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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 재건축 압박] "대출 막힌 상태에서 세금 수억원 내면서 재건축 하겠나"

김병덕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1.21 17:28

수정 2018.01.21 21:15

강남4구 15개단지 부담금.. 1인당 평균 4억4000만원
재건축 사업포기 속출할듯 4월 양도세 중과 확정되면 투자목적 이익 내기 힘들어
갭투자 등 투기수요 급증.. 불법행위 현장 점검 강화
[강남 재건축 압박] "대출 막힌 상태에서 세금 수억원 내면서 재건축 하겠나"

서울 강남4구 재건축 조합원들이 1인당 평균 4억4000만원가량 부담금을 내게 됨에 따라 사업 추진에 적지 않은 부담을 줄 전망이다. 특히 투자목적으로 재건축 아파트를 매수한 경우 자칫 애물단지가 될 수 있는 상황이다. 실제로 갭투자를 통한 아파트 매매가 급증한 상황에서 거액의 재건축부담금 부과가 예고된 이후의 움직임이 주목된다.

■재건축부담금에 양도세 중과

21일 국토교통부가 조합설립이 끝난 강남 4구 15개 단지의 조합원당 평균 재건축부담금을 시뮬레이션한 결과 평균 4억4000만원이 부과될 것으로 나타났다. 조합원 1인당 부담금이 가장 많은 단지는 8억4000만원, 가장 적은 단지는 1억6000만원 규모다. 15개 단지 중 9곳의 재건축부담금이 4억원을 넘고, 4곳은 6억원 이상을 내야 한다.
재건축부담금은 재건축 사업을 통해 조합원이 얻게 되는 초과이익의 최고 50%까지 부과된다. 조합원 1인당 평균 재건축 이익이 1억1000만원을 넘을 경우 1억1000만원 초과금액의 50%에 2000만원을 더한 후 조합원수를 곱한 금액이 부과된다.

문제는 재건축부담금 납부로 끝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오는 4월부터 양도세 중과가 확정되면 3주택 이상 다주택자는 양도차익의 최대 62%를 세금으로 내야 한다. 평균 4억4000만원의 재건축부담금과 최고 62%의 양도세, 여기에 보유세까지 내고 나면 투자목적 구매자들은 큰 이익을 보기 힘든 구조다. 특히 아파트 가격이 상승하더라도 재건축부담금이 같이 높아지는 구조이기 때문에 마냥 반가울 수도 없다.

한 부동산 시장 전문가는 "막대한 재건축부담금 앞에서 반대의 목소리가 커질 것"이라며 "대출도 막힌 상태에서 3억원, 8억원의 세금을 생돈으로 내면서 재건축을 하려는 사람이 몇 명이나 되겠느냐"고 말했다.

아울러 재건축 초기단지 사업은 물론이고 이미 사업시행인가를 받고 아직 관리처분인가를 신청하지 못한 단지 중에서 재건축 포기 선언이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조현욱 더굿경제연구소 부사장은 "초과이익이 1억원 이하인 단지들은 환수제의 영향을 받지 않고 빨리 진행할 수 있을 것"이라며 "다만 가구당 1억원 이상의 이익이 발생하는 지역의 단지들은 속도를 늦추면서 추이를 지켜볼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그러나 양지영 R&C연구소장은 "추정된 부담금이 너무 높다. 이게 어떻게 나왔는지 공개가 안되면 신뢰성이 떨어질 것 같다"면서 "신뢰성이 없기 때문에 이로 인해 당장 재건축 매입.매도에 있어서 결정적 요인이 되긴 힘들다"고 지적했다.

재건축부담금은 올해부터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가 부활됨에 따라 지난해 말까지 관리처분계획인가를 신청하지 못한 단지의 조합원에게 부과된다. 부담금 예정액은 오는 5월부터 통지될 예정이고 조합은 이를 반영해 관리처분계획을 수립해야 한다. 국토부는 재건축부담금 업무 매뉴얼을 책자로 만들어 이달 중 지자체에 배포할 계획이다.

■갭투자 2개월새 20% 급등

한편 국토부는 "최근 서울에서 거래된 자금조달계획서를 분석한 결과 '갭투자' 등 투기수요가 늘고 있다"며 "불법행위에 대한 현장 점검을 대폭 강화한다"고 밝혔다.

국토부에 따르면 서울에서 임차인이 있는 주택을 매수한 경우는 지난해 10월 38.6%에서 지난해 12월 59.2%로 급증했고, 이를 계속 다른 사람에게 임대하겠다는 매수자 비중도 22.0%에서 39.5%로 크게 증가했다. 매수자의 실제 입주비율이 감소하고, 전세를 끼고 집을 구입한 경우가 늘었다는 점에서 최근 서울지역의 집값 급등에 갭투자 등 투기적 수요가 작용했다는 설명이다.

국토부는 "8.2대책의 기존 조치와 조정대상지역 양도세 비과세 요건강화(1월), 신DTI 시행(1월),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4월) 등 예정된 대책을 충실히 실행해 주택시장에서 단기 투기수요를 억제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국토부는 부동산 거래질서 확립을 위해 지난 17일부터 국세청, 지자체 등 관계기관과 합동으로 '부동산 불법거래 합동점검반'을 가동해 고강도 부동산 시장 현장점검을 실시 중이다. 현장점검은 무기한으로 진행되며 서울 전역의 집값이 급등한 지역에 대해 25개반 100여명의 단속 공무원을 투입해 상시적으로 불시 단속을 실시한다.


국토부 관계자는 "특별사법경찰 도입, 관계기관 협력체계 구축 등을 통해 합동점검반의 단속 능력과 권한이 개선되고 있어 앞으로 부동산 불법행위가 크게 줄어들고 건전한 부동산 거래질서가 확립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cynical73@fnnews.com 김병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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