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기자수첩

[기자수첩] 6개월새 뒤집힌 5G 정책기조

김미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1.22 17:01

수정 2018.01.22 17:01

[기자수첩] 6개월새 뒤집힌 5G 정책기조

"주파수 경매 대가는 국민 세금의 문제다. 통신요금 인하와 맞물려 주파수 경매가격을 낮춰준다는 것은 상식에 맞지 않는다."

"이동통신 3사가 (월 2만원대) 보편요금제 도입을 받아들이는 대신 5세대(5G) 이동통신 주파수 할당대가 산정기준을 낮춰줘야 한다는 얘기도 나오지만, 이 부분은 별개 사안으로 접근하고 있으므로 '딜(거래)'의 대상이 아니다."

유영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지난해 7월 취임 직후 통신요금 인하정책을 강행하면서 이 같은 소신을 지속적으로 밝혔다. '통신요금 인하→이동통신사 매출 감소→네트워크 투자 위축'이라는 굴레에 갇혀 있는 이통업계가 대규모 5G 설비투자에 대한 부담을 토로한 것에 대한 반박이었다.

하지만 지난 6개월 동안 유 장관의 규제철학이 바뀐 걸까. 과기정통부는 22일 5G 주파수 할당제도 개선을 위한 '전파법 시행령'과 '주파수 할당대가의 산정 및 부과에 관한 세부사항' 등을 입법예고하면서 기존 입장을 180도 바꿨다.
오는 6월 5G 주파수 경매를 앞두고 주파수 재할당 대가를 산정할 때 통신요금 인하 실적과 계획을 반영하겠다는 내용의 조항을 신설한 것이다.

유 장관이 통신요금 인하정책과 5G 주파수 경매를 연결하는 것은 '비상식적'이고 '딜의 대상이 될 수 없다'고 비판했던 현장에 있었던 기자로서는 혼란스럽다. 또한 민관 합동으로 오는 2월까지 통신요금 정책과 이동통신시장 구조개편 등을 심층 논의해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 입법 참고자료로 제출하겠다는 행보와도 어긋난다. 당장 정부가 기업의 요금결정권을 침해하는 보편요금제 도입 여부가 5G 주파수 경매와 직결되는 상황에서 어느 통신사업자가 적극 나서 보편요금제 반대 논리를 펼치겠는가.

초고속.초연결.초저지연 특성을 갖춘 5G 조기상용화를 통해 정보통신기술(ICT) 융합 기반 4차 산업혁명을 선도해야 하는 과기정통부가 정치권의 포퓰리즘에 입각한 통신요금 인하 프레임에 갇혀 있는 현실이 안타깝다.
지난해 6월 국정기획자문위원회(국정기획위)가 발표한 '통신요금 기본료 월 1만1000원 일괄 폐지'를 둘러싼 갑론을박이 뜨거웠을 때 담당 고위공무원에게 직전 최양희 미래창조과학부 장관이 국회에 출석해 밝힌 '기본료 폐지 반대' 발언을 보여준 적이 있다. 당시 해당 공무원은 "정권이 바뀌었다"고 반박했고, 기자는 "정책을 설계하는 담당 공무원들은 그대로 있지 않느냐"고 따졌다.
현 정권을 향한 일방적 충성과 소신 없는 정책 행보가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 후 첫 과기정통부 업무보고에서 꼬집은 '영혼 없는 공무원'의 전형이다.

elikim@fnnews.com 김미희 정보미디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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