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n논단]

창업형 인간이 혁신성장 이끈다

세상이 바뀌었다. 정부나 대기업과 같은 큰 조직의 권력이 약화되고 있는 반면 자유로운 창의적 인간, 즉 창업형 개인의 권력은 점점 더 강화되고 있다.

소셜 미디어로 소통하는 개인 촛불들이 국가 최고지도자를 바꿔버린 우리나라에서는 개인의 권력을 이미 실감했다. 최근에는 가상화폐를 주도하는 소규모 조직과 300만명에 이르는 개인투자자들의 힘이 정부 권력을 당혹하게 만들고 있다. 이러한 개인 주도 또는 사람 중심의 경제사회는 결코 우연이나 일시적인 것이 아니라 역사적 맥락 아래 진화해왔다.

18, 19세기 산업경제 시절 혁신성장은 자본에 의해 주도되면서 은행이 핵심 추동세력이 되었다. 그러나 20세기 들어와 지식에 의해 혁신성장이 주도되면서 대규모 기업이 지배적 세력이 되었다. 세계 최초로 연구개발을 기업 안에서 시행한 GE, 지식의 상징이자 컴퓨터 원조인 IBM과 같은 대기업들이 경제사회를 지배했다. 그 기업을 운영하는 최고경영자, 즉 CEO는 새로운 지배계급으로 등장하며 일반인들의 추앙을 받았다.

그러나 4차 산업혁명으로 대변되는 21세기의 혁신성장은 기업 못지않게 창업형 개인이 주도하고 있다. 대규모 조직에서나 가능했던 기술개발, 생산, 글로벌 진출 등과 같은 어려운 일들이 그동안 전 세계로 확산된 정보통신 인프라 위에서 개인이나 소규모 조직에도 가능한 일이 됐기 때문이다. 우리는 혁신추동 세력이 대규모 조직에서 창업형 개인으로 전환하고 있는 시대적 변화가 의미하는 바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첫째, 소수 전략적 분야를 선택해 집중적으로 연구개발 투자를 해 신기술, 신산업을 창출하려는 선형적 혁신전략의 효과성이 급격히 떨어진다. 대규모 연구개발 프로젝트의 수익성이 전 세계적으로 급격히 하락하고 있으며, 우리나라에서도 매년 20조원을 쏟아붓고 있는 국가 연구개발 과제들이 저성과로 인해 예산낭비 문제가 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둘째, 세상을 바꾸거나 놀라게 하는 혁신 성과가 수많은 개인의 실험과 도전이 축적돼 나올 확률이 점점 더 높아진다. 즉, 풀뿌리 혁신이 새로운 가치 창출과 경제성장의 중추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개인을 일자리를 얻고자 하는 존재로만 인식할 것이 아니라 일자리를 만들어내는 혁신주체로 봐야 하는 이유이다.

셋째, 우리에게는 아직 체감도가 떨어지지만 구직보다는 창업이나 창직이 개인 행복을 높여줄 확률이 커지고 있다. 왜냐하면 스스로 비즈니스를 영위하거나 창업에 도전하기가 점차 쉬워지고 좀 더 안전해지며 높은 수익을 기대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반면에 대학 졸업장을 가지고 일자리를 구하기가 어려운 것이 전 세계적 현상이 됐다.
학위의 가치가 떨어지는 이유는 지식과 스펙 쌓기로는 차별화된 개인 가치를 만들어내기 어렵기 때문이다.

앞으로 창업형 개인이 혁신성장을 적극적으로 추동하게 만들기 위해서는 사회문화와 교육체계가 달라져야 하지만 당장에는 중앙정부와 지자체의 혁신전략과 창업정책이 근본적으로 바뀌어야 한다. 예산집행 중심의 '책임만 안 지면 되는' 하향식 관료적 접근으로는 희망이 없다.

이장우 경북대 교수 성공경제연구소 이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