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판사 가정사까지 뒷조사.. '1987' 시대 아닌가 싶어"

이진혁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1.22 17:18

수정 2018.01.22 17:54

추가조사위 발표에 시끌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법원행정처가 판사들에 대한 동향을 파악했다는 문건이 발견되면서 법조계가 충격에 빠졌다.

법조계 관계자들은 "사법부 독립에 위험한 발상"이라며 사법 개혁을 촉구했다. 다만 일부 인사들은 "신중하게 생각할 문제"라며 말을 아꼈다.

■정보 수집에 법조계 '분노'

'사법부 블랙리스트' 추가조사위원회는 "법원행정처가 기획조정실을 중심으로 평소 다수 법관들에 대한 여러 동향과 여론을 구체적으로 파악한 정황이 나타난 문건들이 상당수 발견됐다"고 22일 밝혔다. 추가조사위는 소위 '사법부 블랙리스트' 여부는 명시적으로 밝히지 않았으나 판사들에 대한 정보 수집을 해온 것으로 파악했다.

법원행정처가 일선 판사를 대상으로 '뒷조사'를 했다는 추가조사위 결과가 나오자 법조계는 발칵 뒤집혔다.
사법부 개혁을 촉구한 판사들에 대해 동향 파악을 벌여 사실상 '감찰'이 아니냐는 것이다. 실제 법원 내부에서 개혁성향의 단체와 판사에 대해 법원 행정처는 재판 태도와 가정사를 파악하기도 했다.

서울고법의 한 부장판사는 "법원 입장에서 떳떳하지 않은 일들이 드러난 것으로 보인다. 생각보다 많은 것들이 드러났다"며 "법원행정처는 판사들의 재판 업무를 보조하는 곳인데 정보 기관과 비슷한 역할을 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 때문에 사법부에서 어떤 판결을 해도 국민들에게 비판을 받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덧붙였다.

서울지역의 한 판사는 "외부에 개혁적인 말을 꺼낸다고 동향 파악을 한다는 것은 사법부 독립에 저해되는 일"이라며 "법원행정처가 판사들 뒷조사를 하라고 만들어진 기관은 아니다"고 비판했다.

한 대형로펌 변호사는 "가정사까지 조사한 것을 보면 여기가 영화 '1987'의 시대가 아닌가 싶기도 하다"고 주장했다.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 출신인 신일수 법무법인 천일 대표변호사는 "재판부와 같이 사법부에 소속된 공직자 신분인 법원행정처 판사들이 사법권을 침해했다는 것 자체가 충격"이라며 "사법권을 수호해야할 법원행정처가 정보기관도 아닌데 이런 행위를 했다는 것은 금도를 넘은 일"이라고 전했다.


■일부 "섣부른 판단 자제"

일부 법조계 관계자들은 이번 발표에 큰 관심을 보이면서도 조심스러운 태도를 나타냈다. 김현 대한변호사협회장은 "법원 행정처 입장에서 구성원에 대한 정보 수집과정에서 일어난 것으로 보인다"며 "결코 바람직한 일은 아니지만 어디까지 정보를 알아야 할지도 모호하다"고 밝혔다.
서울지역의 한 부장판사는 "'법원 추가조사위원회의 조사 결과'에 대해 대략적인 내용은 봤지만 발표된 지 얼마되지 않아 아직 생각을 정리하지 못했다"며 "관련 내용에 입장을 밝히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말했다.

beruf@fnnews.com 이진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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