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G 자율주행차·AI 플랫폼.. 국경·업종 초월해 뭉쳐야 산다

기업들의 '하이퍼-코피티션'
완전자율주행차 위해 BMW.벤츠 등 車업계
이통사와 5G 자율주행 동맹
구글 딥마인드.MS.IBM… AI파트너십 협의체 만들어
기술 경쟁하고 정책 제언도
현대.기아차-SK텔레콤도 다양한 '협력 생태계' 조성

글로벌 기업 생태계에서 국경과 업종을 초월한 '하이퍼-코피티션(Hyper-Coopetition, 협력형 경쟁)'이 떠오른 이유는 기업의 평균수명이 짧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100년 역사를 지닌 제조업체도 '디지털 변혁(Digital Transformation)'을 하지 못하면 살아남을 수 없기 때문에 정보통신기술(ICT) 업체를 향한 러브콜(구애작전)이 어느 때보다 뜨겁다. 이 과정에서 신산업 분야 법.제도 개편이나 1등 업체와 정면승부를 위해 '적(敵)과의 동침' 사례도 늘면서 '하이퍼-코피티션'이 4차 산업혁명의 핵심 화두로 부상하고 있다.

■통신사-車 '5G 자율주행 동맹'

1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국제신용평가기관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에 등록된 기업의 평균수명이 1920년대 67년에서 최근 15년으로 줄면서 디지털 변혁과 개방형 혁신 등을 통한 경영민첩성 확보가 핵심 생존전략으로 떠올랐다. 특히 4차 산업혁명이 본격화될 오는 2020년에 이 수치가 평균 10년 이하로 단축될 것이란 관측이 나오면서 국경과 업종을 초월한 하이퍼-코피티션이 화두다.

우선 빅데이터 기반 머신러닝(기계학습) 등 인공지능(AI) 플랫폼과 이를 지원하는 칩셋 및 초고속 네트워크가 각광을 받으면서 관련업체 간 협력이 활발해지고 있다. 구글, 아마존, 바이두가 각각 AI 플랫폼을 무기로 올해 세계 최대 전자전시회인 'CES 2018'을 장악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스마트홈(가정)과 스마트카(자율주행)를 넘어 스마트시티(공공인프라) 분야를 주도하는 업체들이 핵심 두뇌로 이들의 AI 엔진을 장착했기 때문이다.

자율주행차용 반도체 '자비에'를 개발한 AI 컴퓨팅(그래픽처리장치.GPU) 업체 엔비디아 역시 글로벌 차량공유 업체 우버와 자율주행 택시를 개발키로 했다. 엔비디아는 폭스바겐은 물론 SK텔레콤, 바이두, 도요타 등 한·중·일 대표기업과 손잡고 자율주행 산업을 선도하고 있다.

통신사와 자동차 분야도 하이퍼-코피티션이 활발하다. 이른바 '5G 자율주행 동맹'이다. 즉 SK텔레콤, KT, 버라이즌 등 국내외 이동통신업체들이 사활을 건 '2019년 5세대(5G) 이동통신 조기 상용화'가 글로벌 완성차업체의 '2019년 완전자율주행차 시대'와 맞물리면서 양쪽 진영의 전략적 파트너십이 이뤄지고 있다. 최근 BMW.벤츠.아우디 등 글로벌 자동차 업계가 5G 기반 자율주행차를 개발하기 위해 만든 '5G 자동차협회(5GAA)'에 국내 이통3사를 비롯해 차이나모바일, NTT도코모, 버라이즌 등이 속속 합류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국내 기업 생태계 변화의 바람

과거 '나홀로 연구개발(R&D)' 등 독자노선과 '기획-생산-판매'에 이르는 수직계열화 정책을 취했던 국내 기업 생태계에도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현대.기아차가 SK텔레콤, KT, 카카오 등의 AI 플랫폼을 활용하는 게 대표적이다. 현대.기아차는 카카오의 AI 플랫폼 '카카오 아이(I)'를 활용한 서버형 음성인식 기술개발을 완료, 지난해 말 출시한 제네시스 G70 모델에 적용했다.

특히 최근 동종업계에서 경쟁사끼리 손잡는 일이 늘고 있다. '알파고'를 만든 구글 딥마인드와 마이크로소프트(MS), IBM 등은 AI 기술로 경쟁하는 동시에 '인간과 사회를 이롭게 하는 AI 파트너십'이란 협의체를 만들어 정책 제언에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국내 이통업계는 KT와 LG유플러스가 사물인터넷(IoT) 전용 통신망인 '협대역(Narrow Band, NB-IoT)' 생태계 조성을 위해 협력한 데 이어 각사의 모바일 내비게이션을 통합한 '원내비(ONE NAVI)'를 운영 중이다. LG유플러스는 KT그룹 계열사인 '지니뮤직'의 2대주주로 참여하면서 지니뮤직 음원을 활용한 부가서비스를 선보였다.

SK텔레콤도 5G, AI, 빅데이터 등을 기반으로 글로벌 파트너십을 강화하고 있다.
시스코의 핵심 성장전략인 '사들이고(Buy), 개발하고(Build), 파트너와 협력(Partner)'과 같은 맥락이다. 이번 CES에서 삼성전자, 인텔, 퀄컴 등 국내외 ICT 선도기업과 자율주행차 및 스마트시티 등에 대한 협력방안을 논의한 박정호 SK텔레콤 사장의 행보가 주목받는 이유다. 박 사장은 "4G까지는 기존 유선서비스가 무선화되는 과정이었지만, 5G는 오프라인 세상 자체가 ICT 안으로 들어오는 것을 의미한다"며 "글로벌 협력을 통해 ICT 분야의 혁신을 선도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elikim@fnnews.com 김미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