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경제 유통

"소비자도 최저임금 인상 피해자" 부글부글

오은선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1.19 18:01

수정 2018.01.19 18:01

임금인상분 물가에 전가 외식 등 물가 줄줄이 인상
가게 운영시간 단축 따라 서비스 질 떨어져 피해
서울시내 한 커피전문점에 붙은 가격인상 안내문(위), 서울 종로구의 한 편의점에서 점주가 아르바이트생 대신 직접 물건을 정리하고 있다.
서울시내 한 커피전문점에 붙은 가격인상 안내문(위), 서울 종로구의 한 편의점에서 점주가 아르바이트생 대신 직접 물건을 정리하고 있다.


"2018년 임금인상과 재료비 상승으로 가격을 소폭 인상합니다."

19일 서울시내 한 커피전문점에 붙은 안내문이다. 이 가게는 지난 1일부터 일부 음료의 가격을 300원 이상 인상했다. 아르바이트생을 많이 쓰는 가게 특성상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한 비용 상승을 감당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커피점 사장은 "지금도 최소한으로 운영되는 아르바이트생을 더는 줄일 수 없어 불가피하게 가격을 올리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국민소득 증대를 명분으로 최저임금을 큰 폭으로 올린 결과 오히려 소비자들의 불만을 가중시키고 있는 셈이다. 특히 프랜차이즈 본사 직영점이 아닌 개인 소유 매장 업주들은 인근 경쟁 매장의 눈치만 보고 있는 상황이다. 섣불리 가격을 먼저 올렸다가는 소비자들의 외면을 받기 십상이다. 아르바이트생 등 직원의 손길이 많이 필요한 소규모 서비스업의 경우는 무작정 감원할 수도 없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채 전전긍긍하고 있다.

"소비자도 최저임금 인상 피해자" 부글부글


■자영업자 "감원 어려워 가격 상승 불가피"

서울 종로구의 한 샌드위치 가게 역시 최근 재료값 상승 등으로 메뉴를 일부 변경하고 가격도 최대 500원 올렸다. 이 가게를 운영하는 이모씨(58)는 "편의점 등 다른 곳에서는 아르바이트생을 줄이기도 한다는데 일손이 많이 가는 빵집이나 식당같은 경우는 그렇게 하기 힘들다"며 "점심시간엔 한꺼번에 많은 손님이 몰려와 홀.주방 등에 사람을 줄이면 가게가 돌아가지 않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씨가 선택할 수 있는 방법은 가격 인상 뿐이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피해는 고스란히 소비자에게 돌아간다. 대학생 박선영씨(27)는 "대학가 근처 개인 카페의 커피값 역시 점점 올라서 프랜차이즈랑 비슷해졌다"며 "비교적 저렴한 동네 카페 커피를 애용했는데 많이 올라 아쉽다"고 말했다. 직장인 오모씨(34)는 "최저임금은 나와 상관없다고 생각했는데 시내 음식점.카페 등 곳곳에 붙어있는 가격인상 문구를 보면 실감하게 된다"고 말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외식물가는 전년보다 2.4% 상승했다. 이는 전체 소비자물가 상승률 1.9%보다 0.5%포인트 높은 수준이다. 특히 생활과 밀접한 연관이 있는 품목의 물가상승률을 종합한 생활물가지수의 상승률이 2.5%를 기록했다.

정원일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해 가장 큰 영향을 받는 부분은 물가로 예상된다"며 소비자심리지수 등 선행지표들이 둔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물가상승 속도가 가속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물가인상.서비스질 저하...소비자 부담으로 전가

많은 아르바이트생을 필요로하는 편의점.음식점 등은 더 울상이다. 최근 편의점 점포들은 단일점포의 수익 극대화를 위해 델리식품(즉석 조리식품).카페형 편의점.차 대여 등 다양한 서비스를 앞세워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임금 인상으로 인력이 줄어들게 되면서 '서비스의 질을 담보할 수 없다'는 우려마저 나오고 있다.

서울 동작구의 한 편의점주 이모씨는 "아르바이트생을 줄이고 난 뒤 몸이 열개라도 모자르다"고 토로했다. 이날 이모씨 가게에 있던 델리식품 닭꼬치의 개수는 3개였다. 하지만 곧 닭꼬치 4개를 주문하는 손님과 매장 내 비치된 커피머신의 사용법을 물어보는 손님 3명이 한꺼번에 들어오자 계산 대기줄은 순식간에 늘어났다. 이씨는 "오른 최저임금이 감당 안 돼 직접 운영에 나섰지만 결국 서비스를 받는 손님들 불편만 늘어 죄송하다"고 말했다.


직장인 한동욱씨(35) 역시 "자주 가던 회사 근처 식당에도 홀 종업원이 네 명에서 두 명으로 줄었다"며 "붐비는 시간대에 가면 주문이 밀릴 수밖에 없는데, 음식이 늦게 나와 요즘은 잘 가지 않는다"고 말했다.

실제로 통계청이 10일 발표한 '12월 고용 동향'에 따르면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을 앞두고 서비스업 부문의 일자리 창출 능력이 대폭 줄어 들었다.
12월 도소매 및 음식숙박 업종의 취업자수는 2017년 같은 기간과 비교해 5만1000명 줄었다.

onsunn@fnnews.com 오은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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