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n사설]

카드 수수료를 왜 정부가 멋대로 하나

최저임금 보완책으로 추진.. 시장경제 원칙 대놓고 어겨

정부가 신용카드 수수료를 또 낮출 모양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16일 중소기업.소상공인과의 청와대 만찬 자리에서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영세사업장의 인건비 부담을 줄이려 카드수수료 인하 등 추가 대책을 곧 발표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홍종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도 정의당과의 간담회에서 "획기적이고 파격적인 카드수수료 방식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15일 금융위원회는 소상공인 대상 카드수수료 인하를 공식화했다.

그동안 정부가 나서 카드 수수료를 내린 게 한두번이 아니다. 노무현정부 때부터 박근혜정부까지 모두 11차례의 수수료와 한도 조정이 있었다. 카드 수수료율은 2012년 위헌 논란 속에 개정된 여신전문법에 따라 영세·중소가맹점에 대한 우대 수수료율을 3년마다 금융위원회가 정하도록 했다. 하지만 재산정원칙은 있으나 마나하다. 올해도 카드 수수료를 낮추면 3년 연속이다. 지난주 더불어민주당 우원식 원내대표는 "카드사들이 영세 사업자를 대상으로 폭리를 취한다"는 발언을 했다.

카드사들은 부글부글 끓는다. 여신금융협회는 카드 가맹점 수수료에 관한 자료까지 만들어 우 원내대표의 발언을 조목조목 반박했다. 카드사들이 이례적으로 여당 원내대표의 주장을 반박하고 나선 것은 위기감 때문이다. 실제 작년 8월 카드수수료율을 낮춘 뒤 카드업계의 실적은 급격히 나빠졌다. 작년 3.4분기 주요 8개 카드사의 순이익은 1년 전보다 20%나 줄었다. 업계 1위 신한카드가 15% 넘게 줄었고 롯데카드는 아예 적자로 돌아섰다. 심각한 것은 카드수수료 인하가 일자리 감소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신한카드는 지난주 3년 만에 희망퇴직 신청을 받았다. KB국민카드도 은행에서 분사한 이후 7년 만에 첫 희망퇴직을 받을 예정이다. 일자리를 최우선 국정과제로 내세운 정부의 취지가 무색하다.

영세상인의 부담을 덜어주려는 정부 의도를 모르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이라는 잘못 끼운 단추 때문에 무리수가 무리수를 낳는 악순환이 계속되면 곤란하다. 수수료를 내린다고 마냥 좋은 것도 아니다. 지난해 카드수수료를 내리자 카드사들이 소상공인에 대한 혜택을 줄이고 일반 소비자들에게 주는 포인트도 대폭 줄였다.

무엇보다 시장에서 결정돼야 할 수수료를 정부가 일일이 간섭하는 것은 시장경제 원칙을 거스르는 것이다.
작년 여신금융협회 조사 결과 영업을 어렵게 하는 요인으로 카드수수료를 꼽은 자영업자는 2.6%에 그쳤다. 카드사는 공기업이 아니다. 정부는 당장 손쉬운 기업 팔비틀기를 그만두고 소상공인을 어렵게 하는 근본원인이 무엇인지부터 살펴보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