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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장칼럼] 채용비리 수사 확대해야

조상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1.11 16:45

수정 2018.01.11 21:14

[차장칼럼] 채용비리 수사 확대해야

"동창 A 있잖아, 임용고시 떨어지고 조금 놀더니 사립 고등학교 교사로 들어갔더라. 어떻게 된 건지 물어보니 가족 중에 모 사립학교 고위직이랑 끈이 닿아서 5000만원 주고 들어갔대."

약 20년 전 동창 모임에서 나왔던 이야기다. 얼마 후 만난 A는 사실이냐고 묻는 내 질문에 "운이 좋았다"는 말로 이 소문이 어느 정도 사실임을 인정했다. 이후에도 기자는 여러 지인들로부터 일부 사립학교 채용에 대해 비슷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고, 일부는 이런 비정상적 방법의 채용절차가 공공연한 비밀이자 '관행'이라고도 말했다.

검찰이 최근 공공기관 채용비리에 대한 중간 수사결과를 발표했다. 취업준비생 사이에선 이른바 '신의 직장'으로 불리는 공기업 상당수가 포함돼 있어 충격을 줬다. 21세기 들어 일어난 것으로는 믿기지 않을 만큼 인사시스템은 주먹구구식이었고, 비리 행태도 다양했다.
한국가스안전공사와 대한석탄공사는 여성 합격인원을 줄이기 위해 여성 지원자의 점수를 고의로 낮게 부여하는 방법으로 불합격시켰다. 한국서부발전과 강원랜드, 금융감독원은 청탁자의 합격을 위해 조건과 절차를 임의로 변경하는 이른바 '낙하산' 맞춤형 채용을 하기도 했다. 불과 5개월간 수사를 통해 비리에 연루돼 재판에 넘겨진 인원만 30명을 기록할 정도로 공공기관 채용비리는 대대적 인사시스템 개선이 시급함을 보여줬다.

공공기관 인사가 논란이 된 것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벌어지는 공공기관장의 보은성 낙하산 인사는 '인사의 비정상화'를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다. 법조계에선 감사원 등 정부로부터 감시와 견제를 받는 공공기관의 인사비리가 이 정도인데 민간기업은 말할 것도 없을 것이란 주장이 나온다. 검찰은 현재 진행 중인 우리은행 신입사원 채용비리 등 민간 영역의 인사·채용비리에 대해서도 지속적인 단속활동을 벌여 범행이 확인되면 지위 고하에 관계없이 엄정히 처리하겠다고 했다.

더불어 사학 채용비리도 본격적으로 메스를 들이대야 한다. 지난해 경찰은 경기지역 모 중학교 채용비리를 수사, 정교사직은 8000만∼1억4000만원, 기간제교사직 3500만∼4500만원 등의 뒷돈이 형성되며 '거래'가 형성된 사실을 적발했다. 한때 정교사 자리는 수천만원대였지만 취업난과 '임용절벽'을 겪으면서 최대 2억원까지 치솟았다고 한다. 상대적으로 인력이 많은 국어와 영어, 수학 등 주요 교과의 교직은 1억원 안팎, 예체능 교과의 경우 1억원을 훌쩍 뛰어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한민국은 사회 전반에 걸친 채용비리 수사를 통해 반칙과 특권이 없고 기회가 공정한 사회로 나아가야 할 최적의 시기다. 탄핵정국을 겪으며 세대 간, 이념적 갈등이 좀처럼 좁혀지지 않는 상황에서 출발선의 불평등을 야기하는 '뒷문'을 통한 채용비리가 사라지지 않는다면 국민적 갈등은 더욱 심화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수사기관의 역할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70만명을 넘어선 취업준비생들의 땀과 눈물을 외면하지 않는 내부고발자들의 양심선언이다.

조상희 사회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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