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부동산일반

[부동산 Why] '뜨거운 감자' 재건축 연한 강화, 강남 집값 못잡고 강북·지방만 위축?

윤지영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1.22 18:53

수정 2018.01.22 18:53

서울 강남권 핀셋 규제 무색.. 정부, 재건축 연한 상향 검토
전문가들 '풍선효과' 우려.. 노후아파트 비중높은 서울 신규공급 없이 집값만 올라
정부가 재건축 관련 규제를 강화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힌 가운데 '재건축 연한 연장'이 뜨거운 감자로 급부상했다.

현재 재건축 사업 연한은 30년으로, 1988년에 준공된 아파트는 올해부터 재건축 사업추진이 가능하다. 최근 '서울 강남권 핀셋 규제'라는 말이 무색할정도로 강남권 아파트 몸값이 높아지자, 이를 잡기위해 재건축 연한 상향까지 검토하겠다는 게 정부의 입장이다. 아직 정부가 구체적인 계획을 발표하지 않았지만, 업계 안팎에서는 연한을 40년으로 연장하는 방안을 가장 유력하게 보고 있다.

하지만 업계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벌써부터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이미 연한을 충족해 재건축 사업을 추진중인 단지로 수요자들이 몰리는 '풍선효과'가 나타날 수 있는데다 아파트 주변 각종 커뮤니티 시설 등의 상태를 고려하지 않은 연한 상향은 주민의 삶의 질을 하락시킬 수 있다는 지적이다.
여기에, 연한을 높이면 노후아파트 비중이 높은 서울에 신규 아파트 공급이 늦어져 집값이 더 오를 수 있다는 해석도 있다.

■올해 전국서 21만가구 재건축 사업 가능

22일 부동산114에 따르면 올해부터 전국에서 재건축 사업 추진이 가능(1987~1988년 준공)한 아파트는 총 21만3177가구다. 현 재건축 연한이 유지되면 내년에는 전국서 13만3591가구(1989년 준공)가 추가로 재건축 사업을 추진할 수 있다.

지역별로 살펴보면 서울은 11만4811가구로 2018년부터 재건축 사업을 추진할 수 있는 아파트가 가장 많다. 경기도는 3만6985가구이며, △인천(2만3397가구 △부산(2만0601가구) △대전(5573가구) △광주(8561가구) △충북(3249가구) 순이다.

업계 안팎에서는 지난 2014년 '9.1부동산 대책'을 통해 연한이 현 30년으로 완화된만큼, 9.1대책 이전 수준인 40년으로 강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정부가 올해부터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를 적용하고 재건축 조합원 지위양도까지 금지했지만, 재건축사업 추진단지의 열기가 식지 않자 연한강화라는 초강수 카드까지 꺼내들은 것으로 풀이된다.

■"제2풍선효과 나타날것"

하지만 업계 전문가들은 정부의 재건축 연한 상향 추진과 관련해 우려의 목소리를 쏟아내고 있다. 단순히 재건축 연한을 높이는것 만으로 투자수요를 막기에는 역부족이라는 판단이다.

우선 전문가들이 꼽은 가장 큰 문제점은 '풍선효과'다. 앞서 정부가 '8.2 대책'을 발표한 직후 당시 규제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던 오피스텔은 '제2의 투자처'로 떠오르며 풍선효과가 나타난 바 있다. 이미 재건축 사업을 시작해 정부의 연한 상향 방침에도 별다른 타격을 받지 않은 단지에도 이같은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는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이미 이 단지들은 재건축 사업 추진 가능단지로 주목받아 정부의 잇따른 부동산 대책 발표에도 불구하고 꾸준한 집값 상승 흐름을 보이고 있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현재 서울에서 재건축이 가시권(1987~1991년 준공)인 아파트는 송파구 올림픽훼밀리타운.서초구 삼풍아파트.노원구 상계주공6단지 등 총 39곳이다.

국토부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올림픽훼밀리타운 전용면적84㎡(13층)은 지난해 10월 9억8000만원에 거래됐지만 연말에는 11억5000만원(15층)에 거래돼 두달 새 2억원 넘게 올랐다. 지난해 10월 19억4000만원(14층)에 거래된 삼풍아파트 전용130㎡는 11월 19억9000만원(14층)에 거래돼 5000만원 올랐다. 상계주공6단지 전용41㎡는 지난해 11월 2억7750만원에 거래됐지만 올해 1월에는 3억2250만원에 거래됐다.

두성규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이미 30년 연한을 충족해 재건축 사업을 진행중인 단지에는 정부가 (연한 강화에 따른) 소급적용을 하기는 사실상 어렵지 않겠냐"면서 "그럼 이미 사업을 진행중인 단지의 희소성만 더 높아지게 될 것이고,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 적용을 피한 일부 단지 가격만 오르는 상황이 또다시 반복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안전위협에 非강남권 타격 줄 수도"

'안전 문제'도 정부가 연한을 강화하기 전에 고려해야 할 부분이다. 한국도 더이상 '지진 안전국'이 아닌만큼, 단순히 투기 과열을 완화를 목적으로 연한 상향 여부를 결정해서는 안된다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김규정 NH투자증권 WM리서치부 부동산연구위원은 "노후 아파트 안전성을 고려해서 재건축 연한을 검토해야 한다"면서 "투자수요억제책이나 가격 안정 목적으로 구체적인 근거없이 연한을 늘리면 악영향이 나타날 수 있다"고 했다.


이밖에도, 재건축 연한 연장은 사실상 집값 상승 기대감이 높은 강남권 재건축 가능단지를 겨냥한 규제대책인데 오히려 비(非) 강남권이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서울에서 재건축 가시권에 든 아파트 39곳 중 강남권에 위치한 아파트는 4곳으로, 10% 수준에 불과하다.


정부가 서울 강남권 집값 잡기를 위해 각종 대책을 쏟아냈지만 오히려 서울 강북권과 지방 아파트 가격이 떨어지고 거래절벽이 일어나는 부작용이 반복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부동산 Why] '뜨거운 감자' 재건축 연한 강화, 강남 집값 못잡고 강북·지방만 위축?

jyyoun@fnnews.com 윤지영 기자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