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차장칼럼] 검찰의 두 얼굴

조상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1.23 17:06

수정 2018.01.23 17:06

[차장칼럼] 검찰의 두 얼굴

지난해 시작된 검찰의 이른바 '적폐청산' 수사가 해를 넘기며 계속되고 있다. 수사 초기 말 그대로 쌓인 폐단을 걷어내겠다는 정부의 의지는 국민적 공감대를 샀다. 다소 늦은 감이 있었지만 최순실 게이트를 통해 사상 최초로 현직 대통령을 입건하는 검찰 모습에서 우리는 현 정권이 또 다른 적폐로 분류하는 검찰이 과거와 달리 정치적 중립성을 지닌 기관으로 새롭게 태어날 것이라는 믿음을 갖기도 했다.

하지만 MB(이명박)정부와 노무현정부를 겨냥한 2건의 고발사건을 대하는 검찰의 태도는 '권력의 시녀'란 오명에서 과연 벗어날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을 불러일으킨다. 진보 성향의 참여연대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이 지난달 고발한 이명박 전 대통령의 다스 비자금 의혹 사건은 고발 3주 만에 고발인 조사가 이뤄진 데 이어 관련자 줄소환과 MB 측근의 구속으로 정점을 향해 치닫고 있다.

반면 이보다 앞서 지난해 10월 자유한국당이 고발한 노무현 전 대통령 일가의 '640만달러 수수' 의혹 사건은 고발 3개월이 지나도록 수사 초기 단계인 고발인 조사조차 하지 않았다.
정당 지지율에서는 여당이 앞서고 있다지만 두 사건 모두 여당과 야당 지지층의 관심사임은 분명하다.

물론 노 전 대통령의 갑작스러운 서거로 이미 '공소권 없음'으로 결론이 난 사건을 다시 들춰 꺼내는 것은 정치쟁점화를 통해 보수 정권 인사들에 대한 수사를 '물타기' 하려는 것으로 해석하는 견해가 많은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당시 노 전 대통령 서거로 일가족에 대한 조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고,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이 2008년 2월 노 전 대통령 조카사위와 장남에게 건넨 것으로 의심받는 500만달러 부분은 여전히 공소시효가 남아있어 어떤 결론이 나든 재수사를 통해 의혹을 완전히 규명하는 게 진정한 적폐청산이라는 반론도 만만찮다. 나아가 '640만달러 의혹'이 장기간에 걸쳐 한 사람으로부터 뇌물을 받는 경우 마지막 받은 하나만 공소시효가 남아 있다 해도 전체 공소시효가 남아 있는 것으로 간주되는 포괄일죄(여러 행위로 하나의 죄를 구성함)로 볼 수 있다는 주장도 법조계에서 적잖은 만큼 검찰은 이번 기회에 법리 적용 여부를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

검찰 개혁을 위한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나 검경 수사권 분리방안도 결국 핵심은 수사의 공정성에 있다. 수사 공정성은 결론의 공정성이 아닌 '절차의 공정성'이다. 이를 위해서는 대통령과 집권여당의 침묵이 중요하다.
검찰의 인사권을 포기할 수 없다면 더더욱 그렇다. 언젠가 '적폐 검사'란 부메랑이 돼 돌아올 수 있다는 사실도 같이 염두에 둬야 한다.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는다'는 현직 검사장의 말이 공허한 어록으로 끝나지 않기 위해서는 두 눈을 가리고 형량을 저울에 다는 디케(정의의 여신)의 지혜가 필요한 시점이다.

mountjo@fnnews.com 조상희 사회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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