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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태민의 채권포커스] 양호한 2017년 GDP와 부진한 4분기 GDP..어떻게 읽을까

장태민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1.25 11:10

수정 2018.01.25 11:10

/자료=한국은행
/자료=한국은행


지난해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3.1%를 기록해 2014년 이후 3년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현재 국내 잠재성장률이 2%대 후반으로 추정되는 가운데 성장률이 3%를 달성하는 일이 만만치 않다. 지난 2014년 3년만에 3%대(3.3%) 성장률을 기록한 뒤 2017년 또다시 3년만에 3%를 약간 웃도는 성장률을 달성한 것이다.

한국경제는 2010년대 들어서 3% 성장률을 달성하는 게 만만치 않은 일이 됐다. 지난해까지 8년 동안 3%대 성장률을 기록한 것은 정확히 절반인 4차례였으며, 그나마도 최근엔 잠재성장률 하락 등으로 3% 달성이 좀더 만만치 않은 일이 됐다.

지난해엔 글로벌 경기복에 따른 수출 제조업의 활약, 높은 증가세를 구가한 건설업 등이 성장세를 끌어올렸다.
반도체 경기 호황 등을 밑천으로 제조업(4.2% 성장), 건설업(7.3%) 등이 성장세를 견인했다.

민간소비(2.6%)가 완만하게 회복되고 설비투자(14.6%)가 큰폭 증가로 전환된 것도 경기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건설투자(7.5%) 역시 적지 않은 기여를 지속했다.

▲ 4분기 GDP 부진
자료=한국은행
자료=한국은행

지난해 성장률이 3년만에 3%대로 올라섰지만, 4분기 성장률을 부진했다. 4분기 성장률은 36분기(9년)만에 최저인 -0.2%(전기비)를 기록했다. 2008년 4분기(-3.3%) 이후 처음으로 마이너스를 기록한 것이다.

2008년 4분기는 글로벌 금융위기의 본격적인 서막을 알린 '리만 브라더스 사태'의 충격파가 작용하던 때였다. 그 이후 처음으로 '마이너스'를 보인 것이지만 '긴 추석 효과'가 지대했다.

추석 때문에 3분기 성장률이 전기비 1.5%를 나타내 7년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던 데 따른 '기저효과' 영향이 컸던 것이다. 특히 긴 추석 연휴 효과 때문에 4분기에 반영돼야 할 성장률 수치가 3분기로 몰린 상태였다.

지난해 3분기의 '서프라이즈' 성장세는 조기 집행된 추경, 대외 부문 호조에 추석 효과까지 버무려진 결과물이었다. 특히 10월 초 장기 추석연휴에 따른 9월 조기통관, 서비스업 등의 선구매가 3분기에 많았다.

이에 따라 4분기 '마이너스' 등 성장률 부진을 예상하는 시각이 상당히 많았던 것도 사실이다.

아무튼 4분기 성장률엔 지난해 성장률을 끌어올린 부분들이 부진했다. 예컨대 건설투자는 -4.9%를 기록해 12분기만에 최저였고 설비투자는 -7.0%를 나타내 7분기만에 최저였다. 수출은 -5.4%를 기록해 1985년 1분기(-8.7%) 이후 무려 131분기만에 최저였다.

▲ 한은 "4분기 성장률 오독하지 말라"
이날 GDP를 발표한 한국은행은 4분기 상황만 봐선 안된다고 강조했다.

정규일 한국은행 경제통계국장은 "전체적으로 우리 경기는 견실한 흐름 보이고 있다"고 평가했다.

정 국장은 특히 "4분기 GDP 결과만 보면 전체 상황을 오독하게 된다"면서 4분기 부진을 과대평가하지 말 것을 주문했다.

그는 "4분기 성장률이 (전기비로는 부진했지만) 전년대비로는 3.0%였다"면서 "3분기와 4분기 불규칙 요인 때문에 상반기, 하반기로 나눠서 보는 게 적합하다"고 말했다.

성장률은 지난해 상반기에 전년비 2.8%, 하반기에 3.4%를 기록해 하반기에 성장세를 확대했다.

총수출이 2.0%에 그친 것은 사드 영향이 본격화되면서 서비스 수출 마이너스 폭이 컸기 때문이었다. 즉 중국 관광객이 줄어든 효과가 수출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 서비스 수출이 부진했으나 재화 수출은 양호했다. 지난해 재화수출은 3.6% 증가해 2013년 4.5% 이후 4년만에 최고치였다.

정 국장은 민간소비에 대해 "꾸준한 증가세"라면서 나아지고 있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민간소비는 2015년 2.2%, 2016년 2.5%, 2017년 2.6% 증가해 꾸준히 상승폭을 키우고 있다.

▲ 금융시장도 "4분기 부진은 전체 경기흐름과 별개"
누가 보더라도 4분기 성장률은 부진했다.

GDP 결과물을 좀더 세부적으로 보면 성장기여도 측면에서 최종소비지출(+0.6%p)이 하단을 지지했다. 의류, 식료품 등을 중심으로 민간소비가 개선됐다. 설비투자(-0.1%p)와 건설투자(-0.6%p)는 모두 마이너스 성장기여도를 기록하며 부진했다. 수출도 품목별로 상이한 모습을 보였다. 반도체 수출은 여전히 견고했지만, 자동차 수출이 둔화되며 4분기 순수출 기여도는 -0.8%p를 기록했다.

하지만 이같은 4분기 부진에 대해 큰 의미를 두지 않는 경우가 많은 편이다.

김두언 하나금융투자 이코노미스트는 "성장률 수치는 역기저 효과를 감안해야 하며, 경기 회복추세는 살아 있다로 요약할 수 있다"면서 " 반도체 사이클에 대한 의문, 원화 강세 기조 등으로 수출호조에 대한 의구심이 있고 금리인상 기조와 가계부채 부담으로 내수 경기가 우려스런 면도 있으나 올해 한국 경제는 연평균 3.0% 성장이 가능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반도체 회복 사이클이 지속된다. 단가 하락이 예상되지만 물량 확대가 전체 사이즈를 키운다"면서 "반면 수출이 내수를 견인하는 선순환 구조가 원활히 작동하지 않고 있으며, 정부의 고강도 부동산 대책이 이어진다는 점에서 아파트 가격과는 별개로 건설투자 둔화는 불가피하다"고 진단했다.

그는 16년 만에 단행된 미국의 세이프가드 등 보호무역조치, 정부의 가계대책 여파 등을 향후 주시할 변수로 꼽았다.

지난해 성장률 3.1%, 올해 성장률 3.0%(한은 등) 수준을 예상하는 경우가 많은 가운데 전체적으로 경기 흐름이 나쁘지 않다는 평가가 많다. 다만 전망 수치 등에서 보듯이 성장 모멘텀 자체가 추가로 크게 확대될 여지는 크지 않다.

정원일 유안타증권 이코노미스트는 "지난해의 성장률 호조는 올해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다만 탄력 자체는 둔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관측했다.

대체적으로 4분기 성장률 부진을 어느 정도 예측해 왔고 추석 연휴 때문에 '하반기 전체'를 봐야 한다는 동의하는 사람이 많다.


금융시장의 한 펀드매니저는 "4분기 성장률이 예상보다는 좀 덜 나온 느낌도 있다. 정부가 3.2% 이야기 한 뒤 지난주 한은이 3.1%로 말했는데, 그 대목에서 4분기 마이너스 가능성을 생각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전체적으로 정부와 한은 모두 경기 상황에 대해 긍정적으로 보는 느낌"이라며 "다만 한은이 상당히 조심스러운 스탠스인 만큼 금리인상을 조속히 단행할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taeminchang@fnnews.com 장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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