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사설

[윤중로] 연초에 생각해보는 된장 같은 친화력

김용민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1.22 17:01

수정 2018.01.22 17:01

[윤중로] 연초에 생각해보는 된장 같은 친화력

된장에 대한 어릴 적 기억은 나에겐 '지겹다' 였던 것 같다. 거의 매일 밥상에 오르는 시래기 된장국이 지겹지 않을 수 없었다. 사실 맛도 별로 없었다. 밥이 퍽퍽하고 싱거우니 짠 국물로 간을 맞춰 목에 넘기기 쉽게 하는 정도랄까. 냄새도 그다지 향기롭지 못한데다 색깔이나 모습은 왜 그 모양인지. 요즘 국민간식이 된 치킨처럼 혀끝부터 확 땡기는 맛이나 빛깔은 분명 아니었다.

그렇게 지겨웠던 된장이 요즘은 시쳇말로 '땡긴다.' 연륜(?)으로 숙성된 사람들만이 숙성된 된장의 진정한 맛을 느낄 수 있는 것인지. 짜기만 했던 된장국이 언제인가부터 구수해졌다.
익숙해진 맛에 중독된 건가 아니면 또다른 매력이 있는 걸까. 된장의 유래나 담그는 방법 등을 찾아봐야겠다.

된장은 주재료인 콩이 본격적으로 재배되기 시작한 선사시대부터 만들어진 것으로 추정된다. 지금과 같은 모습은 아니었겠지만 이때부터 콩을 발효시켜 조미식품으로 사용하기 시작한 것으로 보고 있다. 문헌에 첫 등장한 것은 삼국지 위지 동이전이다. 여기에 고구려에서 장양(醬釀)을 잘한다고 기록되어 있는데, 장양은 장담그기.술빚기 등의 발효성 가공식품을 총칭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어 삼국사기의 신문왕 폐백 품목에 등장하고, 해동역사에도 발해에서 된장을 만들었다는 기록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된장은 우리 민족이 한반도에서 농경문화를 꽃피우면서 만들기 시작한 가장 한국적인 음식인 것이다.

다음은 만드는 방법을 보자. 된장을 만드는 첫 단계는 메주를 띄우는 일이다. 늦가을인 11월쯤 흰콩을 충분히 삶은 후 네모 등 일정한 모양으로 메주를 빚어 따뜻한 곳에서 오랜기간 숙성시킨다. 메주에 곰팡이가 충분히 피면 다음해 음력 정월 이후 소금물에 넣어 장을 담근다고 돼있다. 장을 담근 후 보통 60여일이 지나 장맛이 충분히 우러나면 국물은 간장으로 쓰고, 건더기는 소금간을 해 따로 항아리에 담아두고 된장으로 쓴다. 재래식 방법으로 된장을 만드는 데는 11월부터 다음해 봄까지 무려 5개월 이상의 기간이 걸리는 것이다. 특히 콩을 고르고 찌고 메주를 만들고 소금으로 장을 담그는 이 복잡하고 오랜 과정에서 보관을 잘 못하거나 조금이라도 실수하면 제대로 된 장맛이 나지 않게 된다.

어머니의 정성, 오랜 숙성과정, 튀지 않는 소재와 빛깔. 된장의 매력은 바로 이런 거였다.
된장이 구수한 이유는 토속적인 정과 투박함이 배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음식으로서 된장의 친화력은 대단하다.
고기와 같이 먹든, 야채를 찍어 먹든, 찌개에 섞어 먹든 모든 음식에 풍미를 더해준다. 올 한 해, 튀지 않으면서도 어디에나 어울리는, 재미는 없더라도 함께하지 않으면 섭섭한 된장 같은 삶은 어떨까. 오늘 점심은 구수한 된장찌개집으로 가보자.

yongmin@fnnews.com 김용민 금융부장·부국장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