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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장칼럼] "최저임금이 올라서…"

최영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1.16 17:15

수정 2018.01.16 17:15

[차장칼럼] "최저임금이 올라서…"

아주 좋은 핑곗거리가 생겼다. 바로 '최저임금 인상' 때문이라는 말이다.

요식업에 종사하며 승승장구하던 모 대표는 최근 2년 동안 지점을 3배 가까이 확장했다. 그런데 최근 어려움에 처했다. 시장 변화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며 안주한 결과다.

기존엔 메뉴부터 서비스까지 하나하나를 사장인 자신이 직접 챙겼다.
하지만 지점을 무리하게 늘리면서 여러 문제들이 불거졌다. 결국 그는 조만간 9개 매장 중 5개를 닫을 예정이라 직원들에게 무어라 할지 고민이 깊었다. 하지만 그에게 좋은 핑곗거리가 생겼다. 최저임금이 지나치게 많이 올라서 수지를 맞출 수 없다. 지점을 폐쇄할 수밖에 없으니 직원들도 이해를 해달라고 할 참이다.

최근 모 언론에 최저임금 인상 때문에 공장 문을 닫았다는 중소기업 소식이 실렸다. 하지만 그 기업 정보를 살펴보니 여러 해 동안 적자가 누적돼 왔다. 새로운 제품도 새로운 시장도 찾지 못한 결과다. 하지만 제목은 역시 '최저임금 인상 때문에'라고 달렸다.

최저임금 인상으로 음식 값을 올릴 수밖에 없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실제 일부 프랜차이즈를 중심으로 음식 값이 도미노처럼 오르고 있는 곳도 존재한다.

그런데 반대 모습도 있다. 지난 주말 서울 강남구 소재 모 음식점은 기존 6000원에서 5000원으로 내렸다. 심지어 큼지막한 플래카드까지 써서 붙여놨다. 광진구 능동의 순댓국집은 몇 년째 5000원을 고수하고 있다. 이곳 사장님은 앞으로도 가격을 올릴 생각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최저임금 인상이라는 것은 핑계라는 설명이다.

최저임금 인상이 핑곗거리로 전락한 데엔 지금 정부의 밀어붙이기식 결정도 큰 몫을 했다.

최저임금 인상이 필요하지만 산입범위를 어떻게 정할 것인지,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은 무엇인지 깊은 고민을 해야 하며 무엇보다 사회적 공감대를 만들어야 한다.

4월이면 '2019년도 최저임금' 결정을 위한 협상이 시작된다. 또다시 정부의 의지대로만 밀어붙여선 안 된다. 필요하다면 2020년 1만원이 아니라 2022년 1만원 등으로 소프트랜딩도 고민해봐야 한다.

지금의 대한민국은 너무 빨리 이곳에 도착했다. 국민의 사고와 사회적 시스템은 여전히 우리의 경제적 수준에 못 미친다. '빨리빨리'라는 병이 현재의 대한민국을 만들어놨다.
최저임금 역시 무조건 빨리빨리 올린다고 해결되진 않는다. 이제라도 천천히 하나씩 쌓아 나가야 한다.


최저임금 인상이 핑곗거리로 전락하고 있는 현 상황을 정부는 깊이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yutoo@fnnews.com 최영희 산업2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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