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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논단] 자본시장을 보면 4차 산업혁명이 보인다

김충제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1.15 17:16

수정 2018.01.15 17:16

[fn논단] 자본시장을 보면 4차 산업혁명이 보인다

알파고가 촉발한 4차 산업혁명의 열기는 새해 비트코인을 통해 사회 전체에 들불처럼 번진 듯하다. 비트코인에 대한 규제를 두고 새로운 산업이다, 아니다 갑론을박도 엄청나다. 그렇다면 우리사회가 바라보는 경제의 시각은 건강할까. 글로벌 시장이 혁명의 시대로 진입했다고 하는데 적어도 변화의 방향은 어딘지 짚어볼 필요가 있다.

그렇다면 현재 글로벌 시장에서 자본의 집중적인 투자를 받는 기업들은 어떤 기업일까.

2018년 1월 1일자 시가총액 기준으로 보면 1위 애플, 2위 알파벳(구글), 3위 마이크로소프트, 4위 아마존, 5위 페이스북, 6위 텐센트, 7위 버크셔해서웨이, 8위 알리바바의 순이다. 투자기업인 버크셔해서웨이를 제외하면 세계 1~8위 기업들은 모두 IT기업이다.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1784년 시작된 1차 산업혁명 이후 자본투자의 오직 하나의 법칙은 첨단 과학기술로 최고의 제품을 만드는 기업이라고 해도 틀린 말이 아니었다. 그런데 이들 7개 기업은 첨단의 IT기업이라고 하는데 어느 기업도 제조공장이 없다. 그나마 제품을 만드는 기업도 달랑 애플 하나다. 확실히 자본의 선택기준이 달라진 것이다. 비즈니스 모델은 더욱 가관이다. 애플은 매출 80%를 아이폰 하나로 채우는 단일제품 판매기업이다. 스마트폰 하나 만들고 세계 1위 기업이 되었다. 2위 구글은 매출의 90%가 광고다. 월 방문자 수 70억인 사이트에서 살짝 광고판만 올려 돈을 벌어 세계 2위 부자가 되었다. 3위 마이크로소프트는 그나마 익숙했는데 이들도 3년 전부터 오프라인 영업을 거의 정리해버렸다. 그렇게 인터넷기반 비즈니스로 전환하고 주가가 2배나 상승했다. 4위 아마존은 유통과 물류기업이다. 그런데 스마트폰 사용자만 주대상으로 한다. 심지어 우리 매장에 오라고 미디어 광고도 안한다. 5위 페이스북은 '인생의 낭비'라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의 대표기업이다. 원조라던 싸이월드의 몰락을 당연시했던 우리로선 정말 자본의 선택을 이해할 수가 없다. 6위 텐센트는 우리 사회가 마약이라고 분류하는 게임분야 세계 1위 기업이라니 망연자실이다. 8위 알리바바도 오로지 폰을 든 소비자를 위한 사업만 하는 기업이다.

여기에 모인 자본만 4500조를 넘었다. 결론은 하나다. 우리 사회의 상식에 따라 자본이 미친 것이라고 하거나 아니면 우리 사회의 기본상식이 이제는 틀렸다고 얘기해야 한다. 안타깝게도 지난 30년간 거대자본의 선택이 틀린 적은 없었다. 더구나 세계를 움직이는 G2 마켓의 선택이다. 결국 우리의 상식, 우리 사회의 근간이 되는 철학을 바꿔야 하는 신문명의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이들이 만든 비즈니스 모델에서 새로운 상식을 배워야 한다. 스마트폰을 통해 소비하는 시스템의 성장을 촉진하고, 견고했던 기존 생태계의 파괴를 받아들이며 디지털에 기반한 신문명 시대로 도약해야 한다. 대문명교체의 시기에 신문명은 구문명을 늘 싹쓸이해왔다. 역사는 우리에게 일관적으로 그 증거를 보여주고 있다.
4차 산업혁명은 기술자들 손에 달린 미래가 아니다. 사회 전체가 시각을 바꾸고 혁신의 엄청난 고통을 이겨내야 하는 시대다.
그것이 4차 산업혁명의 시대 자본시장이 전하는 엄정한 메시지다.

최재붕 성균관대 기계공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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