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여기서 이러시면 안됩니다] 길거리에서 건네받는 전단지, 불법인 거 아시나요?

이혁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2.01 11:00

수정 2018.02.22 08:48

전단지는 구청에 신고 후 도장 받고 지정된 장소에서 나눠줘야 ‘합법’
불법 전단지 홍수에 길거리는 쓰레기 몸살·허위 광고에 피해 사례도 발생
‘수거보상제’ 운영하고 있지만 인력·예산 한계에 불법 전단지 근절 어려워
매서운 한파에도 지하철역 주변에서 전단지를 나눠주는 중년 여성. /사진=이혁 기자
매서운 한파에도 지하철역 주변에서 전단지를 나눠주는 중년 여성. /사진=이혁 기자

# 광화문으로 출근하는 직장인 김모(34)씨는 지하철역 입구나 회사 근처에서 전단지를 나눠주면 일일이 받곤한다. 보통 연세 지긋한 어르신들이 전단지 나눠주는 일을 하기 때문에 한 장이라도 일손을 덜어드린다는 마음에서다.
지하철 역이나 유동인구가 많은 도심의 거리에는 어김없이 전단지를 배포하는 사람들이 있다. 음식점 광고나 부동산, 학원뿐만 아니라 대출, 신장·콩팥 장기매매, 유흥업소, 비아그라 등 유해물들도 종종 눈에 띈다.

그런데 길거리에 무분별하게 뿌려지는 전단지들이 불법이라는 것을 아는 사람은 거의 없다.

자료 출처 : 국가법령정보센터 (옥외광고물 등의 관리와 옥외광고산업 진흥에 관한 조례)
자료 출처 : 국가법령정보센터 (옥외광고물 등의 관리와 옥외광고산업 진흥에 관한 조례)

■구청 도장 찍힌 전단지만 ‘합법’.. 12개 자치구 옥외광고물법 조례 제정
1일 관련 규정에 따르면 전단지는 ‘옥외광고물 등의 관리와 옥외광고산업진흥에 관한 법률 시행령’(이하 옥외광고물법)에 따라 구청에 신고하고 도장을 받은 후 지정된 장소에서 배포해야 한다.
전단지는 크기에 따라 장당 5천원 이상~5만원 이하의 벌금이 부과된다. 전단지 정비 권한은 구청장에게 있으며, 자치구별로 조례를 만들어 과태료 기준을 다시 정한다.

서울시 25개 자치구 분석 결과, 옥외광고물에 대한 조례를 제정한 곳은 총 12곳이다. 금천구와 노원구는 일반 광고 내용의 전단지는 장당 최소 8000원에서 최대 2만5000원, 범죄행위·음란물 등 법 제5조 2항의 규정을 위반한 경우에는 장당 최소 2만5000원에서 최대 5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한다.

성동구를 비롯한 8개 구는 일반 광고 내용은 장당 최소 1만8000원, 최대 3만5000원, 범죄행위·음란물 등을 위반하면 장당 3만~5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했다. 중구와 관악구의 경우, 일반 광고는 장당 2만5000~4만5000원, 범죄행위·음란물 등은 장당 3만~5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한다.

서울의 한 먹자골목에 버려진 불법 전단지들. 대출, 유흥업소 등 유해 광고물이 대부분이다. /사진=이혁 기자
서울의 한 먹자골목에 버려진 불법 전단지들. 대출, 유흥업소 등 유해 광고물이 대부분이다. /사진=이혁 기자

■길거리 곳곳은 쓰레기 몸살 ·허위 광고에 피해보는 사례도 발생
불법 전단지는 내용도 문제지만 길거리 곳곳을 쓰레기로 물들이는 문제도 있다. 공공 쓰레기통에 불법 전단지가 수북이 쌓여있는 것은 일상이며, 유해 전단지들이 길거리에 널브러져 인상을 찌푸리게 하는 경우도 흔하다. 또, 전봇대에 뗐다 붙였다 했던 흔적, 스몸비족을 노리는 마케팅으로 길바닥에 녹색 테이프로 전단지를 붙이는 행위 등 갈수록 불법 전단지 배포 행위가 치밀해지고 있다.

관악구에서 원룸 임대사업을 하는 김모(64)씨는 “하루에도 몇 번씩 문 앞과 우편함에 꽂혀 있는 전단지를 치우지만 어느새 다시 쌓여 있다”며 “계속 지켜 있을 수도 없고 답답하다”고 하소연했다.

허위 광고 때문에 피해를 본 사례도 있다. 지방에서 서울로 상경한 이모(34)씨는 방을 구하려 이곳저곳 알아봤지만 마음에 드는 방을 구할 수 없었다. 그러다 우연히 전봇대에 붙여진 부동산 전단지를 보고 가격이 저렴해 연락했다. 하지만 실제로 가보니 전단지에 표시된 가격보다 비쌌다. 이모씨는 “며칠째 집 때문에 지치고 방이 마음에 들어 계약했지만 속은 기분”이라며 “허위 광고를 못하도록 강력한 제재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서울시청 도시빛정책과 이양섭 광고물팀장은 “전단지는 아무리 단속을 해도 언제 어디서 나타날지 몰라 마치 숨바꼭질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성매매, 대부업 등 유해 전단지는 전담팀을 두고 집중적으로 단속하고 있지만 일반 전단지는 양이 너무 많아 전부 단속하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설명했다.

서울의 한 주택가 골목의 전봇대에 붙어진 불법 전단지들. 부동산, 인력 사무소 등의 전단지를 뗐다 붙였다 하면서 도시 미관을 해치고 있다. /사진=이혁 기자
서울의 한 주택가 골목의 전봇대에 붙어진 불법 전단지들. 부동산, 인력 사무소 등의 전단지를 뗐다 붙였다 하면서 도시 미관을 해치고 있다. /사진=이혁 기자

■ 수거보상제 운영에도 인력·예산 한계.. 줄어들지 않는 불법 전단지
자치구별로 전단지에 대한 조례를 제정하고 단속에 나서고 있지만 여전히 불법 전단지가 판을 치고 있다. 불법 전단지의 양이 너무 많아 구청의 인력과 예산으로는 감당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에 현재 자치구별로 ‘수거보상제’를 운영하고 있다. 수거보상제는 길거리를 어지럽히는 불법 전단지를 주민이 수거해오면 일정 금액을 보상해 주는 제도다. 현수막, 벽보, 전단지 등 모두 포함되는데 전단지의 경우 광고 내용에 따라 장당 10~30원을 보상해준다.
최근 3년간 서울시가 정비한 불법 전단지 양은 2015년 1349만33건, 2016년 1331만110건, 2017년 1431만3558건으로 집계됐다.

수거보상제 시행으로 시민들에게 불법 전단지에 대한 문제점을 인식 시키고 정비에도 힘을 보태고 있지만 한계에 부딪히고 있다.
서울시청 도시빛정책과 이양섭 광고물팀장은 “불법 전단지를 없애기 위해서는 한 장 당 1억원을 부과하는 강력한 처벌 조항이 아니면 현재는 불가능한 수준”이라고 답답함을 호소했다.

hyuk7179@fnnews.com 이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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