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금융일반

은행 주담대 자본확충 부담 높여 가계빚 40조 줄인다

김현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1.21 17:28

수정 2018.01.21 17:30

금융권 자본규제 개편방안
LTV 60% 이상 주담대.. 위험가중치 35→70%
예대율 산정시 가중치 가계 높이고 기업 줄여
은행 주담대 자본확충 부담 높여 가계빚 40조 줄인다

앞으로 주택담보인정비율(LTV) 60% 이상인 주택담보대출에 대한 금융권의 자본확충 부담이 늘어난다. 이에 따라 고위험 주담대의 규모가 최대 36조원 정도 줄어들 전망이다. 신용대출까지 합치면 전체 가계대출 1400조원 중 40조원이 영향권 내에 들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LTV 60% 이상의 고위험 주담대 차주의 경우 만기를 늘리기 위해서는 원금의 10% 정도를 상환해야 하기 때문이다.

■"고위험 주담대 줄여라"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21일 '생산적 금융을 위한 금융권 자본규제 개편방안'을 통해 고위험 주담대가 504조원에서 468조원으로 최대 36조원 감축될 것이라고 밝혔다.

은행.보험.저축은행들은 모두 고위험 주담대에 대한 자본확충 부담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고위험 주담대는 △만기 일시상환 대출 △거치식 대출 △3건 이상 다주택 담보대출 △만기시 원금상환 10% 미만인 대출 등이다. 은행은 LTV 60% 이상 주담대의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에 대한 위험가중치를 기존 35%에서 70%로 대폭 높인다. 위험가중치 조정은 2년 정도 단계별로 조정된다. 보험사는 보험금지급여력비율(RBC) 위험계수를 은행 수준으로 2.8%에서 5.6%로 상향 조정한다. 저축은행의 BIS비율 위험가중치도 기존 35%에서 은행 수준인 70%까지 높인다.

이는 금융회사들이 고위험 주담대를 취급할 경우 자본확충 부담이 늘어난다는 의미다. 예를 들어 이번 조치로 은행권의 BIS 비율은 15.44%(2017년 9월말 기준)에서 15.30%로 하락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험사는 대형 6개사 기준으로 RBC(264.1%) 비율이 1.9%포인트 하락할 것으로 추정된다.

가계부문 경기대응완충자본 적립 제도도 도입된다. 금융위가 가계대출 적립비율을 정하면 은행별로 가계대출 비중에 따라 0.25% 이상 적립한다. 적립하지 않으면 배당, 자사주 매입, 성과급 지급이 제한된다. 스위스는 이미 가계대출에 특화된 자본규제를 은행에 도입하고 있다.

■LTV 높아진 차주 '비상'

이번 조치로 은행권 등은 LTV 60% 이상인 주담대의 만기연장시 일부 원금상환을 요청할 전망이다. 문제는 주택가격이다. 주택가격이 하락하면 해당 주택을 담보로 한 주담대의 LTV는 올라간다. 1억원 주택 매입시 LTV 50%로 4000만원의 주담대를 받았다면 집값이 5000만원으로 떨어진 것을 가정할 경우 LTV가 80~90%로 올라간다. 집값이 하락한 차주는 자동으로 고위험대출로 분류된 것. 이에 원금을 일부 상환해야 LTV를 낮출 수 있다. 지난해 연간 기준 지방 아파트 매매가격은 0.41% 하락했다.

반대로 서울 지역은 최근 집값이 올라 기존 주담대의 LTV가 하락했다. 서울지역 집값이 상승하면서 기존 LTV 70%로 1억2000만원의 대출을 받아 매입한 2억원의 아파트가 4억원으로 상승하면 해당 주담대의 LTV는 30%로 낮아진다. 은행권 관계자는 "지방 주택 등은 이 경우 LTV 60% 이상의 고위험 대출로 분류될 것"이라며 "결국 이같은 정책은 서울과 지방의 양극화만 심화시킬 것"이라고 지적했다.

저축은행도 LTV 60% 초과하는 주담대를 고위험으로 분류하면서 기존 35%였던 BIS 비율 위험가중치를 2배인 70%로 올렸다. 저축은행들의 수익이 높지 않은 상황에서 이 같은 자본확충 부담은 저소득층에 대한 대출 거절 또는 금리인상 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 금융위 관계자는 "서민금융 축소를 불러올 수 있다는 지적도 있지만 가계대출 축소를 위해서는 불가피한 선택"이라며 "서민금융 정책상품이나 복지정책 등으로 유도할 것"이라고 말했다.

■"가계말고 기업에 돈 써라"

금융위는 금융회사들이 가계대출에 대한 쏠림현상을 완화하고 기업대출을 늘려야 한다며 이번 조치를 마련했다. 은행권 예대율 규제도 폐지하지 않고 가계대출 증가 억제 및 기업대출 확대 수단으로 활용한다. 예대율 산정시 가계대출 가중치는 15% 늘리고 기업대출은 15% 줄인다. 가중치가 늘어나는 만큼 대출이 억제된다.

또 자기자본 3조원 이상의 종합금융투자사업자(한국형 투자은행)들이 부동산에 집중 투자하지 못하도록 부동산 펀드 투자에 대한 순영업자본비율(NCR)의 위험치를 높인다.
대신 기업대출을 확대하기 위해 일반 증권사에도 신용공여 한도를 한국형 IB 수준으로 도입한다.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 기업에 대한 신규 대출시 건전성 분류를 '고정이하(C등급)'가 아니라 '요주의(B등급)'로 산정할 수 있는 근거도 만들기로 했다.
채권은행들이 워크아웃 기업의 사업전망치 등을 감안해 대출 건전성을 상향조정하는 방안도 강구한다.

maru13@fnnews.com 김현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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