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

"거래 위축땐 블록체인 기술 사라질 것"

가상화폐 투기 근절이냐 블록체인 기술 육성이냐
정부 "투기 막되 기술 육성"
전문가 "분리할 수 없다" 가상화폐 불법화 경계해야

정부가 가상화폐 거래를 규제하고 블록체인 기술은 육성한다는 분리 방침을 재확인했지만 업계와 정보기술(IT) 전문가는 가상화폐와 블록체인 기술을 분리할 수 없다며 정면 충돌하고 있다.

정부와 업계 모두 블록체인(분산저장) 기술을 구현한 것이 비트코인, 이더리움 등 가상화폐라는 점에는 이견이 없지만 규제방법을 놓고선 이견을 보이고 있다. 정부는 가상화폐 투기를 근절하는 각종 규제가 블록체인 기술 위축으로 이어지지 않는다고 보는 반면 업계와 IT전문가는 가상화폐 시장을 규제하면 블록체인 기술도 사라질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특히 정부가 블록체인의 본질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며 민간 블록체인 전문가의 의견을 듣는 공론화 과정을 거쳐 가상화폐를 제도권으로 편입시켜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가상화폐-블록체인 분리 이견

15일 관련업계와 IT 전문가 의견을 종합하면 정부의 가상화폐 거래 규제의 가장 큰 문제점은 가상화폐를 불법화해 블록체인 기술을 구현하는 가장 큰 시장을 사라지게 만들 것이라는 점이다.

김진화 한국블록체인협회 준비위원회 공동대표는 "가상화폐가 위축되면 공개형 블록체인 기술에 대한 접근권이 사라진다"면서 "관련 블록체인산업 위축은 불가피하다"고 지적했다. 김 공동대표는 "쉽게 말하면 망을 깔지 않고 전화선으로 인터넷을 하라는 것과 같다"면서 "가상화폐를 제도권으로 받아들일 수 없으면 가상화폐 거래소는 문을 닫고 채굴은 불법화되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블록체인 전문가들은 이제 막 태동을 시작한 '블록체인 경제계'가 사라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박성준 동국대 블록체인연구센터장은 "정부의 인식은 가상화폐는 법정화폐가 아니라고 하면서 가상화폐를 불법화시키는 것"이라며 "1000개가 넘는 가상화폐는 역할과 목적이 있고, 단순한 화폐가 아니라 블록체인 경제계를 새롭게 구성하고 있다"고 말했다.

1세대 벤처기업인 이민화 KAIST 교수(벤처기업협회 명예회장)의 우려도 다르지 않았다. 이 교수는 "블록체인을 '인터넷 2.0'이라고 하는 이유는 구글, 아마존 등이 해온 허브가 없는 플랫폼이 가능케 하는 기술이기 때문"이라며 "가상화폐는 일종의 블록체인 플랫폼으로 이해해야 하고, 블록체인은 이 플랫폼을 만드는 알고리즘으로 이 두 개는 별개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즉 정부가 가상화폐 거래를 막으면 가상화폐 거래시장이 해외로 옮겨가면서 블록체인 기술도 잃어버린다는 것이다.

■"제도권 편입해야 기술 발전"

이들은 정부가 블록체인 기술을 정말로 진흥시킬 마음이 있다면 가상화폐를 제도권으로 편입시킨 뒤 투기 방지를 위한 적절한 규제에 나서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정부가 올해 계획하고 있는 블록체인 기술 진흥책은 크게 △블록체인 시범사업 △연구개발(R&D) 사업이다. 두 사업의 예산을 합해도 100억원이 안 된다. 정부는 또 블록체인산업 실태조사와 블록체인 인력양성에도 나설 계획이지만 구체적인 계획은 미정이다.
업계와 전문가들은 정부가 가상화폐 거래를 옥죄면서 블록체인 기술 진흥에 힘쓰겠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비판했다.

블록체인산업을 육성하려면 일본처럼 가상화폐를 제도권으로 편입해 가상화폐 거래소를 인가하고 세금을 부과하거나 민간전문가와 공론화 장을 마련해 의견을 청취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기술이 발전하려면 시장을 없애는 것이 아니라 적절한 브레이크와 액셀러레이터가 필요하다"면서 "현 정부의 문제는 가상화폐, 블록체인을 아는 사람이 없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gogosing@fnnews.com 박소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