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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더 이상 드론규제를 탓하지 말자

조석장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1.25 14:18

수정 2018.01.25 14:18


설동성 (사)한국드론산업협회 고문
설동성 (사)한국드론산업협회 고문

더 이상 드론규제를 탓하지 말자

연초부터 드론관련 정책이 잇따르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지난 1월22일 규제혁신 토론회에 이어, 이틀 후인 1월24일 정부 업무보고를 통해 올해 드론지원 정책을 내놨다. 드론시장 활성화를 위한 대규모 공공 드론수요 발굴과, 규제를 위험도와 성능에 따라 차등화하는 내용의 규제 합리화 등이 골자이다. 시장육성과 규제완화는 한국의 드론이 안고 있는 대표적인 고민거리이다. 정부는 또한, 한국형 드론교통관리체계인 K-드론시스템 개발에 착수하기로 하는 등, 미래 드론을 겨냥한 청사진을 제시했다. 특히 종전과 다른 점은 과제가 구체화돼가고 있다는 것이다.


그동안 정부의 드론관련 정책개발은 제자리 걸음이었다는 평을 받아왔다. 대부분 추상적이거나 원론적 수준에 머물렀다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초창기 드론개발 개념설정의 어려움, 규제완화 문제를 둘러싼 진통 등으로, 정책방향 잡기가 어려웠을 것이다. 그래도 봐줄만한 것이 드론 활용영역 확대였는데, 이 마저 큰 그림만 그렸을 뿐이다. 이럼 점들에 비춰볼 때 연초 속도감있는 드론정책 행보는 일단 고무적으로 평가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러면 드론 활성화를 위한 정부의 다음 발걸음은 어디에 초점을 맞춰야 할 것인가. 무엇보다 원론적 수준의 대안이 아니라, 구체적인 action plan(실행계획)이 담겨 있어야 한다. 드론 육성의 큰 방향이 정해진 만큼, 배가 어디로 가야 하는지에 관한 소모적인 논쟁은 더 이상 없었으면 한다.

규제완화 문제의 경우, 위험도와 성능 위주로 규제를 차등 적용하기로 한 만큼, 상세한 세부 기준이 뒤따라야 할 것이다. 고위험도·고성능의 드론운용과 저위험도·저성능의 드론운용에 적용할 규제를 어떻게 달리할 것인가이다. 모든 경우의 수를 담을 수는 없겠지만, 세분화될수록 현장에서 드론운용하기에 도움이 될 것이다. 특히, 인명구조, 화재진화, 수색활동 등, 긴급상황에 드론이 즉각 투입될 수 있도록 제도적, 법적으로 정비하는 일이 필요하다. 이런 경우 규정에 막혀 드론투입이 안되면, 있으나마나한 드론일 것이다.

주요 과제인 드론 공공수요 3,700대 발굴을 보자. 침체된 드론시장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 공공부문이 선도한다는 의미가 있다. 하지만 한국 드론업계의 역량으로 볼 때, 성능이 담보된 드론을 이렇게 대규모로 공급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닐 수도 있다. 물론 3,700대가 올해 1년치가 아니라, 향후 4년에 걸친 수요인 만큼, 어느 정도 시간적 여유가 있는 셈이다. 한국의 드론업체들도 이런 여건을 충분히 활용해서 드론 기술개발에 더욱 힘써줬으면 하는 바램이다.

정부도 대규모 드론수요 계획을 세웠으니 공급은 업체들이 알아서 하라고 맡길 것이 아니라, 업체들의 자생력을 키울 수 있도록 정책적, 재정적 지원을 해주기 바란다.

드론택배는 드론의 유망분야중 하나로, 곧 실현될 것 같은 기대를 모으고 있다. 하지만 안전비행, 항로설정 등, 넘어야 할 산이 한 두 개가 아니다. 정부가 제시한 K-드론시스템, 즉, 한국형 드론교통관리체계는 아직 개념이 낯설지만, 빅데이터와 인공지능 등 첨단기술로 무장해, 택배 등 드론의 원격.자율비행을 지원하는 시스템이다. 드론택배의 실현 가능성을 높여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이를 위해 자동관제, 항로설정, 위기시 회피경로, 원활한 통신기술 등, 구체적 실행 프로그램이 만들어져야 한다.

규제문제는 국내 드론의 고민거리이다. 대표적인 주장이 가혹한 규제가 드론산업 성장을 방해하고 있다는 것이다. 어짜피 규제는 당장 해소하지 못한다. 드론기술 수준에 발맞춰 단계적으로 접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정부도 종전의 일괄 규제에서 벗어나, 차등 규제, 즉, 규제의 합리화로 방향을 변경한 만큼, 업계에서도 모든 책임을 드론규제로 돌리는 주장은 그만했으면 한다.

규제해소와 안전한 드론운용은 반비례 관계에 있다. 규제를 많이 풀어줄수록 안전을 위험하게 할 가능성이 있다. 안전한 드론문화 정착을 위한 법적, 제도적 정비도 시급한 일이다.

지금까지 정부의 드론정책은 사실상 오프닝 게임이었다. 이제 메인게임에 들어갔다. 정책이 구체화되는 만큼, 성과의 효과 여부도 명확해질 것이다. 정부의 어깨가 더 무거워졌다.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하지만 정부의 역할에 대해 반신반의하는 분위기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가만히 있는 게 도와주는 것이라는 조롱섞인 주장도 있다.

정부가 지원이라는 명분아래 깊이 개입하면 할수록 배가 산으로 갈 가능성이 크다.
그렇다고 정말 가만히 있을 수는 없다. 업계의 의견을 모아 반발짝만 앞서서 가야할 길을 제시해주고, 드론산업 육성의 실행단계에 들어가면 뒤에서 소리나지 않게 도와주는 자세가 바람직하지 않을까 한다.


정부와 업계, 학계, 드론관련 기관들이 진정성있게 힘을 모아보자. 드론을 띄우고 산업을 키우는 일은 이제부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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