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중로]

어떤 영화가 재미있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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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영화가 재미있습니까?"

지인들에게 이런 질문을 받을 때가 많다. '어떤 영화가 재미있습니까'라는 질문엔 '어떤 영화가 흥행할 것 같으냐'는 뜻도 담겨 있게 마련이다. 지난해 말 겨울시즌을 앞두고도 비슷한 질문을 많이 받았다. 이른바 '한국영화 빅3'로 불리는 '강철비' '신과함께' '1987'이 순차적으로 개봉하는데 어떤 작품이 최후의 승자가 될 것으로 보느냐는 물음이었다. 아직 세 편의 영화를 다 보지 못했으니 대답하기 난감했다. "세 편 다 좋은 영화예요"라며 곤란한 상황을 슬쩍 피해갈 수도 있지만, 문화부장이라는 직함에 걸맞은 답을 내놔야 한다는 부담이 전혀 없는 것도 아니다. 그래서 나름 성실한 답변을 하려고 애쓰는 편이다.

세 편의 영화를 다 보기 전에는 이런 대답을 내놨다(개인적인 취향과 관심이 120% 반영된 답변이다).

"세 편 모두 나름의 장점을 가지고 있는데, 개인적으로는 '강철비'가 제일 재미있을 것 같습니다. 북핵 이슈가 가장 핫한 시점이기도 하고, 한반도에서 핵전쟁이 벌어질 수 있다는 설정이 흥미롭지 않습니까. 이미 1000만을 경험한 '변호인'의 양우석 감독 작품인 데다 북한요원 역을 맡은 정우성도 오랜만에 연기를 잘 했다고 하고요, '스틸레인'이라는 제목의 원작 웹툰도 꽤 재미있는 모양입니다. 하하…."

원작 웹툰의 인기만 놓고 보면 '신과함께'가 더 강력하고, 이른바 '1987년 체제'를 있게 한 그 시절 이야기를 과연 어떻게 그렸을지 무척 궁금하기도 했지만 '강철비'에 한 표를 던졌다. 저승의 모습을 스크린으로 옮기자면 무엇보다 컴퓨터그래픽(CG)이 중요한데 이에 대한 확신이 서지 않았고,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과 6월항쟁을 영화화하는 용기를 높이 사고 싶지만 1987년을 경험하지 못한 20~30대 젊은 관객이 과연 극장을 찾을까 의구심이 들었다.

그러나 나의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강철비'가 처음 극장에 내걸렸을 때만 해도 나의 예측이 아예 틀리지는 않았나보다 생각했지만, '신과함께'와 '1987'이 연이어 모습을 드러내자 '강철비'는 눈에띄게 흥행 동력을 잃어갔다. '신과함께'의 아킬레스건이 될 것으로 봤던 CG가 예상 외로 좋게 나왔고, 신파라는 비판을 받을 수도 있는 스토리에 관객이 호응하면서 '신과함께'는 순식간에 1000만 관객을 돌파했다. 또 '4·13 호헌조치'가 뭔지도 모르는 사람들이 영화를 보러갈까 의심했던 '1987'도 촛불의 힘을 경험한 20~30대 젊은 관객층의 지지를 받으면서 뒷심을 발휘하고 있는 형국이다.


누구 말마따나 1000만 영화는 '하늘이 내려주는 선물'이다. 영화를 만드는 사람들이 온 힘을 다해 1000만 고지를 향해 달려가지만 그 결과는 누구도 모른다는 점에서 그렇다. 대작영화 세 편이 동시에 내걸린 이번 시즌을 보내면서 이런 사실을 다시 한 번 실감하고 있는 중이다.

jsm64@fnnews.com 정순민 문화스포츠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