적인 변동이 아닌 '새로운 시대'의 시작이라고 보는 분위기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10일(이하 현지시간) 주요국 국채가격이 최근 급락하고 있다며 이같이 전했다. 전날 업계에서 '채권왕'이라고 불리는 다국적 투자사 야누스헨더슨그룹의 빌 그로스 포트폴리오매니저는 "5년, 10년 만기 미국 국채의 25년 추세선이 깨졌다"며 시장이 약세장으로 돌아섰다고 선언했다.

■저금리 시대 끝나자 가격 급락
미 10년물 국채 수익률은 10일 장중 2.597%까지 올라 10개월 만에 최고수준을 기록한 뒤 2.56%로 마감했다. 채권가격은 만기가치를 수익률로 깎아 계산하는 만큼 수익률 상승은 곧 채권 가격이 떨어졌다는 의미다.
해당 수치는 올해 들어 5.38% 상승했다. 같은 날 독일 10년물 국채 수익률과 일본 10년물 국채 수익률은 각각 0.54%와 0.048%를 기록했으며 두 금리 모두 올해 들어 각각 27%, 54%씩 상승했다.

이들 국채들의 공통점은 모두 기준금리 인상을 앞두고 있다는 점이다. 시장에서 거래되는 채권 수익률은 기준금리와 함께 오르내리기 때문에 금리 인상은 국채가격을 떨어뜨릴 수 밖에 없다. 특히 지난해 3차례 기준금리를 올렸던 연방준비제도(연준)는 올해도 최소 3번의 인상을 예고했으며 그동안 경기부양 목적으로 사들였던 국채를 처분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시장에서는 연준처럼 저금리·국채 매입으로 경기부양을 추진했던 유럽중앙은행(ECB)도 최근 유럽 경기가 회복세를 보이면서 2019년부터 금리 인상에 나서는 한편 현재 사들이는 국채 양도 줄인다고 보고 있다. 연준과 ECB와 비슷한 정책을 펴온 일본은행마저 지난달 통화정책회의에서 금리 인상론이 제기되면서 채권 투자자들의 불안을 부추겼다. 빌 그로스의 경쟁자로 '채권왕'이라는 칭호를 다투고 있는 미 더블라인 캐피탈의 제프리 건드라흐 최고경영자(CEO)도 이례적으로 그로스의 의견에 동의했다. 그는 저금리와 국채매입으로 지속되던 '양적완화'의 시대가 가고 있다며 "이제 중앙은행들의 정책이 '양적긴축'으로 흐르고 있다"고 지적했다.

■미 국채 방향이 열쇠
FT는 이러한 국채가격 급락의 시발점이 미국 국채라고 분석했다. 미 국채의 경우 연준의 긴축정책과 더불어 미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경기부양책에 함께 노출되어 있다. FT는 지난달 통과된 트럼프 정부의 대규모 감세안을 지적하며 이로 인해 미국 내 물가상승률이 오르게 되면 국채 투자자들이 원하는 수익률 수준도 높아진다고 설명했다. 결과적으로 국채가격은 더 떨어질 수밖에 없다. 미국 내 대표적인 물가상승 지표인 브레이크이븐 레이트(10년물 기준)는 이달 들어 지난해 3월 이후 처음으로 2%를 넘어섰다. 브레이크이븐 레이트는 미 일반 국채와 물가 연동 국채간의 수익률 차이를 나타내는 지표로 오를수록 물가상승을 기대하는 투자자들이 많다는 의미다.

여기에 외부요인도 미 국채 가격을 떨어뜨리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10일 소식통을 인용해 세계에서 미 국채를 가장 많이 가지고 있는 중국 정부가 앞으로 미 국채 매입 속도를 늦추거나 중단하는 것을 검토 중이라고 보도했다. 중국이 보유한 미 국채는 1조2000억달러(약 1286조원) 규모로 외국인이 보유한 미 국채 가운데 5분의 1에 해당한다.

블룸버그는 이 같은 움직임의 배경에 정치·경제적 이유가 깔려있다고 풀이했다. 통신은 최근 미국이 중국을 상대로 무역 압박을 계속하면서 중국이 이를 맞받아치기 위해 국채 매입 중단을 무기로 삼고 있다고 추정했다. 또한 미 정부는 이번 감세로 향후 10년간 약 1조달러의 재정적자를 감당해야 한다. 이는 그만큼 미 국채의 신용도가 떨어진다는 의미다.

한편 루캉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11일 정례 브리핑에서 블룸버그의 보도를 부인했다. 그는 "우리가 초보적인 상황에서 판단하기로는 아마 잘못된 정보를 인용했거나 가짜 소식을 수 있다"고 밝혔다.


미 재무부의 데이비드 말파스 대외경제 차관도 블룸버그 보도 이후 "미국은 가장 탄탄한 국채 시장을 갖추고 있고 경제에도 확신이 있다"며 미 국채가 안전하다고 자신했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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